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고, 사실상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인하했다. 주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의 감소가 불가피해진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포함한 조건을 수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버리지 비율 완화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산업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규제에 막혀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사업 등을 확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기업이 타인자본에 의존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비율로, 통상 기업의 부채의존도를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보호와 카드산업의 경영 악화를 이유로 여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 한도를 6배로 규정했다.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 한도는 캐피탈사의 한도 10배에 비해 현저히 낮다. 당국이 카드사에게 이렇게까지 엄격한 제한을 두는 이유는 지난 2003년 발생한 카드대란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당시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신용카드 부문의 규제를 대거 완화해 신용카드사용을 활성화했다. 그 결과 40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가 생겨났다. 카드사들은 은행으로 흡수합병 되고, 막대한 자금 투입 등이 이뤄졌다. 금융당국이 카드사가 타 여신금융사보다 외부충격에 대한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

지난 2002년 경기부양책으로 신용카드 활성화가 이뤄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철폐하고, 카드시장 진입 요건 등 신용카드 부문의 규제를 대거 완화했다. 그 결과 40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가 생겨났다. 카드사들은 은행으로 흡수합병 되고, 막대한 자금 투입 등이 이뤄졌다. 카드대란은 금융당국이 카드사가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기 때문에 타 여신금융사보다 외부충격에 대한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는 사례가 됐다. 

카드대란 이후에도 카드사들의 마케팅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카드사 8곳의 마케팅비용은 6조7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1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카드사들 또한 과당경쟁이 완화되길 바라고 있다. 이번 수수료 개편안발표 후속조치로 ‘부가서비스 축소’ 시행을 요구한 이유도 이와 같다. 동시에 경쟁을 부추길지 모를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한다.

삼성카드는 8개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반대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산업 내 출혈경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한다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카드사들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사전에 마련한 후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수익이 감소함에 따라 제2의 카드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의 부실가능성을 줄여주는 레버리지 비율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카드대란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규제를 완화하기 전에 카드사들이 과거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내부 장치가 준비됐는지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익창출’이지만, 이익만 쫓다 또다시 카드대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확실한 준비를 해둔다면 금융당국도 흔쾌히 기회를 열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