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법인 형태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45세)는 5월 종합소득세를 내는 기간만 되면 화가 난다. 지난달에 분명히 회사가 번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냈는데, 회사 계좌에서 본인 계좌로 옮겼을 뿐인데 또 다시 세금을 내라고 한다. 억울해서 세무서 민원실을 찾아간다. 민원 담당자는 법인과 개인은 엄연히 인격이 다르기 때문에 소득이 두 번 발생했다는 말만 반복한다. 너무 억울해서 세무 전문 회계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 회계사는 한 마디로 현 상황을 설명한다. “제가 20년 동안 세금을 다루면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라며 “세금은 ‘삥’입니다”라고 말했다.

법인은 주주총회에서 1년간 번 소득에 대해 주주에게 배당을 한다. 배당을 위해 사용되는 재원은 이미 법인세를 낸 잉여금이다. 주주가 배당금을 받기까지 법인세 명목으로 한 번, 배당소득 명목으로 또 한 번 세금을 낸다.

같은 소득에 대해 두 번 과세하는 성격이 있다. 하지만 현재 재판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판례는 이중과세를 “동일한 성격의 소득이 동일한 자에게 두 번 이상 귀속되면서 과세되는 것”으로 본다. 설사 같은 성격의 소득이라고 하더라도 귀속자가 달라질 경우에는 이중과세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 이중과세 흐름도. 출처=국세청

한 회계사는 “결국 입법 정책의 문제다”며 “과거의 국민 소득은 국가가 보유한 재산이었다면 현재 국민 소득은 돈이 몇 번 도느냐의 유통의 개념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과세 조정은 개별 국가의 역사, 정치, 경제 등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를 완화하는 정책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경영참여소득면제 도입 국가. 출처=상공회의소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3가지 정책

우리나라는 이중과세 조정을 위해 크게 3가지 정책을 두고 있다. 유동화 전문회사(이하 SPC) 등에 대한 소득공제와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그리고 배당세액공제(G-up) 제도다.

우선 SPC를 통한 소득공제는 완전한 공제 방식이다. SPC, 투자회사, 부동산 투자회사 등이 배당가능이익의 100분의 90 이상의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한 경우, 지급한 배당금을 법인의 소득금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SPC와 같은 투자목적회사들은 일반법인과는 달리 영업에 따른 투자수익을 그대로 주주들에게 배당할 것을 목적으로 설립한다. 즉, 서류상의 회사로서 세법상 도관회사에 해당한다.

국내의 한 회계사는 “유동화전문회사를 설립하는 목적은 개별 주주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투자하게 되면 좀 더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만일 SPC에 직접 과세하게 되면 직접 투자에 비해 세제상 불공평한 대우를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SPC를 통한 투자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방식은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 완전 면세가 되기도 하지만 일부 배당소득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는 법인의 소득에 대해 법인 주주가 지급받은 배당소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주주의 소득금액 계산 시 익금에 산입하지 않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법인이 다른 법인에게서 받는 배당금을 모두 과세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주회사의 설립을 촉진하고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지주회사가 수령하는 배당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익금에 산입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지주회사의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은 지주회사에게만 특권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일반 법인에게까지 확대됐다. 어쨌든, 법인의 사업 활동으로 얻은 소득은 법인 단계에서 법인세가 과세되고, 그 소득이 법인주주에게 배당될 때 배당소득에 대해 법인세가 다시 과세되는 이중과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일반회사의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의 입법 취지다.

마지막은 배당세액공제 제도다. 배당세액 공제제도는 거주자의 종합소득과세표준에 배당소득이 포함돼 있는 경우, 그 배당소득의 일정한 비율(배당수령액의 100분의 11)에 상당하는 금액을 종합소득에 가산한 후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OECD 국가 중 이중과세 조정제도 도입 국가 10개국

4월 19일 OECD는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 그리고 이중과세 조정제도를 모두 고려한 배당소득세율(Overall Statutory Tax Rates on Dividend Income)을 발표했다. 한국은 56.7%에 달했다.

배당소득세율 56.7%는 개인의 소득에 따른 과세표준이 5억원 이상인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이라 가정했을 때의 세율이다. 명확하게 공개된 정보는 없지만 배당소득의 절반 이상은 최소세율 구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순 배당소득세율이 50%가 넘는 나라는 총 6개다. 이 중 한국과 같이 배당세액공제를 취하는 국가는 호주, 멕시코 등 총 7국이다. 하지만 배당세액 공제 폭에 차이가 있다. 한국과 핀란드를 제외한 5개국은 법인세와 소득세의 합이 소득세 최고세율과 같게 만들기 위해 이중과세 조정을 한다. 반면 한국과 핀란드는 각각 5.92%p, 5.1%p의 세율을 낮추는 수준이다.

영국은 국내외 배당소득에 대해 지분율에 관계없이 100% 면세한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는 법인세는 과세하지만, 배당소득은 100% 면세한다. 그 밖의 24개국은 배당소득에 대해 이중과세에 대해 특별한 과세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

◇합법적 조세피난처, 엔젤투자

국세청 2018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정부가 배당소득을 근거로 걷은 세금은 총 14조6853억원이다. 이 중 순수하게 금융소득으로만 5억원 넘게 번 종합 소득자에게 걷은 배당소득세가 8조2394억원이다. 상당 수준의 배당소득이 최고 세율구간에 적용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고소득자들의 조세 저항이 만만찮다.

그러다 보니 고소득자들은 창업자 등에의 출자에 대한 과세특례(이하 엔젤투자)를 활용한다. 엔젤투자는 개인이 직접 또는 조합을 통해 창업자, 신기술사업자, 벤처기업 및 신기술창업전문회사에 출자한 경우에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는 제도다. 창업투자회사(이하 VC)를 통해 투자할 경우에는 일정 수준을 감면하지만, 직접 투자를 할 경우에는 배당소득은 감면,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한다. 또한 투자금액에 대해서도 법인은 세액공제, 개인은 소득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한남동 부자들 중 엔젤투자로 세제혜택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작년 엄청나게 붐을 일으켰던 게임에 투자해 10억원 이상 번 사람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엔젤 투자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출자할 때 배당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배당소득보다 양도소득 비과세가 많아 직접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어갔다.

그는 “돈을 출자하는 과정에서도 일정 조건이 맞는다면 번 돈의 절반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에 스타트업 기업이 망하더라도 국가에게 일정 금액을 보조받은 셈이다”며 “굳건한 배당소득 체계와 현실화된 양도소득세로 인해 조세 저항이 더 커진 시점에서 탈세가 아닌 절세 중 가장 합리적이고 파워풀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 배당소득세 관련 제반세금. 출처=OC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