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추가 인상을 밝히면서 다시 무역전쟁의 감운이 전세계를 휘감고 있다.   출처= Financial Time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중 무역협상이 사상 최대의 놀라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자찬 홍보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인 지난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돌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세계에 무역전쟁의 감운이 다시 감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을 특유의 협상 전술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높은 경제 성장률과 탄탄한 고용지표, 낮은 물가 라는 견조한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든 트럼프가 배짱이 커지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1분기 성장률이 3.2%를 보였고, 4월 실업률은 3.6%로 4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의 기준 지표가 되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도 1.6%에 머물고 있다. 특히 주가 움직임에 민감한 트럼프가 최근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주식 시장의 호조에 자신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뉴욕 3대 지수와 유럽 주요지수가 폭락하고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고, 중국도 가만히 당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뉴욕 3대지수·유럽 주요 지수 일제 급락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타결 지연 우려가 높아져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기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79% 하락한 2만 5965.09를 기록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65%, 나스닥종합지수는 1.96%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올 들어 세 번째로 큰 일일 낙폭을 보였다.

유럽 주요 지수도 모두 1.5% 이상 급락했다. 독일의 닥스 지수는 1.58%, 영국의 FTSE는 1.63%, 프랑스 까그 지수는 1.60% 각각 하락했다.

상품가격·국제유가도 급락  

상품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세계 경기에 가장 민감한 금속인 구리가격은 미중 무역전쟁 재개 조짐으로 중국에서 수요가 크게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1.5% 급락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구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이날 구리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전거래일보다 1.5% 하락한 파운드당 2.7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로 인한 원유 공급 우려가 불거졌음에도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회담 타결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중동 긴장 고조 우려를 압도했다는 의미다.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글로벌 성장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4%(0.85달러) 떨어진 61.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0.66달러까지 밀리며 3월 2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36달러(1.9%) 내린 69.88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4월 4일 이후 최저치다.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호조에 자신감을 얻고 있고 시진핑 주석도 최근 경기 부양책의 성공으로 역시 자심감을 갖고 있어 양국 모두 협상 양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처= Yahoo

中 협상 임하되 “굴복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도 대미 강경파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예정된 협상은 계속하되 위협에 굴복하지는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7일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 위협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상황이 중국에 안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요구를 한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양보를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테이블을 뒤엎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도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은 최근 협상팀이 추가 양보를 건의하자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아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승리를 선언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강경파들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최근 경기부양책이 성공하면서 중국의 경기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1분기 GDP 성장률이 6.4%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6.3%보다 0.1%포인트 높다.

이에 따라 중국 지도부는 무역전쟁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어 지나치게 대미 저자세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미중 무역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중국은 갈등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호 존중과 평등이 미중 무역협상을 타결하는 전제 조건이자 기초"라며 "추가 관세 부과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