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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있어야 할 게 없어서’ 성공한 비즈니스들
   

<코스토베이션> 스티븐 웡커·제니퍼 루오 로 지음, 이상원 옮김, 갈매나무 펴냄.

고객의 ‘핵심 요구’를 정확히 간파할 수 있다면?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할 수 있다. 이로써 기업은 생산원가와 재고, 물류 등 온갖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판매가격도 낮출 수 있다. 소비자는 저가 구매의 혜택을 누리고, 고객만족도가 올라간다. 저자들은 이처럼 혁신과 비용절감을 결합하는 것을 저비용혁신, 즉 ‘코스토베이션’이라고 부른다. 코스트(Cost, 비용)와 이노베이션(Innovation, 혁신)의 합성어다.

코스토베이션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비용절감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이 잘되고 있을 경우에도 비용곡선(Cost Curve)을 바꿔보려는 시도는 피로감을 낳는다. 둘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도 충족되지 못한 수요는 존재하는 법이다. 아무리 서비스와 제품이 넘쳐나는 듯해도 불만족하는 고객은 늘 많다. 셋째, 낮은 가격을 찾는 고객들이 아주 많다.

저자들이 말하는 혁신의 대상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 시장에 출시된 ‘결과물’이 아니다. 만드는 방식, 전달하는 방식, 판매하는 방식 등 기업 수익에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운영혁신이 그 대상이다. 예를 들어보자.

▲제품 단순화=칠레 빈곤지역에는 대형 할인매장이 없다. 가난한 주민들은 동네 가게에서 40% 비싼 소포장 제품을 사야 한다. 2011년 대학생 네 명이 설립한 알그라모는 자판기로 쌀, 콩, 설탕 등 기본식품을 그램 단위로 판다. 자판기 제품을 담아갈 포장용기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임대료 비싼 매장도 없고 재고가 없는 데다 상하지 않는 제품이라 관리가 쉬워 판매가는 대형 할인점만큼이나 싸다. 알그라모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상점에는 수익의 절반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판기 숫자를 급속히 늘려갔다. 알그라모는 지금 콜롬비아까지 진출했다.

▲맞춤화 지연=인스턴트 라면업계는 단일제품(면)을 생산한 뒤 나중에 다양한 분말수프 봉지를 집어넣어 열 개 이상의 라면 종류를 만든다. 리복은 운동셔츠를 쌓아두고서 주문을 받아 다양한 그림을 찍거나 수를 놓는다. 덕분에 최신 스포츠경기 내용을 셔츠에 새겨놓을 수 있다.

영국의 감자칩 ‘솔튼셰이크’는 제품 속에 소금봉지를 넣어 고객이 원하는 만큼 소금을 뿌려 먹게 했다. 이전에는 무염, 저염, 평균염도 제품을 별도로 생산했다. 멕시코 페인트업체 코멕스는 흰색 페인트만 매장에 둔다. 다른 색을 주문하면 점원이 수천 가지 염료를 타서 만들어 준다. 이처럼 맞춤과 공급 단계를 떨어뜨려 놓으면, 생산라인이나 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선택 제한=독일계 슈퍼체인 리들(Lidl)은 업계 평균 25~30개인 진열대 통로를 6개로 줄였다. 첫 번째 통로를 끝까지 가더라도 평균 쇼핑 품목의 80%를 해결할 수 있게 했다. 품목별 브랜드 종류도 줄였다. 피클 종류는 두 가지 뿐이다. 이런 혁신을 통해 재고관리가 단순해졌고 공급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 고객의 식료품 구매비용은 35~40% 절약됐다.

▲쓰레기의 가치=100년간 연필을 생산해온 칼시더社는 쓰레기로 버려지던 삼나무 대팻밥과 톱밥에 파라핀 혼합물을 섞어 세계 최초의 인조 장작 듀라플레임을 만들었다. 오늘날 연 매출이 2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네슬레도 킷캣 초코바의 불량품을 잘게 부숴 킷캣 속 재료로 재사용했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9.04.28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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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코스토베이션, #코스트, #이노베이션, #알그라모, #솔튼셰이크, #칼시더, #네슬레, #킷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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