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NM 음악채널 M.net의 <프로듀스48>로 데뷔한 걸그룹 아이즈원. 출처= 오프더레코드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앞서 기술한대로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4대(SM·YG·JYP·빅히트) 기업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특히 K-POP의 인기를 이끄는 아이돌 그룹의 구성과 사업 운영에 한정짓는다면 국내에서 4대 기업을 따라갈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음악을 포함한 여러 문화 콘텐츠의 제작 역량, 아티스트의 육성 그리고 콘텐츠의 유통까지 범주를 확장하면 4대 기업 못지않은 엔터테인먼트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콘텐츠 업계의 절대강자 ‘CJ ENM’과 그에 맞서는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는 ‘카카오M’이다.

우리가 하면 다르다 ‘CJ ENM’

CJ ENM은 문화 콘텐츠 산업 영역에서 절대적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애니메이션 등 문화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과 매니지먼트 부문에 있어 CJ ENM은 나름의 큰 관심과 그에 상응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의 몇몇 성과들이 있기 전까지는 사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상위 업체들의 눈부신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았다. 이는 CJ의 이름을 내세워 직접 아티스트를 육성하기보다는 다양한 콘셉트가 있는 산하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업체들을 통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케이블로 직접 송출할 수 있는 음악방송 채널(M.net)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CJ ENM이 다른 엔터업체들보다 확실하게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 CJ ENM의 한국문화 페스티벌 KCON에서 열린 K-POP 그룹 팬미팅에 참여한 미국 팬들. 출처= CJ ENM

현재 CJ ENM의 음악사업 부문에는 총 10개(스톤뮤직·MMO엔터테인먼트·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하이라이트레코드·AOMG,아메바컬쳐·하이어뮤직·스윙엔터테인먼트·오프더레코드엔터테인먼트·빌리프랩)의 관계사 레이블이 있다. 각 레이블은 CJ ENM이 일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하는 등으로 관계가 맺어져 있지만 CJ ENM에 의해 통제를 받는 관계는 아니다. 각 레이블은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의 스타일에 맞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에서 ‘빌리프랩’은 지난3월 CJ ENM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한 법인으로 제2의 방탄소년단을 찾는다는 취지로 멤버들을 모으고 있다. 

CJ ENM이 K-POP 레이블로써의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 최근의 사례는 자사의 음악채널 엠넷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였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재능이 있지만 정식 데뷔의 기회를 잡지 못한 중소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연습생이나 개인 연습생들을 발굴해 경쟁시키고 여기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K-POP 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2016년 시즌 1을 시작으로 매년 새로운 시즌을 방송하고 있으며, 현재는 시즌4인 프로듀스X101이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 출처= CJ ENM

재미있는 것은 각 시즌으로 탄생하는 그룹들이 모두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즌2로 탄생한 WANNA ONE(워너원)은 엄청난 인기로 활동 1년 만에 투자 손익분기점을 돌파해 CJ ENM 음악사업 부문 실적 개선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일본의 아이돌 그룹 AKB48과 합작한 시즌3 '프로듀스48'로 탄생한 걸그룹 IZ*ONE(아이즈원)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아이즈원의 매니지먼트는 CJ ENM 산하인 오프더레코드 엔터테인먼트가 맡고 있는데, 자사의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그룹인 만큼 CJ는 아이즈원의 데뷔 전부터 꾸준하게 전폭적으로 홍보 마케팅 지원을 해왔다. 이는 4대업체가 아닌 중소 규모의 엔터테인먼트업체로써는 비슷하게 흉내 내기도 힘들 정도의 수준이었다. 매니지먼트는 전문 영역의 산하 업체에 맡기고 대외 마케팅은 직접 하는 식의 분업으로 CJ ENM은 K-POP 그룹 운영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류 콘텐츠 제작소 ‘카카오M’ 

카카오M은 지난 2016년 카카오가 종합음악기업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세운 콘텐츠 기업이자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카카오M은 국대 최대 음원 스트리밍사이트 멜론의 운영과 음악·영상콘텐츠 제작 그리고 아티스트 육성 등 3개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들 중에서 K-POP 엔터테인먼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업부문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영상 콘텐츠를 글로벌 미디어 채널에 콘텐츠를 송신하는 1theK(원더케이) 그리고 산하의 매니지먼트 업체들의 운영이다. 카카오M 역시 CJ ENM과 마찬가지로 산하에 여러 엔터테인먼트 레이블(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페이브엔터테인먼트, E&T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숲매니지먼트, J.WIDE 컴퍼니, 문화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 K-POP 그룹의 아티스트의 육성이나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곳은 크래커와 스타쉽 두 곳이다. 

▲ 카카오M을 대표하는 K-POP 아티스트 가수 아이유. 출처= 카카오M

재미있는 것은 CJ ENM과의 관계인데, 사업적으로는 국내에서 완벽하게 대척점에 있는 경쟁상대 이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두 업체는 협력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CJ ENM의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콘텐츠를 만드는가 하면, 현재 아이즈원의 멤버 12명 중 2명은 카카오M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연습생(장원영, 안유진)이 포함되어 있는 것 등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현재 카카오M의 대표이사가 CJ E&M에서 콘텐츠의 부흥을 이끈 김성수 전 대표이사라는 것이다.) 

제작·기획 관여하는 미디어 유통사들

지난 2017년에는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일련의 미디어 대기업들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으로 보이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은 이 산업의 대외 영향력이 점점 확장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일련의 흐름은 국내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전 세계로 확장됨에 따라 1차 시장인 국내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그만큼 높은 수준의 결과물들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콘텐츠의 확산과 유통에 있어 절대적 영향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 유통사들이 기획과 제작에도 개입하는 것은 기존 엔터업체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른바 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논쟁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