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근로자들의 유일한 노후보장 수단인 퇴직연금의 운용관리가 천수답처럼 하늘만 쳐다보고 경작하는 행태를 못 벗어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18년말 기준 퇴직연금 연간 운용수익률이 1.01%를 기록하여 역대 최저치 수익률을 기록한 이후 글로벌 경기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올해 1분기 실적도 여전히 변함없는 저수익률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1분기 퇴직연금 운용사업자별·유형별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이 1.62%, 확정기여형(DC)이 1.16%, 개인형퇴직연금(IRP)이 0.99%를 기록하여 지난 연말 대비 각각 0.16%포인트, 1.08%포인트, 1.36%포인트 개선된 실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연초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중에 나타난 단기 실적이기도 하고 여타 금융상품의 수익률과 비교해도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안내하는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8일 현재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2.70%에서 최저 연 1.80%를 제공하고 있다. 1금융권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최고 연 2.35%에서 최저 연 1.40%의 금리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정기예금을 이용하면 확정금리를 확보하면서도 별도의 수수료 공제 없이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안정된 방법도 아닌 운용전략으로 낯 부끄러운 수익률을 거두고도 관리비용 명목으로 곶감 빼먹 듯 수수료는 꼬박꼬박 챙겨가니 투자자들만 속을 끓이고 있다.

민광제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복지담당 사무관은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정책으로 기금형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연금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국무회의 통과 후 국회로 옮겼으나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근로자 퇴직연금 제도 개선이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8 년말 기준 근로자 퇴직연금 적립자산 총잔액은 190조원으로 지난 2017 년말의 168조원 대비 22조원(13.09%)이 증가했다. 이중 퇴직연금 적립자산의 대부분인 82.35%(156조 4670억원)를 15개 주요 금융회사들이 나눠 운용하고 있다.

이에 적립자산 3조원 이상인 15개 운용사업자들의 2018년 말, 2019년 1분기 말 기준 DB-DC-IRP 등 유형별 퇴직연금 수익률과 총비용부담률, 적립자산잔액 등을 자세히 알아본다.

천수답형 운용전략 역대 최저 수익률 2018년 1.01%, 올해 1분기 평균 1.25%

15개 주요 자산운용사가 운용한 지난 1분기말 퇴직연금 각 유형별 평균수익률을 보면 DB형 1.62%, DC형 1.16%, 개인형IRP 0.99%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 전체 유형별 퇴직연금 수익률과 비교하면 DB형은 0.16%포인트 상승했고, DC형과 개인형IRP 1.08%포인트와 1.36%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각 유형별 퇴직연금 수익률을 단순 평균하면 1.25%로 지난 2017년 평균수익률 1.88% 대비해서는 0.63%포인트 낮고, 2018년말 평균수익률 1.01% 대비해서는 0.24%포인트 개선된 실적이다. 그러나 이 수익률도 여전히 일반 금융상품의 평균 수익률과 대비해서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의하면 지난 3월말 기준 전체 금융기관의 저축성수신 신규취급액 평균금리는 1.95%로 올해 1분기 퇴직연금 평균수익률 1.25%와 비교해 0.70%포인트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연간 수입하는 총비용부담률은 최고 0.49%에서 최하 0.27% 사이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평균 0.40%를 기록하고 있다.

총비용부담률은 운용사들이 퇴직연금 관리비용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수수료로 매년 정률의 수수료를 받는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운용수익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한해 전인 2017년보다 최소 0.02%~0.05%의 수수료율을 인상했다. 그렇찮아도 낮은 수익률에서 투자자에게 돌아갈 몫이 이만큼 삭감되는 셈이다.

올해 1분기 최고 수익률, DB형 삼성증권 2.02%, DC형 삼성화재 1.78%, 개인형IRP 삼성화재 1.43%

올해 1분기 기준 주요 15개 자산운용사별-유형별 퇴직연금 수익률을 비교하면

DB형의 최고 수익률을 올린 자산운용사는 삼성증권이 2.0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최하 수익률을 올린 운용사는 기업은행이 1.19%로 최하위에 자리했다.

DC형 최고 수익률을 올린 자산운용사는 삼성화재가 1.78%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가장 낮은 수익률을 올린 운용사는 삼성증권으로 –0.36%를 기록했다.

개인형IRP의 최고 수익률을 올린 자산운용사는 삼성화재가 1.4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가장 낮은 수익률을 올린 운용사는 삼성증권으로 0.19%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민 사무관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퇴법 개정안에는 DC형 퇴직연금을 가입한 근로자 중 투자상품을 지정하지 않은 경우 대표 모델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제’는 들어있지 않고 고용부에서 검토중에 있다” 면서 “기금형 퇴직연금제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현재의 계약형 퇴직연금제도하에서도 자산운용사들은 수익성 향상 역량을 높이고, 근로자 개개인이 투자계획서(IPS, Investment Policy Statement)등을 제출하는 등 방법으로 자기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