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희토류 금속에 대한 독점을 경제적·전략적 무기로 사용해 왔다.   출처= Seek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의 제조업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값싼 노동력에 최근 들어 바짝 추격해 오는 기술력은 미국의 가장 큰 경계 거리 중 하나다. 미국은 또 중국의 기술 강제 이전 관행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미국 협상가들은 정작 양국의 안보와 생활 수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원자재를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은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희토류 금속은 대부분의 중요 기술 장비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세륨(cerium)이 없는 차, 유로퓸(europium)이 없는 스마트폰, 네오디뮴(neodymium)이 없는 유도탄은 만들 수 없다. 중국은 현재 전략적으로 중요한 희토류 금속 16개의 공급을 모두 통제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금속 생산의 96%가 중국 국경 안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대중 무역 협상에서 미국 협상가들은 과연 희토류를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나 될지에 대한 것은 전혀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유시장 원칙에 따라 희토류의 공급과 가격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중국은 희토류 금속에 대한 독점을 경제적·전략적 무기로 사용해 왔다.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열도 분쟁이 일어나자 중국은 희토류 금속의 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은 비록 단기간의 희토류 금속 공급 중단이 일어나도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즉시 한 발 후퇴했다. 희토류의 위력을 잘 보여준 사례다.

중국은 최근, 희토류 금속 가격을 외국 보다는 국내에서 더 낮게 유지하는 현명한 가격 정책을 펼쳤다. 이 때문에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유럽, 일본, 미국 회사들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희토류를 싸게 구입하기 위해 중국 회사들에 귀중한 기술을 많이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덕분에 중국은 일자리까지 얻게 되었다.

▲ 전기, 전자, 촉매, 광학, 초전도체 등에 쓰이는 희토류는 전세계에서 연간 12만 5000t 가량이 소비되고 있는데 중국이 전세계 소비량의 96%를 공급한다.   출처= Phys.org

중국의 이런 영리한 가격 정책은 지난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제동이 걸렸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국의 이익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항소한 상태다.  

WTO가 당분간 중국의 위협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인지, 미국 협상가들은 희토류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중국 중심의 다국간 협정을 통해 WTO의 대체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언젠가는 WTO를 떠나 자신이 구축한 일대일로 네트워크에 힘을 실어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희토류 금속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기업들에게 중국에 공장을 짓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위협한 바대로 만일 미국이 먼저 WTO에서 탈퇴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경제는 중국의 희토류 금속 공급망 밖으로 나가는 것이 되고, 중국은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희토류 금속 공급을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협정에는 강력한 실행 의무와 투명한 메커니즘으로 중국내외에서 희토류에 대한 공급 및 가격 안정을 요구하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언제든 WTO를 탈퇴한 뒤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방해할 수 있는 입장을 취하려 할 것이고, 앞으로의 모든 무역분쟁에서 이를 강력한 영향력으로 사용할 것이며, 더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전략적인 군사적 우위를 결정적으로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희토류란
희토류(Rare-Earth Element)는 존재량이 많지 않아 희귀한 금속을 말한다. 땅에서 극히 소량만 추출할 수 있다. 땅속 함유량이 ‘100만분의 300’에 불과해 이름까지도 란타늄(lanthanum, 숨어있다), 디스프로슘(dysprosium, 얻기 어렵다)는 등의 명칭이 붙어져 있다. 열과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전기, 전자, 촉매, 광학, 초전도체 등에 쓰인다. 휴대폰, 태블릿PC, 디스플레이, 전기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품이다. 매년 세계에서 희토류 12만 5000t 가량이 소비되고 있는데  중국이 전세계 소비량의 96%를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