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에는 인간 운전자에 대한 강한 수요가 유지될 것이다.   출처= Trucks.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년에 미국 전역에 운전자 없는 택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운전자 없는 미래는 환상가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지만 생계를 위해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소식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그런 공포는 과장됐다.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인간 트럭 운전자, 버스 운전자, 택시 운전자들은 강한 수요를 유지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자율주행 기술이 그들의 수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운전자들이 여전히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력 부족은 광범위한 블루칼라 산업들을 괴롭혔다. 물론 여기에는 운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간단히 이렇게 표현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 그것도 아주 크게’

가용 노동자의 공급을 감소시킨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마이크로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운송 산업에는 그 동안 비교적 노년층의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꾸준히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업계는 이들을 대체할 인력을 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블루칼라 일은 회피하며 화이트칼라 직장으로만 몰려들고 있다.

운전자 없는 차와 트럭으로 가득 찬 미래 경제의 전망도 이 산업에서 일손이 부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언젠가는 인공지능(AI)이 없앨지도 모르는 직업에 누가 뛰어들려 하겠는가?

또 다른 요인은 약물 검사 요건이다. 이러한 규정은 일부 운송업에서 일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후보자의 수를 더 적게 만들었다. 그런 시험이 과거보다 더 엄격해진 것은 아니지만, 마리화나를 범죄로 보지 않거나 합법화한 주들이 늘어나면서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 운송업 노동자의 인건비 상승은 제조업, 농업, 건설업 등 육체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다른 모든 블루칼라 업종의 인건비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출처= MarketWatch

이처럼 운전자의 공급이 줄어든 반면 수요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수요 증가의 대부분은 역시전자 상거래의 증가다. 예를 들어,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 아마존은 제품을 저장하고 포장하기 위해 수천 명의 창고 직원이 필요하고 이를 운송하기 위해 수천 명의 운전자를 필요로 한다. 노동 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운송 및 창고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에서 20% 이상으로 높아졌다.

강력한 수요와 취약한 공급이라는 조합은 운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노동 통계국의 고용 데이터는 운송 산업에서의 직업, 즉 크레인 운전자, 트랙터 운전자, 주유소 운영자, 포장업자 등은 지난 1년 동안 4.7%의 실업률을 보이면서 노돈 통계국이 이 데이터를 추적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결과로, 2019년 1분기까지 민간 운송 분야 노동자의 임금은 4.2% 올랐다.

적어도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운송 분야의 인력 부족은 기업들로 하여금 채용 전략을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은 그동안 전형적인 후보자 풀(pool)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제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였던 운송 분야에서 더 많은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마이크로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이 직업에서의 고용 증가의 50%는 여성이 차지했다. 그 결과, 현재 이 직업에서 여성은 거의 5명 중 1명 꼴이다.

그러나 운전자들에게 좋은 소식은 업체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인건비 상승은 운송 및 창고산업에서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기업의 이익 잠식을 의미한다. 이 중 어느 정도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게다가, 이런 비용 증가는 여러 다른 산업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폐기물 수집 회사의 경우, 운송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70%를 차지한다. 또 식음료 도매상들 역시 많은 운전자를 고용하고 있다. 가구회사, 광업회사, 제조회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년 동안 운송업에서 늘어난 노동자의 수는 운송업을 제외한 다른 모든 블루칼라 직업에서 늘어난 노동자의 수와 거의 같았다. 운송업 노동자의 수요 증가는 제조업, 농업, 건설업 등 육체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대학 학위 없는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높은 업종의 인건비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고용주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자동화의 길을 열망할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올 때까지(아마도 아직은 꽤 멀었다), 자동차 운전석에는 여전히 인간이 앉아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민간 경제조사기관 더 컨퍼런스 보드(The Conference Board)의 개드 레바논과 프랭크 스티머 이코노미스트가 CNN에 기고한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