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쏘카 VCNC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사회적 기구 합의안 발표 후 개인과 법인, 회사와 기사의 갈등이 불거지고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풀 스타트업 및 VCNC의 신경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많은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현 상황으로는 시계제로입니다. 면허 시세 하락 등의 이유로 개인택시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VCNC 타다는 소위 십자포화의 타깃으로 전락했고,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협력해 플랫폼 택시 로드맵 초안도 마련하지 못하며 정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제 분열과 분노, 그리고 저주와 편 가르기로 수렴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 논의를 끝까지 이어가고 어떻게든 성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논란과 논쟁을 넘어서,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시장 안착은 구산업과 신사업의 동시안착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상징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기 때문입니다.

대립에서 '어떻게든 결론'으로
원조 SNS 싸이월드의 개발을 총괄했으며 세이큐피트 CTO를 거친 SNS 정보기술 전문가 곽진영 시그마체인 대표를 만난 적 있습니다. 블록체인 비전을 탐구하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재미있는 화두를 던집니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는 다 나왔다고 본다. 한 100년이 지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서비스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으로 현존하는 인터넷 기술을 대체할 수 있음을 설명하며 나온 말입니다.

블록체인으로 시작된 이야기지만 곽 대표의 '인터넷 서비스는 나올 것 다 나왔다'는 말은 한동안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입니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인터넷이라는 것이 나오고 메일 서비스, 포털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온라인이라는 신세계를 발견했습니다. 순수한 사이버 세계가 펼쳐지며 우리는 일종의 해방구를 찾았어요. 그런데 모바일 시대는 약간 다릅니다. 스티브 잡스의 손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모바일 플랫폼이 각광을 받았고, 우리는 이를 통해 O2O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가 안드로이드와 iOS를 선택해 자기의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은 필연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플랫폼을 끌어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장면 하나. 모바일 시대 우후죽순 등장한 O2O 플랫폼 중 초기 인터넷 시대의 메일처럼 획기적인 서비스가 있었나요? 없습니다. 당장 배달의민족, 요기요를 보면 모바일 플랫폼이 전단지를 대체했을 뿐이며 다방과 직방, 야놀자와 여기어때도 기존 부동산 중개소 발품 및 전화 예약을 대체했을 뿐입니다. 물론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이 편리하고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으며 이 자체도 대단한 일이지만, 정말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바일 O2O 시대를 맞아 갑자기 미지의 외계인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 아니니까요.

즉, 우리는 모바일 시대에 살고있으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됐을 뿐이며 그 자체가 혁신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과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혁신으로 부를 수 있지만, 매우 냉정하게 생각하면 '도구'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씽크빅'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O2O 플랫폼을 향한 시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아니니까 의미가 없다? 그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기술은 기술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어떤 시각이 필요할까요? 맞습니다. '모바일 시대에서 초연결 인공지능 시대로 나아가며 우리가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는가'입니다. 모바일 O2O 플랫폼은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니까, 기존에 있던 서비스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기존 서비스 종사자들이 있겠죠? 그들과 모바일 O2O 플랫폼을 들고나온, DNA부터 다른 ICT 업계가 어떻게 녹아드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쏘카 VCNC를 둘러싼, 카카오 모빌리티를 둘러싼 논란이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배달앱이나 숙박, 부동산앱 당시에도 구산업과 신산업의 충돌이 불거졌으나 이 충돌은 모빌리티와 비교하면 파급력이 제한적입니다. 비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 주문하고 호출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움직이는 주체는 기존 구산업이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즉 기본적인 플랫폼만 제공한다는 뜻이고, 그 간극에서 구산업과 신산업은 나름 원만하게 합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빌리티는 다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 T 플랫폼은 기존 배달앱 등의 방식과 비슷한, 일종의 중개 플랫폼에 머물렀기 때문에 차치해도 VCNC 타다가 매우 다릅니다. 이들은 11인승 밴과 기사를 동시에 제공하는 주체적인 플랫폼 사업자며, 이 과정에서 기존 구산업 종사자들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는 모바일 O2O 플랫폼 시대, 대부분의 ICT 플랫폼 사업자들은 단순 중계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구산업 종사자들과 화합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VCNC 타다는 단순 중계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주체적인 공급자 역할이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구산업 종사자들은, 가뜩이나 사양사업이라 어려운 구산업 종사자들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들의 약점을 잘 알고있는 젊고 매력적인 플랫폼이 자기와 비슷하게 서비스를 한다? 상생하자는 말 자체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논란은,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줍니다. 기존 배달앱 플랫폼에 대한 프랜차이즈 협회의 반발이나 다방 및 직방에 대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반발과는 차원이 다른 숙제입니다. ICT 혁명을 통해 자율주행차라는 거대 플랫폼까지 노리는, 강력한 오프라인 경쟁력을 보유한 VCNC 타다가 택시업계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어떻게든 상생과 시너지라는 결론이 난다면 우리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쌓을 수 있습니다. 단순 중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오프라인의 대대적 혁신까지 노리는 O2O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인 신사업이 구산업과 접점을 만든다면, 앞으로 벌어질 다른 영역의 새로운 ICT 가능성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 업계의 전투를 모든 ICT 혁명의 바로미터로 보고, '모빌리티에 신사업과 구사업의 시너지 가능성 여부가 달려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 박재욱 대표, 이재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복잡해진다...그러나
최근 모빌리티 이슈를 따라가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 시스템 반도체, 5G, 각 그룹사의 젊은 총수 등장 등 다양한 이슈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가운데 모빌리티 이슈도 복잡다면한 고차 방정식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풀 반대로 뭉쳤던 택시업계가 사회적 기구 합의안 발표후 분열하고, 카카오 모빌리티와 그 외 ICT 스타트업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택시쪽은 법인택시 월급제 논란 자체가 답보상태고 개인택시업계는 타다 아웃을 외치고 있고, 카카오 모빌리티는 플랫폼 택시를 위해 택시업계와 간신히 협력했으나 침묵하는 정부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VCNC 타다를 배척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요.

현 상황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플랫폼 택시를 두고 논의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한 로드맵을 구축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양한 제안들이 보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과정'이기 때문에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플랫폼 택시를 준비하면서 VCNC 타다와 비슷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 최바다 플랫폼사업 담당 이사는 이를 두고 "현 상황에서는 타다 비즈니스 모델은 염두에 두고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꾸준하게 카니발 기반의 11인승 플랫폼 택시 서비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연료 규제 이슈가 있어 당장 나서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택시업계가 VCNC 타다의 성공 이유를 친절한 서비스에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11인승 밴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많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낙연 총리 빨리 면담해야 하고, 택시 감차를 위한 논의와 쏘카가 펀딩을 통해 택시면허를 구입하자는 이야기도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무엇이든 당장 논의하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더 좋은 이야기를 하고, 더 좋은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렇게 카카오 모빌리티는 물론 VCNC 타다, 택시업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절묘한 방안만 찾는다면 우리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분노와 증오같은 일차원적 감정은 내려두고 현실을 생각하면서, 미래의 과실을 동시에 상상해봅시다. 그 이후를 생각하면 더 행복해지지 않나요? 이것도 해냈는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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