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스마트폰 제조 공장이 오는 6월 문을 닫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는 대신 물량은 베트남과 브라질 등에서 맡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평택 공장 가동을 연내 완전히 중단한다. 평택에서 만들어지는 물량은 전체 20% 수준으로 추정되며 LG G8 씽큐를 끝으로 LG전자 스마트폰 중 ‘메이드 인 코리아’는 더 이상 없을 전망이다.

▲ LG G8 씽큐가 보인다. 출처=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이 처한 어려움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주요 시장인 미국과 한국에서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 이유로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록적인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제조 거점을 옮겨 원가를 절감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제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조치를 단행해도,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LG G8 씽큐를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LG V50 씽큐 5G는 퀄컴과의 부품 수급 문제로 5월은 되어야 출시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트렌드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LG G8 씽큐가 최근 보상판매로 풀린 것도 ‘시장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으로 확실한 팬덤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프리미엄과 중저가 사이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고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에 밀리는 오래된 패턴의 답습이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으나, LG전자는 MC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포기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5G 시대와 함께 초연결 스마트홈 패러다임이 시작되면 스마트폰은 최초의 연결점이 되며, 이는 LG전자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매력이기 때문이다. 당장 기록적인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다른 기업이라면 문을 여러번 닫았을 정도의 출혈이 이어지고 있으나 LG전자는 미래를 위해 MC사업본부를 통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계륵’인 셈이다.

한 방도 있다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후발주자 화웨이는 모두 일정정도 브랜딩이 끝난 상태다. 그리고 고객들은 스펙이나 비용보다는 제조사의 브랜드를 보고 의식적으로 각자의 생태계에 갇히는 분위기다. 이 지점에서 상하반기 라인업을 계속 바꾸는 등 명확한 ‘정체성’을 쌓아올리지 못한 LG전자 스마트폰은 고난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고가 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던 애플도 조금씩 전략적 변화를 모색할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추후 클라우드 및 초연결 생태계의 발전에 따라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고객의 시점이 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지점에서 LG전자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전략을 수정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LG전자가 국내 유일한 스마트폰 제조 거점인 평택을 버리면서 일자리 논란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대기업들이 높은 인건비를 이유로 속속 국내 제조 거점을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으로 옮기는 일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일은 LG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공감대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가이드 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