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가계빚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으나 증가폭은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6년 만에 증가액이 축소했다.

▲ 가계신용 추이. 출처=한국은행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분기 보다 3조3000억원(0.2%) 늘어난 1540조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가계신용 잔액 증가액은 지난 2013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게 늘어났다. 전분기 대비 증가율이 0%대로 떨어진 것은 2014년 1분기(0.3%)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가계신용금액이란 일반가계가 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린 돈(가계대출)과 카드사와 백화점 카드 등 신용판매회사를 통해 외상으로 구입한 금액(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사채를 제외한 일반가계의 모든 빚을 말한다.

지난해 1분기 1468조2000억원에 비해서는 71조8000억원(4.9%) 늘었다. 2014년 4분기 66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은 증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율은 2004년 4분기 4.7%를 기록한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가계빚이 급증하던 지난 2015년~17년 연평균 증가율이 1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멈춰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잔액은 1451조9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5조2000억원(0.4%)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22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액이 19조4000억원 축소된 것이다. 전년동기대비로도 64조7000억원 늘어 1년 전 증가폭 101조1000억원보다 줄었다.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관리지표 도입 등으로 가계대출 확대를 적극 막은 영향이다. 한은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정책 지속과 주택매매거래 위축, 계절적 요인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21만3000호에서 올 1분기 14만5000호로 줄었다.

특히 정부 규제가 강하게 작용한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영향이 크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3조5000억원 증가했으나 올 1분기 3조5000억원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 감소분이기도 하며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은 큰 변동이 없다.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3조1000억원 증가하며 전분기 -1조3000억원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1년 전 증가액 8조2000억원 과 비교하면 큰 폭 축소됐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지난해 1분기 8조2000억원보다 축소된 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로 기타대출이 1조4000억원 감소한 데에 따른 것이다. 기타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5년 1분기 –1조9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대비 7조원 늘어 1년 전 4조6000억원보다 확대됐다. 기존에 취급된 집단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수요 등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판매신용 잔액은 88조2000억원으로 카드사 등 여신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1조9000억원 감소했다. 계절적 요인에 일부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영향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의 증감액은 소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