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아난티클럽서울골프장(구 리츠칼튼·사진)은 청정자연 속에 숨어 있는 코스다.

주변에 유명산과 중미산 등의 자연휴양림 등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특히 골프장 입구에서 양평 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바로 유명산이다.

이 산은 높지 않고 능선이 완만해 주말 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아난티클럽서울의 맨 처음 이름도 그래서 ‘유명산’이었다.

산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은 우스갯소리로 ‘뭐가 유명하냐’고 물어본다. 사연은 이렇다.

1970년대에 한 산악회가 지도에 없던 이 산을 발견해 등반대원 중 유일한 여성 멤버의 이름을 따서 유명산으로 이름을 붙였다. 과거 문헌에는 이 산 정상에서 말을 길렀다고 해 말이 뛰노는 산이란 뜻의 ‘마유산(馬遊山)’으로 불렸다고 나와 있다.

유명산의 슬픈 전설도 ‘유명’하다. 옛날 이 산속에 살던 한 부부가 어렵사리 아이를 하나 얻었다. 그런데 아이가 범상치 않았다.

겨드랑이에는 날개가 달려 있었고, 아침에 낳은 아이가 저녁에 밥상 위로 뛰어올라갔다. 산골 마을에는 마침 비범한 아이가 태어나면 나라를 뒤엎는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아이로 인해 일족이 죽임을 당할 것을 우려한 부부는 급기야 제 손으로 아이를 죽이고 말았다. 부부가 다음날 아침에 아이의 무덤을 바라보니 백마 한 마리가 나와 비정한 부모를 향해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로 승천했다고 한다. 마유산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유래이기도 하다.

휴양림 입구 왼쪽에는 ‘어비(魚飛)’ 계곡이 있다. 산과 물고기의 이미지가 쉽게 매치가 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산천어와 송어 등이 계곡을 가득 메웠고, 때로는 팔짝팔짝 뛰는 게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그러나 계곡 입구에 물고기 대신 토종닭 음식점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 골프장은 현재 대규모의 코스 리노베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그 옛날 아이가 죽어서 백마로 변했듯이 껍질이 하얀 백자작나무를 1만그루나 새롭게 심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골퍼들도 단순히 골프만 즐길 것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서 유명산과 어비계곡 등을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시아경제신문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