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차량호출 회사 우버는 지난달 공모가를 44~55달러로 예상했다.   출처= Ub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경쟁사 리프트(Lyft)의 실망스러운 데뷔와 이후 주가 폭락을 지켜본 우버테크놀로지(Uber Technologies)가 자사의 공모가를 목표의 중간점 이하로 책정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8일(현지시간)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우버는 10일 상장을 하루 앞둔 9일에 가격을 책정할 예정으로 현재 전국의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우버는 이미 지난 주, 당초 1000억 달러 평가액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크게 줄여 800억 내지 900억 달러(94조~105조원)로 보고, 주당 가격을 44~50 달러(5만 2000원~5만 9000원)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모가에 대한 자신들의 주문을 입력하고 있어, 9일 오후 가격이 결정되기 전에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주 전망치 범위의 중간 미만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주당 47달러 선에서 가격이 책정된다면, 비록 크게 후퇴했지만 우버의 평가액은 대략 860억 달러가 될 것이다. 그 정도 선이라 하더라도 소프트뱅크그룹 같은 현재 투자자들은 여전히 큰 횡재를 거둘 수 있겠지만 그들이 처음 눈독을 들였던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우버는 공모가격 범위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몇 주 전에 전환사채 보유자들에게 주당 48~55달러, 즉 평가액 900억~1000억 달러가 될 것이며 공모 시점에는 평가액이 80억~100억 달러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는 서한을 보냈다. 실제로 지난해 주간사인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삭스 그룹은 평가액이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회사측에 제시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우버의 공모가 예상치는 적어도 불행한 시기에 희생 제물이 된 것처럼 보인다. 7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기술주 중심으로 강한 매도가 나타나면서 수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이번 주 들어 약 2% 하락했으며 투자자와 거래자들은 앞으로 더 불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자 리프트 주가의 추락으로, 최근 몇 주 동안 우버의 상장은 빛을 잃었다. 리프트의 주가는 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11% 하락해 상장 이후 거의 최저 수준으로 마감했다.

리프트의 주가는 현재 IPO 가격에서 27%나 떨어졌지만 이 회사가 로드쇼(roadsow, 순회설명회)에서 목표로 했던 가격 범위 보다 높은 가격이다. 이것이 우버의 의사 결정자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지 모른다.

우버 투자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또 다른 변수는, 7일 미 전역의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들이 회사로부터 받는 금액이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수 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우버의 IPO에 대한 기대감 감소는, 모처럼 많은 대형 기술 스타트업들이 상장 시장에 뛰어들며 몇 년 만에 좋은 시기를 만난 해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데뷔한 다른 스타트업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미지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핀터레스트(Pinterest)의 주식은 현재 공모가보다 50% 이상 상승했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원격화상회의 소프트웨어 회사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Zoom Video Communications)의 주가는 공모가의 두 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체육류 스타트업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공모가의 3배 이상 올랐다.

▲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로드쇼를 하는 동안 전자상거래의 거인인 아마존과 우버를 비교하려고 노력했다.  출처= Bloomberg 캡처

어쨌든 투자자들의 IP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최대 수혜자는 역시 소프트뱅크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기술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Vision Fund)는 우버의 상장으로 약 30억 달러(3조 5000억원)의 페이퍼 수익(paper profit)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가 2018년 초 77억 달러에 이 회사의 지분 15%를 사들였을 당시만 해도 우버는 일련의 스캔들로 위기를 맞고 있었고 당시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약 48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익은 2017년 봄에 출범한 1000억 달러 비전 펀드가 지금까지 거둔 가장 큰 승리 중 하나다. 현재 이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IPO 추진 업체들이 이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가능성도 이 없으란 법도 없어 펀드의 공격적 투자를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실제로 규모는 이만 못하지만 또 다른 승리도 있었다. 소프트뱅크가 3억 달러 정도를 투자한 헬스케어 벤처기업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는 2018년 10월에 상장해 현재 6배 이상 가치가 올랐다. 이 펀드가 투자한 기업 메신저 개발회사 슬랙 테크놀로지(Slack Technologies)와 사무실 공유회사 위워크(WeWork)도 올해 데뷔할 대형 상장주로 주목받고 있다.

비전펀드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비전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매달 최소한 하나 이상의 회사가 상장 시장에 데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버는 로드쇼를 하는 동안 전자상거래의 거인인 아마존과 자신을 비교하려고 노력했다. 아마존도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여러 다른 서비스에 투자하면서 기업 공개 이후 몇 년 동안 손실을 보았지만, 오늘날 그런 투자들이 아마존에 새로운 성장을 가져다주었고 회사가 오늘날 같은 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버는 아마존의 길을 마음에 새긴 것 같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IPO 관련 서류에 다음과 같은 편지를 동봉했다.

"우리는 장기적인 이익을 분명히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단기적인 재정적 희생을 회피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