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을 발표한 가운데, 새로운 총수 전성시대가 열려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IT 업계 최초로 정부가 인정한 대기업이 됐다.

총수 지정에 있어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정된 가운데 올해에도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 타계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의 콘트롤 타워로 올라선 구 회장은 지분 상속을 위해 자회사를 매각, 9215억원의 상속세를 마련한 상태다. 이어 (주)LG의 주식 49.9%를 담보로 내며 경영 승계를 마무리하고 있다. LG그룹의 특성상 경영경 분쟁 등 소위 '내홍'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구 회장이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기 때문에 추후 무난한 경영이 예상된다.

총수로 지정된 박정원 두산 회장도 이미 (주)두산 6.4%를 가진 최대주주며 2016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오너 4세 경영시대를 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최근 전지박·동박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을 독립시키는 한편 두산중공업의 SAP 플랫폼 기반 디지털 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계열사의 경영난이 커지는 것은 악재지만 단기적 위기를 극복한다면 향후 경영에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고 조양호 회장이 타계한 후 이번에 총수로 올라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사정이 다소 복잡하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받으려면 20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며, 무엇보다 내부에서 조 회장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매 모두 지분이 비슷한데다 일각에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수렴청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대 주주인 KCGI 한진칼 지분이 15%에 육박하는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한편 공정위가 10조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으로 지정하며 HDC와 함께 카카오를 새롭게 편입시켜 눈길을 끈다. 2016년 대기업 집단에 선정됐으나 IT 기업과 제조기업의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 기준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라간 가운데 카카오는 6개월만에 대기업에서 빠졌으나 이번에 재차 이름을 올리게 됐다. 카카오의 올해 자산은 공정위 기준 10조6000억원이며 카카오의 소속사는 71개다.

대기업 집단에 선정되면 향후 인수합병 등 신사업 타진에 있어 정부 당국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카카오의 이번 대기업 집단 선정을 두고 업계에서 많은 뒷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의 악영향은 없겠지만 추후 IT 기업의 공격적인 성장 동력 발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자산 8조3000억원으로 10조원에 미치지 않아 준대기업 집단에 머물렀다. 일본의 라인을 더하면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자회사만을 기준으로 하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준대기업으로 남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