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의 고속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 출시 3주년 파트너스데이가 23일 일본 토호 시네마스 롯폰기 힐스서 열린 가운데 지난 2018년 전년대비 방문자수 2.2배, 매출이 2.7배 늘며 공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기대비 32%, 전년대비 173% 성장했으며 지난해 일본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앱 통합 다운로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픽코마의 비상에 카카오도 웃었다. 카카오는 1분기 매출 7063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콘텐츠 부문에서 전 분기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39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멜론의 뮤직 콘텐츠와 함께 픽코마가 포함된 유료 콘텐츠 매출이 비상했다. 유료 콘텐츠 매출은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71% 성장한 746억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픽코마의 성공적인 질주와는 달리, 그 시작은 다소 미비했다. 실제로 2016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많은 사람들은 시장 진입 타이밍이 늦었다는 등의 이유로 다소 부정적이었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지난해 2주년 파트너스데이 당시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며 “2015년 5월 일본에 와 많은 출파사와 만났는데, 다들 너무 늦었다는 충고를 했다”면서 “2013년부터 다양한 만화앱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픽코마는 초창기 80개의 작품을 받아 시작했으나 일일 방문자 수가 300명에 그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심지어 일일 방문자수가 6명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 김재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지금의 픽코마는 다르다. 모바일 활성화와 기존 종이매체와의 공존으로 일본 만화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만화시장이 웹툰으로 많이 이동한 국내와 달리, 일본은 아직도 만화 그 자체에 환호하는 매니아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의 웹툰이 종이 단행본 만화 시장으로 옮겨오며 일종의 '병용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픽코마와 덴츠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만화를 접하는 매체는 모바일 앱이 28.6%로 단행본 39.6%에 이어 두번째였다. 특히 종이 단행본 만화와 만화앱을 병용하는 이용자의 40.1%는 주4일 이상 만화를 본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한 달 동안 만화에 쓰는 비용이 1000엔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9.3%에 달했다. 여기에 만화앱은 기존 종이매체로는 만화를 보지 않던 1030 세대의 젊은 여성층을 새로운 독자로 대거 유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화앱 이용자 중 75%가 종이매체와 앱을 모두 활용하는 병독 계층으로 분류됐다.

이 대목에서 픽코마가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모바일과 종이 만화의 가능성 모두에 집중하며 새로운 사용자 환경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콘텐츠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도 큰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 기술력도 픽코마의 성장에 힘을 더했다. 홈화면에서 MAB(Multi Armed Bandit) 및 유저 클러스팅을 통한 개인화 추천, 만화가 끝나는 부분에서는 관련 유사작품을 추천하는 기술을 통해 전체 작품의 열람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품을 좋아할만한 이용자에게 전용 티켓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해당 작품의 유료 결제금액이 전체 매출의 81%에 이르렀다.

최근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이 콘텐츠 중심으로 가닥이 잡히는 가운데 IP 활성화를 지향하는 카카오의 전략에 픽코마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체 IP를 애니매이션과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영상화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카카오페이지 및 카카오M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픽코마는 이러한 IP 활성화 및 카카오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로 나아갈 예정이다.

픽코마의 성과가 앱에 별도의 광고를 붙이지 않고 이용자의 콘텐츠 유료결제로만 거뒀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플랫폼 자체의 매력과 철학이 시장에 안착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지난해 ‘가치와 철학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광고를 넣으면 월 1억엔(약 10억원)의 수익이 가능하다”면서도 “픽코마는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하게 만드는 플랫폼이며, 이러한 철학을 지키기 위해 당분간 광고 수익은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만 “대부분의 광고는 게임인데, 만화를 보는 플랫폼에서 게임 광고를 통해 고객을 빼앗기는 것이 옳은 생태계 전략일까라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