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의료보험이 적용돼서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은 약 30~40% 정도이며 나머지 치료 비용은 의료보험공단에서 각 병·의원에 지급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감기로 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면 초진일 경우 약 1만5000원 정도를 지급해야 하지만 70%가량이 의료보험공단에서 지급이 되므로 환자는 5000원 정도의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

의원과 의료보험공단간의 비용처리는 두 기관이 알아서 하게 되므로 환자는 여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된다.

만일 의료보험공단이 환자에게 1만원을 지급하고 이는 진료받은 의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니 가서 돌려주라고 한다면 일이 복잡해지고 귀찮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실제로 보험회사들이 이같이 업무처리를 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은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 환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미국의 보험 시장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보험으로는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65세 이상을 위한 메디케어 등을 제외하면 모두 사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서 제공해주는 건강보험이나 혹은 자영업자의 경우 개인이 구입한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비용을 처리하게 되는데 자신이 방문하는 병원이 보험회사와 제휴된 곳이면 인네트워크 병원으로 비용이 저렴해지고 보험회사와 제휴되어 있지 않아서 비용이 비싸지는 아웃오브네트워크 병원이 있다.

보험사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병원들은 인네트워크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 보험사가 보험료를 지급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내 2위 건강보험업체인 앤썸(Anthem)과 앤썸이 보유한 블루크로스 보험은 가입자가 아웃오브네트워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치료해 준 병원에서 비용 청구를 해 오자 그 비용을 환자에게 수표로 지급해서 논란이 됐다.

수표는 환자들의 이름을 지급인으로 해서 발급이 됐는데 뜬금없이 보험회사에서 거액의 수표를 받은 환자들은 뚜렷한 설명도 같이 오지 않아서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닌 끝에 자신이 치료를 받은 병원에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는 것을 알아낸 후에야 이를 병원으로 보내는 데, 문제는 일부 수표를 받은 환자들이 이를 병원에 돌려주지 않고 사용해버리는 것이다.

특히 아웃오브네트워크인 의료시설 중에는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시설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환자에게 거액의 수표가 전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가뜩이나 마약이나 술을 끊지 못해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한 달 월급 혹은 일 년 연봉보다 큰 액수의 수표는 이기기 힘든 유혹이다.

마약중독에 시달리던 한 환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배달된 수표를 받아서 다량의 마약을 구입했다가 얼마 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환자의 부모는 마약중독으로 인해 여러 번 재활 시설을 드나든 아들에게 1년 연봉보다 큰돈을 수표로 보내는 것은 다시 마약에 빠지게 하는 지름길과 같다면서 보험회사를 비난했다.

의료시설들은 보험회사들이 이들을 인네트워크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일부러 협박용으로 환자들에게 수표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회사 측은 제휴 관계가 없는 아웃오브네트워크 의료시설과는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보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환자들에게 보내진 수표는 환자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에 환자가 사용해버려도 불법이 되지는 않지만 대신 환자는 자신의 돈으로 병원에 돈을 물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병원은 자신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를 참다못한 한 의료시설은 보험회사 앤썸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보험회사가 의료시설이 환자들에게 직접 지불해서 받지 못한 의료비용 4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이 병원은 결국 앤썸의 인네트워크 병원으로 참여키로 결정했는데 보험회사들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