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박스 위의 정물 2014, 캔버스에 유화, 91×72㎝(The Still life on the wine box 2014, Oil on canvas, 91×72㎝)

구자승은 정물이 정말로 정물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있다. 나는 그 아이디어를 무대 위에서 지휘하는 연출자처럼, 정물화의 연출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의 타성을 깨뜨리기 위해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파괴하여 무언가 별다름의 느낌을 유도해내는 마술이라고 해야 옳다.

그의 사물은 그것이 당연히 거기에 높여져야 하는 상식을 깨뜨리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초현실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데페이즈망의 수법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정물을 보거나 읽는 하나의 고정관념의 틀을 깨려 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 작업실에서 한 때

예컨대 커다란 궤짝위에 계란 한 개가 놓이고 다시 그 궤짝 옆에는 파이프가 커다랗게 그려지며 다시 그 반대쪽 공간에는 정확히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긴 장대가 벽에 기대져 있다. 또 그 장대 끝은 헝겊으로 방망이처럼 만들어져 있다.

이들 사물의 놓임새가 연출적인 아이디어의 반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일상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왜, 계란 하나가 정중하게 모셔지듯이 궤짝 위에 놓여 있는가, 왜, 파이프는 궤짝위에 있지 않고 땅바닥에 궤짝과 함께 나란히 있어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

그것은 병이나 항아리, 과일을 탁자 위에 배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ARTIST KOO CHA SOONG,具滋勝,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작가,구자승 화백,KOO CHA SOONG) 물로 ‘왜’라는 물음에 대답하는 일에 친절하지가 않다.

△글=박용숙|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