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티켓 거래 플랫폼으로는 사실상 유일하게 활동하는 곳인데, 최근 재미있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끕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 플랫폼 사업자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희한하고 신기한 실험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티켓베이의 ‘정가 이하 티켓 거래 서비스’입니다. 무슨 서비스냐. 만약 A라는 사람이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클래식 공연 티켓을 구매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공연 당일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고, 공연을 관람할 수 없게 됐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라면 “다음에 또 가지 뭐, 아니면 프랑스 공연 때 전용기로 가 볼까?”라고 티켓을 버리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손실을 만회하려 노력할겁니다. 지인에게 티켓을 선물하며 ‘덕’이라도 쌓거나, 중고나라 등에 올려 빠르게 판매를 하려고 할 겁니다.

여기서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중고거래에서 티켓을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도 여러 가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티켓을 구매하려는 사람도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해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합니다. 최근 중고거래의 투명성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왠지 벽돌이 날 찾아오지 않을까 두렵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편하게 취소 수수료를 부담하며 환불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정가 이하 티켓 거래 서비스가 대안으로 부상합니다. 티켓베이 플랫폼에서 티켓 구매 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 시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신규 서비스입니다. 개인 사정으로 티켓을 환불해야 한다면 해당 서비스로 찾아가 등록하면 됩니다.

티켓베이의 정가 이하 티켓 거래 서비스를 통하면 수수료 없이 해당 티켓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어 금전적 손실 없이 양도, 양수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순환 구조 조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사기사고 발생률 제로(ZERO)를 기록하고 있는 티켓베이 ‘고객 보호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습니다. 즉, 벽돌의 공포는 없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여기서 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나옵니다. 해당 서비스를 공유경제로 봐야 할까요? 누군가의 개인사정으로 유휴자산이 되어버린 티켓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점에서 공유경제의 틀에는 존재하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는 순간 완벽한 공유경제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공유경제는 2000년대 초반 로렌스 레식 교수가 재정의하기 전까지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으며, 여기에는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렌스 레식 교수 이후의 공유경제 기업은 사실은 온디맨드 플랫폼이며, 여기에는 수수료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합니다.

티켓베이의 실험이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티켓베이는 필연적으로 플랫폼 수수료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데, 정가 이하 티켓 거래 서비스에서 티켓베이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의 공유경제, 아니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이 수요와 공급을 맞추며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중개해 수수료를 얻고 있지만 티켓베이는 최소한 정가 이하 티켓 거래 서비스에서는 이런 방식을 포기했다는 겁니다.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이 수수료를 받으면서 수요와 공급 교환이 벌어지는 ‘시장’을 유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기한 실험입니다. 그러니까 공유지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일정수준의 플랫폼 시장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를 받는데, 티켓베이는 비용 충당을 위한 수수료를 포기한겁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로렌스 레식 교수 이전의 공유경제의 방식과 많이 닮았습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소비. 단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위해 무상으로 자비를 댄다는 점은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는 현대의 온디맨드 플랫폼 방식이지만 일단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새롭습니다.

▲ 정가 이하 티켓 거래 서비스 캠페인도 한다. 출처=티켓베이

공유경제 차원에서는 매우 이상적인 이론이지만, 수익을 올려 ‘먹고 살아야 하는’ 티켓베이는 왜 이런 파격적인 실험에 나서는 것일까요? 티켓베이 관계자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한편, 추후 글로벌 사업을 위한 플랫폼 조성을 위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무보수로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수호자가 되어 플랫폼, 즉 시장을 지킨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시장을 확대하고 지키기 위해. 즉 마케팅적 성격도 강하다는 겁니다. 전통적인 소비의 방식인 공유경제가 이런 방식으로 현대의 비즈니스에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술로 적용될 수 있군요.

티켓베이는 이 서비스를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며, 심지어 관련 캠페인도 벌인다고 합니다. 결론을 예단할 수 없지만 참 신선한 공유경제의 재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티켓베이의 페이지를 그대로 카피했다가 문제가 되자 슬쩍 폐업한 모 유명 게임사 창업주 출신이 CEO인 회사도 이런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요? 여튼, 신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