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자 구글이 즉각 행동에 돌입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관련 솔루션 공급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던져 반 화웨이 전쟁의 선봉을 자임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즉각 자체 운영체제 훙멍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20일 화웨이가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물론 지메일 등 서비스에 조만간 접근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동맹의 강력한 하드웨어 기둥인 화웨이를 버린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국면에서 화웨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불을 뿜는 가운데,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최강의 카드’로 화웨이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의 발표에 따르면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통해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순정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화웨이 P30이 보인다. 출처=화웨이

화웨이는 즉각 반격에 나서고 있다. 훙멍이라는 독자 운영체제를 발표하며 안드로이드와의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훙멍은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며 중국 신화에서 천기가 개벽하기 전 자연적인 원기를 상징하는 단어라는 설명이다. 중국 한족 중심의 대국굴기를 운영체제 철학으로 담았다는 평가다.

구글이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는 루머는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흘러나온 바 있다. 이에 화웨이는 3월 자체적인 운영체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밝히는 한편, 일부 웨어러블 기기에 전용 운영체제인 라이트를 탑재하며 돌발상황에 대비했다. 그 결과 훙멍을 중심으로 안드로이드와의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행보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극과극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독자 운영체제 시도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대비’에 불과하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를 양분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와의 협력을 배제하면 단말기의 매력도도 반감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한 때 바다 운영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생태계 구성에 실패했고, 최근에는 타이젠에 시동을 걸었으나 스마트폰 탑재에는 실패했다.

타이젠은 현재 웨어러블과 가전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운영체제로 가닥을 잡았으며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 일부에 탑재된 타이젠도 완전히 사라졌다.

화웨이가 의외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독립은 실패했으나, 당시에는 안드로이드를 벗어나려는 삼성전자에 구글이 다양한 압박 카드를 빼드는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글이 먼저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배제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삼성전자 운영체제 독립 사태와 달리 구글의 압박 카드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모바일 시대를 넘어 초연결 생태계가 시작되면 화웨이도 독자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독립을 추구할 당시는 모바일 전성시대였으나, 지금은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ICT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그 간극을 노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 사업자로 뛰어든 화웨이에게 시장의 변화 과정에서 희망이 있다는 평가다.

초연결 생태계도 기존 모바일 플랫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독립을 추구할 당시와 비교하면 화웨이가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을 잡았다는 평가다.

안드로이드의 경쟁자인 애플 iOS가 중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대목도 화웨이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애플은 iOS를 통해 특유의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텐센트의 위챗 생태계 등에 가로막혀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화웨이가 이러한 전철을 따라가며 자국 시장의 점유율을 올리는 한편 내부 생태계를 강하게 틀어쥘 경우 애플에 승리한 텐센트의 방식을 재연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