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차량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가 10일 기업공개(IPO)에 돌입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다양한 이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하는 차량공유 플랫폼의 합종연횡이 글로벌 무대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미래를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기업가치가 생각보다 낮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온디맨드 플랫폼 존재감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쪽도 만만치 않다.

기업가치는 얼마나?

우버는 최근까지 IPO를 통해 기업가치 1000억달러를 평가받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대주주로 올라섰을 당시 기업가치가 48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를 넘기는 몸 값이다. 우버에는 골드만삭스와 벤치마크 등 월가의 투자은행(IB)이 투자를 단행한 바 있으며, 이들이 우버의 IPO로 투자 원금의 수 배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문제는 우버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우버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12억7000만달러, 적자 18억5000만달러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액만 10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확인된다. 적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우버의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우버의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우버가 IPO에 나서며 공모가 47달러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으며 기업가치는 86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버에 투자를 단행한 모건스탠리 등 IB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버의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 이상으로 전망하지만, 적자 폭이 커지는 한편 미래 성장 동력에 있어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반론도 우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버의 미국 내 경쟁자 리프트의 행보도 우버에 대한 낮은 기대치에 힘을 더한다. 리프트는 지난 3월 29일 IPO에 돌입하며 초반 승승장구했으나 1분기 11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되며 생태계의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지만, 동일 업종의 스타가 크게 흔들리는 지점은 우버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리프트의 주가는 한 때 72달러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60달러 선을 반복하고 있다.

우버의 롤모델, 아마존?

현 상황에서 우버의 기업가치는 WSJ의 전망대로 800억달러 수준이 유력하다. 미중 무역협상이 막판 혼조세로 돌아서는 한편 베네수엘라 사태, 이란 사태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으로 빠지자 전반적으로 증시 약세 현상이 보이는 대목도 부담스럽다. ‘대박’을 터트리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우버가 아마존처럼 큰 틀에서 세상을 휘어잡을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마존은 창업 후 장기간 적자의 늪에 허덕였으나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다. 우버도 새로운 ICT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경쟁력이 사회 전반에 스며든다면 제2의 아마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차량 온디맨드 플랫폼 시장의 흐름이 우버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우버는 지난해 초 조직 내외부의 논란이 한꺼번에 터지며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가 물러났으나,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참여하며 쇄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우버를 중국과 동남아시에서 밀어낸 디디추싱과 그랩에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인도의 올라와 함께 일종의 온디맨드 모빌리티 연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한 때 반 우버 전선을 이끌면서 우버와 대립하던 중 단숨에 우버의 운전대를 잡아 글로벌 모빌리티의 전략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와 일본의 도요타가 자율주행차 협력을 위해 협력하는 한편, 두 회사는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차 부문인 크루즈에 약 1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GM 크루즈는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상태에서 일본의 혼다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버와는 상업용 자율주행차 기반 호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우버가 선봉장으로 나서며 각 지역의 ICT 플랫폼과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로 묶이는 현상이다.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우버와 그 외 지역의 강자,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와 차량 호출 서비스를 단일 플랫폼으로 구축하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의 ‘천하통일’이 완성되는 셈이다.

최근 모빌리티 플랫폼은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처럼 마이크로 모빌리티, 즉 퍼스널 모빌리티와 연결되거나 열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과도 결합해 일종의 기반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파생 서비스가 등장하면 수익성과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아마존처럼 뚜렷한 경쟁자 없이 팽창정책을 펼칠 수 있으며, 글로벌 무대라는 넓은 지역을 시장 권역으로 둘 수 있다.

소프트뱅크 모빌리티 선봉장 우버가 충분히 제2의 아마존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우버에게는 아마존에 없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라는 든든한 우군도 있다.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기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며, IPO 후 명확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면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하는 넓은 플랫폼 생태계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한 방’이 있다는 평가다. 리프트와 달리 넓은 시장을 무대로 하며 아마존의 초반과 달리 든든한 파트너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빌리티 특유의 다양한 가능성은 우버의 로드맵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다.

다만 우버도 플랫폼의 저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약점도 있다. 우버의 IPO를 앞두고 9일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주요 나라에서 우버와 리프트의 운전자들이 동맹파업에 나선 지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우버와 리프트가 운전자들에게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강요한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촉구했다. 지금까지 우버와 리프트에 반대하던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나온 사례는 있으며 우버 운전자들이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 시절 정치적인 이유로 간헐적인 반발에 나서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처우를 두고 대규모 집단적인 반발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우버의 문제가 아닌 온디맨드 플랫폼의 문제다. 온디맨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비즈니스의 시작을 결정하며, 플랫폼 사업자는 이에 맞는 공급 서비스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공급자들은 수요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우려된다. 최근 쏘카의 VCNC 타다 운전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논란이 미약하지만 조금씩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버가 장기적으로 큰 꿈을 꾼다면, 당장의 수익에 대한 고민과 함께 온디맨드 플랫폼의 고질적인 부작용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