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접히는 화면 기술이 전화기에서 노트북으로 도약했다.

중국의 IT기기 업체 레노버(Lenovo)가 13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화면이 접히는’ 노트북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새로운 컴퓨터 디자인 방향이 우리가 최근에 접했던 접이식 전화기보다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화면 한 가운데가 접히는 노트북을 보면 누구나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평평하게 펼쳐 놓으면 레노버의 랩탑은 여느 랩탑과 다를 바 없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실행하는 평범한 13.3인치 태블릿이다. 그러나 랩탑을 반으로 접으면, 뚜껑 달린 작은 노트북처럼 테이블 위에 똑바로 세울 수 있다. 접은 채 손 위에 올려 놓으면 영락없는 전자책이다. 완전히 접으면 우리가 오래 동안 애용해온 가죽 표지의 업무용 캘린더로 되돌아온다.

레노버는 이 제품에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았는데, 아마도 2020년쯤에 레노버 씽크패드(ThinkPad) 새 라인업으로 정식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레노버는 아직 가격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신기술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 중국의 IT기기 업체 레노버(Lenovo)가 세계 최초로 ‘화면이 접히는’ 노트북을 공개했다.   출처= The Verge

삼성의 갤럭시폴드(Galaxy Fold) 같은 접이식 전화기보다 접이식 노트북에 조금 더 강하게 끌리는 이유는, 삼성이 지난 달 제품도 출하되기 전에 2000달러의 선불을 받았기 때문 만은 아니다. 삼성이 갤럭시 폴드를 리콜하기 전에 캘럭시 폴드는 태블릿과 전화기가 동시에 되려고 했지만, 그것은 두 가지 모두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었다. 전화기로서의 갤럭시 폴드는 화면이 비교적 작은 편이었고, 태블릿 형태로 펼친 상태에서도 중요한 작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지 않았다.

그러나 레노버의 접이식 랩탑은 단지 한 가지만 되려고 한다. 반으로 접은 랩탑은 들고 다니기에 너무 편하다. 이 제품은 무게가 2파운드(0.9 kg)가 조금 안 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작은 노트북 무게다. 그러나 반으로 접었을 때의 크기 9.3인치(대각선)는 휴대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물론 주머니에는 넣기에는 아직 너무 큰 것 같지만, 이 회의실 저 회의실 이동할 때나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 작은 가방에 쏙 집어넣거나 팔짱 밑에 끼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타이핑 작업은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랩탑을 90도로 접은 상태에서는 화면의 평평한 부분이 키보드가 될 수 있지만, 스크린 타이핑이 그리 편안한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레노버는 이 기기를 판매할 때 휴대할 수 있는 무선 키보드와 펜을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이 랩탑에는 또 일반 노트북과 마우스를 갖춘 워크스테이션으로 사용하기 위한 2개의 USB-C 포트가 장착되어 있다.

▲ 랩탑을 90도로 접은 상태에서는 화면의 평평한 부분이 키보드가 될 수 있지만, 스크린 타이핑이 그리 편안한 것 같지는 않다.   출처= The Verge

레노버는 이 제품 개발에 3년이 소요됐으며, LG디스플레이가 만든 해상도 2K의 플렉시블 OLED 스크린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LG디스플레이의 자매회사인 LG전자는 지난 1월 CES에서 요가매트처럼 둘둘 감을 수 있는 4K TV 시그니처 OLED TV R을 공개했다).

가장 큰 의문은 접이식 노트북이 실제 사용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삼성 역시 갤럭시폴드의 문제가 전화기의 힌지(hinge, 경첩 부위)에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레노버는 이 접이식 씽크패드가 품질관리 테스트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출하하지 않을 것이며, 삼성의 갤럭시 폴드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노트북의 뒤쪽 힌지는 각종 미세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가죽으로 덮여 있다. 화면의 가장자리도 보호막이 벗겨지지 않도록 밀봉되어 있다. 레노버의 시제품 랩탑에도 화면의 접히는 부위에 약간의 주름이 잡혀 있었지만 갤럭시 폴드처럼 눈에 띄는 느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