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카풀의 제한적 운행, 법인택시 기사의 처우개선, 플랫폼 택시 협력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이를 두고 각 진영의 분열만 가속화되는 가운데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풀 스타트업 및 쏘카 VCNC를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4단체는 23일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 촉구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 이후, 현재까지 정부와 여당 그 어느 누구도 이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정부는 플랫폼 택시 출시와 관련하여 어떠한 회의도 공식적으로 소집한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의 갈등과 불신을 화해와 상생으로 전환하고,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업계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에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출시를 위한 여건 조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주장은 사회적 기구 합의안 도출 후 정부가 이와 관련된 ‘액션’에 돌입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가동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선언하는 장면이다. 사회적 기구 합의안 발표 후 지지부진한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지적이자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화합을 시사하는 분위기다. 카카오 관계자는 “플랫폼 택시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나 명확한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자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반 카풀 이용자 모임인 ‘승차공유 이용자 모임’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촉구 내용은 승차공유의 발전과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반드시 진행되어야하며 사회적 대타협 합의의 구체적인 시작”이라면서 “정부는 공유경제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4단체와 함께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올리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택시업계와 밀착하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일반 카풀 스타트업 및 쏘카 VCNC와의 충돌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사회적 기구 합의안에 담긴 카풀의 제한적 운행, 법인택시 기사의 처우개선, 플랫폼 택시 협력 모두 카카오 모빌리티에 유리한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카풀의 제한적 운행만으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통합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립하던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는 전격적으로 화해할 수 있었다. 대신 쏘카와 카풀 스타트업은 카카오 모빌리티와 날을 세우는 내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기구 사각지대에 방치된 개인택시업계는 쏘카 VCNC 타다에 대한 총공격에 돌입했다. 카풀 운행에 직격탄을 맞는다고 생각한 개인택시업계가 쏘카 VCNC 타다를 두고 불법 서비스라는 프레임을 강제하는 한편, 단체행동을 통해 실력행사에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상황이 심상치않게 돌아가는 지점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 4단체의 성명서에 미묘한 문구가 있다. 바로 “정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불법적인 유사 택시업종의 여객운송 질서를 문란 시키는 행위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어 왔다”는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적인 유사 택시업종의 여객운송 질서를 문란 시키는 행위’는 택시업계가 쏘카 VCNC의 타다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문구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름을 올린 성명서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비판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필요이상으로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타다에 대해서 ‘불법이다 아니다’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판단할 주체가 아니다”는 모호한 선긋기에 나섰으며 쏘카 VCNC는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4단체와 함께 파격적인 성명서를 발표하며 쏘카 VCNC 및 일반 카풀 스타트업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카카오의 책임으로만 돌리면 곤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무조건 강경 대응’만 불사하며 상식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는 택시업계를 카운트 파트너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한편 업계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4단체의 이번 성명서를 기점으로 사회적 기구 합의안 발표 후, 아무런 액션에 나서지 않던 정부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지켜보고 있다. 나아가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4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 동맹군’과 카풀 스타트업 및 쏘카 VCNC의 엇갈린 미래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VCNC가 서울시와 함께 타다 프리미엄 규제 논란의 막바지에 돌입한 가운데, 당분간 VCNC는 ‘마이웨이’를 걸으며 서비스 안정화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