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조직장을 맡고 있는 강대현 부사장은 “게임에 대한 만족도는 시나리오, 그래픽 등 콘텐츠 자체보다 이용자들 간 전투와 사건, 다른 이용자와의 협력 등 경험적인 요소에서 비롯된다”고 지난해 NDC 기조연설을 통해 말했다. 넥슨이 진행하는 인공지능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유저들에게 더 재미있는 게임 서비스 경험을 주는 것이다.

유저를 기쁘게 하려면 유저를 분석하는 게 우선이다. 유저들이 어디서 즐거움을 얻는지, 좌절감을 맛보는지를 알아야 한다. 유저들이 게임을 할 때 남기는 데이터가 단서다. 넥슨이 국내에서 자사 일부 게임들로부터 하루에 얻는 데이터만 해도 10테라바이트(TB)가 넘는다. 1테라는 1024기가바이트(GB)이니 10테라면 1만기가를 훌쩍 넘는다. 상당한양의 데이터인 셈이다. 넥슨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넥슨 게임의 부가 시스템은 본래 각 게임별로 독립적으로 개발됐다. 매칭시스템, 튜토리얼시스템, 봇AI를 활용한 싱글플레이모드, 게임 밸런스 조정, 핵탐지 시스템 등이 그 예다. 모두 게임에 필요한 기능이지만, 게임 콘텐츠 자체의 기능을 구현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해당 시스템에 신경을 쓰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 

부가 시스템의 부족은 게임별 문제를 초래했다. 핵 프로그램 때문에 다른 게이머들이 피해를 보거나 작업장 등이 판을쳐 게임 경제를 파괴됐다. 이런 요소들은 게임의 재미를 급감시킨다. 넥슨은 이런 문제를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함으로써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나온 게 인공지능 연구개발 통합 조직 인텔리전스랩스다. 

넥슨 자체에서도 인공지능 연구 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 오웬 마호니 대표는 지난 3월 주주들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인공지능을 적용한 게임 핵심성과지표(KPI)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 재미 높이는 인공지능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높여주는 시스템으로는 매치메이킹 시스템과 액티브 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이다. 매치메이킹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유저간 대결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PVP(사용자간 대전) 게임에서 실력이 비슷한 유저를 매칭해주는 건 이미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조금 특별한 매칭이 가능하다. 단순히 레벨 등 실력만을 고려하지 않고 유저 개인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과 특정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유저가 선택한 무기와 캐릭터, 맵에 따른 적응도 등을 고려해서 유저들을 매칭시켜준다. 

게임의 복잡함 때문에 유저 이탈이 생기는 경우를 방지하는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도 있다. 액티브 어드바이저다. 최신 게임일수록 콘텐츠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유저가 게임을 이해하기 벅찬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성질이 급한 유저들은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이탈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유저 개개인의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준다면 어떨까?

넥슨 인탤리전스랩스 측은 “액티브 어드바이저는 유저가 겪는 허들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유저들이 어려움을 겪을 시점에 메시지나 준비된 가이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초기 이탈을 막는다. 이 시스템은 현재 모바일게임 위주로 적용과 개발을 거치고 있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LBD가 불법 없는 쾌적한 환경 만든다

넥슨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 대응에도 인공지능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FPS 같은 대전 게임에서는 매칭시스템 만큼 중요한 게 불법 핵을 잡는 것이다. 넥슨은 어뷰징탐지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름은 LBD(Live Bot Detection)다. 인공지능이 게임의 영상과 이미지를 학습하고 유저들의 부정행위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벽 너머에 보이는 상대방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월핵(Wall Hack)이나 조준을 돕는 메모리핵 사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감지 여부가 확인되면 운영진 측에서 판단 후 제재를 가한다.

인기 MMORPG의 경우 ‘작업장’ 문제가 골치다. 작업장이란 게임을 즐기는 것과 무관하게 자동사냥 등을 통해 게임 내 재화를 벌어들이고 이를 통해 실제 현금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작업장은 정상적인 유저들이 게임 재화 획득을 어렵게 하거나 게임 재화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악영향을 끼친다. 넥슨은 작업장 봇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식별해내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실제로 작업장 봇을 PC게임과 모바일게임 모두 적용하고 환경을 개선시킨 사례가 있다. 넥슨의 대표 MMORPG 마비노기에 시스템을 적용하고 사용 중이다. 모바일게임인 메이플스토리M에도 론칭 초기 작업장 계정이 대규모 유입됐지만 LBD 시스템을 적용한 후로 안정적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LBD를 통해 상시 모니터링이 진행중이며 서비스 운용 결과 신뢰도는 매우 높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1%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