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중국이 압도적인 내수시장을 앞세우며 세계 태양광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중에, 한화큐셀이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해 브랜드 가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태양은 어디서나 밝지만, 한국 태양광 업체는 그처럼 밝다고만은 할 수 없다. 중국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태양광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전체의 39%를 기록했다. 신규 설치량도 압도적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35000MW로 2위인 인도보다 3.5배나 많았다. 보조금 축소를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 2018년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 순위. 출처=수출입은행

중국은 이같은 내수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대형화로 원가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계 태양광 시장은 중국 내부의 움직임에도 유난히 요동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지난해 5월 신규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고 발전차액지원금(FIT)을 킬로와트시(kWh) 당 0.05위안 인하하겠다고 발표하자, 세계 태양광 공급체인 전 분야의 설비가격은 30% 가량 하락한 바 있다.

우수한 기술력 앞세워 유럽시장 본격 공략… 브랜드 가치 1위

한화큐셀은 중국에 뒤지지 않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큐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셀 생산량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약 8.1GW의 셀을 생산해 연간 셀 생산량 1위를 달성했다. 모듈의 경우 세계 3위 수준이다.

다만, 중국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지속하는 만큼 현재 수준의 양적 우위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태양광 기업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 기준 세계 10위 태양광 셀, 모듈 제조업체 중 8개 업체가 중국 기업이었다. 특히 모듈의 경우 중국 업체가 세계 물량의 70%를 생산했다.

이에 대해 한화큐셀이 꺼내든 카드는 ‘기술력’이다. 견조한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중국 제품 대비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EU는 오는 2030년까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2%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특히 유럽에서는 효율에 비교적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는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중국만큼 영토도 넓지 않다보니 가격보다 효율에 비교적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라고 밝혔다.

▲ 한화큐셀의 태양광 모듈 '큐피크 듀오'가 독일 헤센 주의 한 주택에 설치되어있다. 사진=한화큐셀

특히 한화큐셀은 태양광 퍼크(PERC)을 발전시킨 퀀텀(Q.ANTUM) 기술을 앞세웠다. 퍼크는 셀 후면에 반사방지막을 입히는 기술로,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가는 빛을 재반사시켜 다시 흡수시킬 수 있다.

퍼크 기술을 적용하면 통상 효율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태양광 셀은 원재료인 실리콘 특성상 상용효율을 최대 26%까지 밖에 낼 수 없으므로, 1%포인트의 효율차이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한화큐셀의 주요 제품 중 하나인 단결정 퍼크 제품 큐피크 G5의 경우 상용효율은 19.5% 수준에 이른다. 업계 최고 효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생산능력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시장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화큐셀은 최근 하프셀 기술이 적용된 큐피크 듀오(Q.PEAK DUO) 모듈을 선보이고 있다. 하프셀 기술은 에너지 생산이 되지 않는 전극선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셀을 반으로 잘라 더욱 촘촘히 붙이는 기술이다. 기존 제품 대비 출력이 10% 이상 상승된다.

퀀텀기술과 하프셀 기술이 더해진 이른바 ‘퀀텀 듀오’ 기술의 경우 상용효율이 20.1% 정도다. 해당 제품군은 태양광 업계에서 권위있는 어워드 중 하나인 ‘인터솔라 어워드(Intersolar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기술력을 앞세운 유럽 공략 전략은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독일, 영국 등의 유럽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의 35%도 유럽에서 창출했다.

브랜드 가치도 여전히 높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전문리서치기관 EuPD 리서치가 선정하는 유럽 태양광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6년 연속 1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실적 또한 대체로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큐셀을 주축으로 하는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부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2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9%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상승해 한화케미칼 실적을 견인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보조금 축소에도 실적은 견조했다”라며 “유럽의 경우 관세역할을 한 최저수입가격제도(MIP) 제도가 폐지돼 독일·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은 “한화큐셀은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 태양광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셀과 모듈 제조사의 확고한 입지를 기반으로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결정 제품 비중 늘려 세계 수요 대응한다

한화큐셀은 세계 최초로 다결정 제품 양산에 성공한 업체다. 그러나 향후 단결정 제품 비중을 더욱 늘려나갈 전망이다.

현재 한화큐셀의 단결정-다결정 생산 비중은 약 5:5이지만, 올해 최대 8:2까지 높일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단결정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조사업체 PV 인포 링크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시장의 단결정 비중이 지난해 46%였지만 오는 2023년에는 71%로 늘어날 전망이다.

▲ 세계 태양광 단결정/다결정 생산 비율 전망. 출처=한국에너지공단

셀은 크게 단결정과 다결정으로 나뉘는데, 단결정의 경우 문자 그대로 결정질이 하나라 전자 걸림이 없어 에너지 생산 효율이 높다. 대신 제조공정이 다소 복잡해 생산비용이 비싸다.

반면, 다결정의 경우 효율이 낮은 대신 생산이 쉬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현재 단결정-다결정 효율 차이는 약 2%포인트 차이난다.

김정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화케미칼의 올해 태양광 영업이익은 2101억원으로 한화케미칼 전체 이익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라며 “단결정 셀/모듈 비중이 계획대로 확대될 경우 한화케미칼 기업가치는 현저하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시장 입지 회복 전망… 미-중 무역분쟁은 우려

좁아졌던 북미시장 입지도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미국 시장점유율 1위에서 물러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1월 말 발동한 태양광 세이프가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되는 태양광 셀에 대해서 2.5GW의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올해 기준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모듈의 경우 수입 전량에 25% 관세가 붙는다. 관세는 매년 5%포인트씩 감소하며, 오는 2022년에는 재심사를 통해 관세 부과 여부가 다시 정해진다.

현재 한화큐셀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일부 대비한 상태다. 미국 조지아주 휘트필드카운티에 모듈 생산공장을 세웠고, 지난 2월 생산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셀을 수입해 연간 1.6GW의 모듈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 경우 미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므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 미국 캘리포니아 컨 카운티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출처=한화큐셀

중국 수혜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난 4월 태양광 보조금을 다시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내 태양광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중국의 올해 하반기 태양광 수요가 상반기보다 약 3배 높은 30GW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큐셀의 중국 매출은 높지 않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의 올해 1분기 태양광 사업에서의 중국 매출 비중은 2%에 불과했다. 다만, 세계 1위 태양광 시장인 중국 내 수요가 확대될 경우 태양광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긴장감 고조에 따른 우려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이 환율전쟁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달러에 대한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질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수출에 대해 통화가치가 높을 때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기준 달러·위안 환율은 6.922위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유동성 경색 등으로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겨 전반적인 수요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