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트는 에스토니아를 기반으로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우버의 가장 가공할 도전자가 되었다.    출처= Bol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우버는 폴란드와 케냐에서도 차량호출 시장을 장악했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폴란드에서 한 작은 경쟁업체가 나타나 더 저렴한 요금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운전자에게도 더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은 경쟁자는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오토바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지역에서 인기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승객들이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면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우버는 현재 이 두 나라에서 고객과 운전자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이 새 경쟁자와 싸우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두 나라에서 우버를 이처럼 수세에 몰아넣은 작은 경쟁자는 볼트(Bolt)라는 회사다. 에스토니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볼트는 6년 전, 19세의 대학 중퇴자 마커스 빌리그가 창업했다. 이후 볼트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우버의 가장 만만치 않은 도전자가 되면서 뜻밖의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이제 25세가 된 빌리그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Tallin)에 있는, 이전에 가구 창고였던 볼트의 사무실에서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를 가졌다.

"교통은 전혀 일반 시장과는 다른 공간이지요. 각 지역마다 챔피언들아 다를테니까요. 우버는 다른 곳에서 싸우느라 동유럽과 아프리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겁니다.”

다음 달 1000억 달러에 이르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IPO를 앞두고 있는 세계 최대 차량호출 회사 우버에게 볼트 같은 회사는 골치 아픈 존재다. 그러나 우버가 조금만 틈을 보이는 곳마다 새로운 적군이 전 세계에서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인도에서 우버는 ‘올라’(Ola)라는 회사와 싸우고 있고,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현지 차량호출회사 ‘99’를 사들인 중국 회사 디디추싱(Didi Chuxing)과 한 판 결투를 벌이고 있다(물론 우버는 디디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지만). 그 외에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를 표방하는 전동 스쿠터 제공업체들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이와 같은 전선이 확장되면서 각지의 경쟁자들이 우버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 700개 도시에서 경쟁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는 우버로서는 조금도 방심하거나 비용을 줄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버는 지난해 143억 달러(16조 4000억원)라는 엄청난 돈을 시장에 쏟아부으면서 18억 달러(2조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손실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우버의 경쟁자들이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볼트는 현재 가장 수익성이 좋은 도시 중 하나에서 우버와 대결할 계획이다. 바로 런던이다. 이 작은 회사는 2017년 시 당국이 거부됐던 런던 택시 면허를 다시 신청했다. 우버 입장에서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수익성이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인 런던에서 장기전을 벌이는 것은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런던경제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정치경제학과 밥 한케 교수는 "우버나 다른 기존업체들의 문제는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케 교수는 차량을 호출하는 고객들은 변화가 크기 때문에 차량호출회사들은 승객과 운전자 모집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우버의 운전자를 빼앗아가기도 하고 우버보다 더 낮은 요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우버는 중국,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철수했다. 반면 중동에서는 이 지역의최대 경쟁업체인 카림(Careem)을 31억 달러(3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우버는 차량호출 사업은 라이드 호킹은 끝없는 소모전이기 때문에 어떤 경쟁자가 와도 물리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규모와 플랫폼에서 어떤 경쟁자들보다 유리합니다.”

만약 볼트가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 회사와 설립자가 수 년 동안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빌리그는 발트해(Baltic Sea)에 있는 사레마(Saaremaa)라는 인적이 드문 섬에서 자라다가 7살 때 수도 탈린으로 이주했다. 10살 때부터 이미 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시절에 웹사이트를 만들어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 볼트는 6년 전 불과 19살의 대학 중퇴자 마르쿠스 빌리그가 창업한 회사다.   출처= Bolt

빌리그는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유가 된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의 성공에서 영감을 얻었다. 스카이프의 원래 엔지니어링 팀이 에스토니아에 있었는데, 바로 빌리그의 형 마틴이 그 중 한 멤버였다. 마틴은 현재 볼트에서 일하고 있다.

빌리그는 2013년 대학을 중퇴하고 부모님께 학비를 내려고 모아두었던 몇 천 유로를 쓰게 해 달라고 부탁고는 볼트를 창업했다. 처음 이름은 택시파이(Taxify)였다. 그는 에스토니아의 형편없는 택시 서비스에 좌절해 차량호출 서비스사업을 시작했다. 게다가 웬만한 미국인들은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나라(에스토니아)까지 우버가 조만간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에스토니아는 러시아 서쪽, 핀란드 남쪽에 있다).

그러나 역시 벤처 투자가들에게 택시파이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을 설득해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훨씬 더 쉬웠다. 형의 동료들인 스카이프 출신자들을 포함해 몇몇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자들은 택시파이가 우버에 조만간 먹히고 말 것이라며 투자를 거부했다.

볼트에 처음 돈을 투자한 사람 중 한 명인 에스토니아의 투자자 라인 라누는 "그저 탈린의 택시 앱일 뿐, 회사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빌리그는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였으니까요.”

택시회사들과 협력하는 데 주력했던 볼트는 마침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 호출을 제공하고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자들을 고용하는 등 우버 같은 회사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버가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동유럽, 발틱해 인접국들, 그리고 아프리카 시장까지 진출했다.

사실 아프리카에서의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 시작할 때까지 회사는 어려움을 겪었다. 아프리카는 현재 볼트 사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볼트는 30개국에 걸쳐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스웨덴, 크로아티아, 핀란드에 문을 열었으며, 곧 러시아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볼트가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약 2500만 명의 승객이 볼트를 이용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금 조달이었다. 벤처캐피털 천국인 미국과 달리 에스토니아에서 볼트가 첫 5년 동안 모금한 돈은 500만 달러(57억원)도 되지 않았다(우버는 첫 5년 동안 240억 달러 (28조원)이상을 모금했다). 그 후 비로소 지난해에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와 중국의 디디추싱 등이 볼트에 1억 7500만 달러(2000억원)를 투자했다. 볼트는 현재 또 한 차례의 자금 조달 라운드를 계획하고 있다.

▲ 볼트의 창업자 빌리그는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나라 에스토니아까지 우버가 조만간 들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에스토니아는 러시아 서쪽, 핀란드 남쪽에 있다).   출처= World Maps

물론 볼트의 장기적 성공을 장담하기엔 이르다. 우버나 리프트처럼 볼트도 계속 손실을 내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확장과, 승차자와 운전자에 대한 인센티브 비용으로, 승차료 10달러를 벌때마다 1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빌리그는 볼트의 손실은 우버와 리프트의 손실보다는 훨씬 적다고 강조한다. 그는 올해 볼트가 10억 달러(1조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며, 확장 속도를 늦추면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3년에서 5년 후에 기업 공개를 하는 것이 꿈이다.

볼트는 또한 우버보다 검소하다고 빌리그씨는 말했다. 그는 이 회사가 에스토니아와 루마니아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에게 캘리포니아보다 절반 정도 많은 돈을 쓴다고 계산했다. 이 회사는 또한 대규모 연구 부서를 설립함으로써 돈을 절약한다. 대신에, 페이스북은 어떤 도시를 열지를 결정하는 것을 돕기 위해 운전자들을 위한 페이스북 광고를 게시한다. 볼트는 큰 반응을 얻는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이 회사는 대부분의 지원 업무를 에스토니아에 중앙 집중식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각 국가에서 3-5명의 직원만을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빌리그 씨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지출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빌리그는 또 볼트가 우버보다는 훨씬 낭비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에스토니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급여는 우버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우버 같이 대규모 연구소를 운영하는 대신 페이스북에 광고를 게재해 운전자들이 어느 도시에서 영업을 시작할 지 결정하도록 돕는다. 볼트는 주로 호출자들의 반응이 많은 곳 위주로 영업을 한다.

볼트는 대부분의 지원 업무를 에스토니아에서 중앙 집중식으로 유지하고 있다. 각 국가에서 3-5명의 직원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빌리그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볼트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우버는 그동안 많은 경쟁상대를 잠재워 왔다. 게다가 내달 기업 공개에서 100억 달러의 자금을 충전하면 식욕은 더욱 왕성해질 수 있다. 볼트 역시 노동과 법 규제 측면에서, 지난 10년 동안 우버가 겪었던 것과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아프리카에서 지불 사기는 끊이지 않는 문제다.

그러나 빌리그는 볼트가 아니더라도 우버의 새로운 라이벌들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버가 시장 전부를 장악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그들이 독점할 곳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