▲ GM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를 많이 주행하고 어디에 많이 주차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출처= Green Ca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최대의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와 미국 최대의 설비회사인 벡텔(Bechtel)이 서로 협력해 미국 전역에 수천 개의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이를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CNN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부족한 충전 시설이다. 미국 자동차서비스협회(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의 최근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이 전기차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었다. 급속 충전소가 늘어나면 전기차 판매량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GM이 구축할 충전소 네트워크는, 2023년까지 20종의 신형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 GM에게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의 전기 자동차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번 협력 사업에서 GM은 충전소가 가장 필요한 장소를 선정하는데 필요한 데이터와 전문 지식을 제공할 것이며, 벡텔은 충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건축, 허가 등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제공할 것이라고 양측은 밝혔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전부 투입할 계획은 없다. 두 회사는 충전소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의 투자를 유치할 것이다. 아직 논의가 진행 중에 있어, GM과 벡텔 모두 잠재적 투자자들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다.

▲ 테슬라는 이미 수 백 개의 충전기를 갖춘 자체 충전망을 갖고 있다.   출처= EverCharge

GM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벡텔의 프로젝트 개발 자회사 벡텔 엔터프라이즈(Bechtel Enterprises)의 케이스 헤네시 대표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위해 충전 인프라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이 시장이 정말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제너럴 모터스와 벡텔 같은 두 회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헤네시 대표는 "벡텔은 이전에 다른 산업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의 제휴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벡텔은 다국적 에너지 기업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와 제휴해 호주에 액화천연가스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우리는 여러 해 동안 발전과 송전 분야에서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습니다. 또 고속도로, 공항, 철도 등 다양한 교통 인프라 건설 경험도 풍부합니다. 충전소 프로젝트는 교통 부문에서 전기 부문이 결합되는, 우리에게 있어서 두 핵심 시장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디젤 배기가스 부정행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한 회사인 일렉트리파이 어메리카(Electrify America)도 앞으로 수 년 안에 수천 개의 충전기를 갖춘 EV 충전망을 구축할 것이다. 테슬라는 이미 수 백 개의 충전기를 갖춘 자체 충전망을 갖고 있다.

GM과 벡텔은 자신들이 건설할 급속충전망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충전소들이 집중되어 있는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잠재적 EV 소유자들이 많은 아파트나 일반 주택 지역 등, 인구 밀집 도시에도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GM의 EV 인프라 및 충전시설 담당 부사장 마이크 애블레슨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은, 가까운 시일 내에 EV 채택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장소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그 중 상당 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심 지역이 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 생기는 법인은, 가솔린 차량이든 전기 차량이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를 많이 주행하고 어디에 많이 주차하는지 알기 위해 GM의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다. GM의 온스타 시스템(OnStar System, 위치파악시스템(GPS)과 이동전화 기술이 결합한 텔레메틱스 서비스)을 통해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나온 데이터를 살펴볼 것이다.

"급속 충전소를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가설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충전하는 곳에서 이미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전 동의를 구한 익명화된 데이터 덕분에, 그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