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COMPANY > 글로벌 인사이드
파국 맞는 ‘차이메리카’ 시대美中 수교 40년, 생산-소비 공생관계에서 이제는 라이벌 관계로
   
▲ 무역전쟁은 치메리카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새로운 관세가 확정되면 많은 중국 회사들에게는 큰 시장을 차단되는 것이다.   출처= CHAD CROW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우시춘은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고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회사들에게 투자해 사업을 번창시킨 수많은 중국 기업가들 중 한 명이다.

이제 미국 정부가 그의 사업을 위태롭게 함에 따라,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운영해 나가야 할 지를 재고하고 있다.

그가 투자한 한 회사 중에는, 중국에서 패션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해 아마존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회사도 있고, 전자 담배를 생산해 대부분 미국에 판매하는 회사도 있다. 또 다른 회사는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금속 재료를 생산하는데, 생산량의 40%를 미국에 수출한다. 이 세 회사 제품 모두 앞으로 미국에서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다.

우시춘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 시장에 주력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이 더 나은 공존 방안을 찾길 바랍니다. 서로 죽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함으로써 무역전쟁을 다시 촉발한 이후, 중국 정부도 예전과는 달리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13일 밤에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의 문은 열려 있다"고 한 짧은 코멘트는 "미국이 싸우려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변형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많은 기업가와 지식인들은 미국과의 협상이 합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화대혁명의 끔찍한 공포에서 깨어난 중국은 미국과 수교하기 시작하면서 투자, 시장, 기회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추구하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에 대항할 만큼 강대국이 되도록 중국을 세계 무대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게 됐다. 1969년 출범한 닉슨 정부는 당시 소련과 분쟁 중이던 중국에 대화를 제안했고 중국의 마오쩌둥 역시 소련과의 관계를 푸는데 미국과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중 정상 간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미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1979년부터 중국은 그야말로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로 수교 40년을 맞는다. 물론 정부 차원의 기념식은 없다. 2009년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던 양국은 그로부터 10년도 안돼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한 때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 공생)로 불렸던 미·중관계는 이제 ‘신냉전’이나 ‘냉전 2.0’ 같은 단어로 표현되는 ‘그레이트 게임(패권 경쟁)’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세계가 호황을 누렸고 미국도 많은 이득을 봤다. 하지만 중국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미국의 실수였을까? 중국이 WTO 가입 뒤 미국보다 중국이 훨씬 많은 이득을 가져가면서 미국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WTO 개혁과 무용론을 외치는 이유다.

‘차이메리카’란 단어는 2007년 미국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중국(China)과 미국(America)이 각각 생산과 소비로 역할을 나눠 협력하고 의존한다는 의미로 만든 말이다.  

무역전쟁은 치메리카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새로운 관세가 확정되면 많은 중국 회사들에게는 큰 시장이 차단되는 것이다.

리뤄구(李若谷) 전 중국수출입은행장은 지난해 “최근 미·중 분쟁은 무역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대중국 전략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보는 미국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미·중 분쟁은 중국의 발전 방향을 둘러싼 다툼으로 봐야 합니다.”

   
▲ 미·중 분쟁은 무역 문제가 아니다. 중국을 보는 미국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출처= Suttertock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내 무역 강경파들은 관세를 넘어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 즉 현재 미국에 장기적인 전략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관계를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미국 회사들이 그들의 공장을 (중국이 아닌) 더 우호적인 나라로 옮기기를 바란다. 그들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고 학계 및 다른 분야에서의 관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에서는 두 나라의 관계가 끊어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국경 장벽이 높아지면 중국이 과거처럼 기적적인 상승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초기 알리바바 직원이었으며 현재는 항저우에서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는 펑다후이는 중국 소셜미디어 서비스 위챗(WeChat)에 무역전쟁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 세대는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것만 보아왔습니다. 우리는 인터넷 혁명을 경험했고 세계화의 이점을 누려왔습니다. 이제 이런 낙관론은 우리를 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갑자기 다 끝나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명품을 수입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오패션(OFashion)의 샤오유 창업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성장이 둔화됐다며, "기업가로서 우리의 운명은 미국에 단단히 묶여 있다. 두 나라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이 왜 긴장된 관계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우려가 중국 정부를 흔들 것 같지는 않다. 정치 분석가들에 따르면 현재 공산당 지도부는 대미 강경파가 포진돼 있어 공식적인 목소리는 한결같이 강경하다.

양측은 서로 불신할 이유가 많다. 미국은 중국이 수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갔고, 기업의 기밀을 훔쳐갔으며, 세계 무역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다. 중국은 자국의 성공이 인민들의 노고와 희생 때문이며 무역전쟁은 번영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의 온건파들은 미중 양측이 그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서로에게 얻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같은 중국 인터넷 거인들의 초기 후원자였다. 그리고 많은 미국 기업들과 투자자들도 중국의 부상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았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을 바라는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트럼프 정부를 잘못 판단했다고 우려한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세 차례의 최고위급 경제 및 통화 회의에서 중국 관리들은 공산당 지도부가 무역 거래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우려했다.

‘치메리카 파국의 이유’라는 제하의 중국 관영신문 익명의 기사에는 "치메리카는 5월 10일 헤어졌다. 이제 미국의 룰을 채택할지, 중국의 룰을 채택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다."라고 썼다.

강경보수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것은 무역전쟁이 아니다. 25년 동안 그들(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벌인 경제 전쟁"이라며 “이 전쟁의 최종 목표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과의 협상을 방해하는 내부의 적을 '글로벌리스트(Globalist)'라고 표현하고 “글로벌리스트와 엘리트주의자들이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배넌과 리뤄구의 견해가 상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한 견해인지 모른다. 리뤄구는 일부 고위 관리들을 포함한 많은 중국인들이 미중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중분쟁은 미국이 중국의 성장에 의해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시스템의 충돌이기 때문에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된 이후 많은 게 변했다. 새로운 균형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중국의 변화가 필요하다. 출처= ShanghaiDaily 캡처

‘차이메리카’란 단어를 만든 퍼거슨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된 이후 많은 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은 단지 ‘거대한 신흥시장’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에 필적하는 경제력을 갖춰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공공연한 전략적 라이벌이다. 미국과 중국의 결혼은 이를 고려해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새로운 균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한발 물러서 미·중 간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때 가능하다고 퍼커슨 교수는 말한다. 차이메리카의 ‘이혼’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 만큼 베이징의 협상가들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가 중국의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식의 가식을 벗어 던져야 한다.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9.05.15  17:04:54
홍석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홍석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84 10F, 이코노믹리뷰/이코노빌 (운니동, 가든타워) 대표전화 : 02-6321-3000 팩스 02-6321-3001
기사문의 : 02-6321-3042 광고문의 02-6321-3012 등록번호 : 서울,아03560 등록일자 : 2015년 2월 2일
발행인 겸 편집국장 : 임관호 편집인 : 주태산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진혁
Copyright © 2019 이코노믹리뷰.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