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레트의 가열식 면도기에는 1초 안에 50˚C까지 가열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워밍 바, 5중 면도날, 충전식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다.    출처= Gillett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질레트(Gillette)의 최신 면도기는 여분의 칼날이 더 있거나 손잡이가 특별히 개선된 제품은 아니다. 대신 질레트의 200달러짜리 면도기에는 남성들에게 "뜨거운 수건 면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가열바가 장착되어 있다.

소비재 대기업 프록터앤갬블(P&G)이 소유하고 있는 질레트에게 신제품 가열식 면도기는 단순한판매 전략이 아니다.

질레트는 110˚F(43˚C)와 122˚F(50˚C)의 두 가지 열 설정이 있는 첨단 고급 면도기를 구입할 고객층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면도기에는 과열 방지를 위한 열감지기와 안전 기능도 내장되어 있다.

지난해 11월 투자자의 날에 가열식 면도기를 처음 공개하면서 P&G의 게리 쿰베 안면정리제품사업부(Grooming Division)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이 제품을 "초프리미엄(super-premium) 최고급 면도기"라고 소개했다.

"시장의 초기 반응만 봐도 이런 종류의 제품에 대한 잠재적 시장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의 알리 디바지 애널리스트는 "미국 면도기 산업은 무작정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어서, P&G는 가열식 면도기 같은 프리미엄 혁신을 도입함으로써 일부 고객들이 기존의 일반 질레트 면도기를 업그레이드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Harry's)나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같은 경쟁사들로 인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첨단 고급 면도기로 업그레이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질레트의 중요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가열식 면도기는 또 P&G라는 회사가 소비재 전문 회사이지만 혁신과 최첨단 기술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P&G는 올해 가전전시회(CES)에서 AI를 이용해 맞춤형 스킨케어 추천을 하는 올레이 스킨 어드바이저(Olay "skin advisor") 플랫폼과 스마트홈 향수 시스템인 에어리아(Airia)와 함께 이 가열식 면도기를 선보였다.

쿰베 CEO는 2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제품에 대한 안면정리 업계의 반응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질레트는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이 가열식 면도기를 한정 판매했는데, 1주일 만에 동이 났다.

이제, 질레트가 이 제품을 대중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질레트는 이달 3일부터 질레트 면도기 구독 사이트, P&G의 고급 쉐이빙 매장 및 사이트에서 사전 주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가열식 면도기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워밍바가 있어 1초 이내에 가열된다. 면도날은 5중날로 되어 있고 충전식 배터리를 갖추고 있으며, 한 번 충전으로 6번 면도를 할 수 있다. 무선 충전기도 함께 공급된다. 4개들이 면도날 카트리지 한 팩의 가격은 25달러다.

면도기라는 외길

질레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치열한 경쟁에 시달려 왔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사이에 P&G의 남성용 면도기 시장 점유율이 13%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길레트는 기존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10달러 미만의 3중날과 5중날 면도기를 출시했으며, 냉각 기술을 적용한 일회용 면도기를 출시하는 등 다각적으로 대응했다. 지난해에는 민감한 피부를 가진 남성을 위한 신제품 스킨가드(SkinGuard)를 출시했다.

지난 4월 실적발표회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회사에게 사양 산업인 면도기 사업을 계속 이어갈 의향이 있는지 질문하자 존 몰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면도기 사업은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사업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