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생산설비. 사진=플리커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낮은 정제마진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확대로 한국 주요 정유4사 2분기 전망에 대한 때 이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돼 재고자산이익이 늘어날 경우 환차손은 상쇄될 것으로 점쳐진다.

22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 당 4달러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업계 성수기에 진입했음에도 정제마진이 아직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물기준 배럴 당 70달러까지 오른 두바이유 상승분이 정제마진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의 연합인 이른바 ‘OPEC+’이 감산 유지를 시사한 중에 이란 제재 강화 등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쳐 보합과 상승을 대체로 반복하고 있다.

정제마진 회복이 더딘 이유는 원유 가격 상승분이 휘발유 등 석유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탓이다.

원유제품 수요 측면에서는 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미-중 무역분쟁 긴장감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른바 ‘G2’로 불리는 양국이 최대 25% 관세를 서로 부과할 경우 각 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성장은 둔화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석유 수요 감소와 이어지게 된다.

반면, 아시아 내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원유 소비국가에서 석유정제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90% 내외의 가동률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국영석유공사(NOC)와 소규모 민영 정유사(티팟)의 가동률도 높아지면서 아시아 영내 휘발유 공급이 증가해 마진 반등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소비가 늘어나는 이른바 ‘드라이빙 시즌’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정제마진 회복은 기대보다 더딘 편”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고조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공급 확대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90.5%에 이르고 중국 티팟/국영업체 가동률도 큰 폭으로 조정됐지만 아시아 정제마진은 여전히 더딘 수요를 대변하고 있다”라며 “향후 정제마진이 회복되더라도 중국 가동률상승/신규증설 증대는 공급 측면에서 여전한 걱정거리”라고 분석했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아시아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3월 초 NOC와 티팟은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최대 가동률 유지했으며 NOC 가동률은 5월 둘째 주 60.7%, 티팟은 77.7%를 기록했다”면서 “이들의 생산조정이 반영돼 아시아 내 경질/중간유분 재고도 3년 평균 대비 감소하는 등 정유사에 우호적 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제마진은 기대보다 더딘 편”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로 환차손 확대 우려... 재고자산평가액이 상쇄할까

1200원 턱 밑까지 이르른 원·달러 환율도 문제다. 달러강세가 지속될 경우 외환차손이 늘어나 2분기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차손은 원유매입 대금을 거래 기준 화폐인 미국 달러로 결제했을 때 환율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손실로 영업외손실로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동일한 구매액에 대해 더 많은 원화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환차손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2분기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25일 한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투심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로 몰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공교롭게도 26일(현지시간)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계절조정치)이 시장 예상치보다 0.7%포인트 높은 3.2%를 기록하면서 달러강세는 더욱 심화됐다.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94.50원으로 1200원 문턱까지 온 상황이다. 1분기 말일보다 무려 57.2원 더 올랐다.

단순 계산했을때 정유사는 6월분 소비량에 대한 원유 거래시 3월 말 대비 달러 당 57.2원을 더 주고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배럴 당 70달러로 가정하면 약 4000원의 초과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 1분기에도 국내 주요 정유4사의 환차손은 직전분기보다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3월 말 기준 환율이 전 분기 대비 20% 가량 상승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 주요 정유4사의 올해 1분기 평균 외환차손은 약 838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 영향으로 환차손이 늘어날 것”이라며 “2분기 당기순이익에 유효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환차손은 유가 상승으로 늘어나는 재고평가 이익이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체가 보유 중인 원유 등 재고자산은 해당 시기 원유가격이 반영해 재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21일 두바이유 선물 가격은 배럴 당 70.91달러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주요 정유4사는 올해 1분기 유가 상승에 힘입어 재고자산이익을 창출했다. 지난해 4분기 배럴 당 54달러까지 하락한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주요 정유4사의 1분기 재고자산평가환입액은 208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액이 환차손을 상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