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24일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1만5000명을 채용하는 한편 42만명의 간접고용 효과가 예상되며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시설에 60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전격전은 파운드리 영역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팹리스 영역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과 함께 국내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전운이 맴도는 가운데, EUV를 둘러싼 대만 TSMC와의 승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기존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를 쪼개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시스템LSI 사업부에 팹리스와 파운드리팀을 두고 있었고 엑시노스 시리즈를 만드는 SoC 개발실과 파운드리 사업팀이 공존했으나 파운드리 사업팀을 사업부로 격상해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셈이다.

당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 이상현 상무는 "새로운 응용처의 등장으로 국내도 로직(Logic) 반도체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고객을 지원하고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한 만큼 국내 고객사들과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 삼성 파운드리 2018이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공략의 깃발을 높이 치켜세운 가운데, EUV의 적극적인 차용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다수의 생태계 일원들과 공동 플랫폼을 꾸리는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EUV는 기본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광원이다. 초미세 공정의 기반이 된 EUV 기술은 기존 불화아르곤 (ArF)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EUV 광원을 사용해, 보다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UV 노광장비는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장비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부터 일찌감치 EUV 운용 노하우를 축적했으나 아직 완전히 다루고 있다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화성캠퍼스를 통해 EUV를 적극 차용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7나노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는 7나노를 기점으로 EUV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과 그럴 수 없는 기업으로 나눠진다. 여기서 탈락한 것이 7나노 공정을 포기한 글로벌 파운드리며,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는 사실상 미세공정 레이스에서 탈락해 분할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7나노를 중심으로 하는 EUV 정국에서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한 바 있다. 이어 올해 6나노 제품을 출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5나노 기술 개발도 마쳤다. 삼성전자는 최신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EUV 기반 최첨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2020년부터 본격 가동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턴키 방식의 토털 솔루션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팹리스가 제안하면 빠르게 원스톱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TSMC도 EUV를 통한 동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50%를 장악한 상태지만 올해 초 20%로 추격을 시작한 삼성전자를 의식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TSMC의 EUV 로드맵도 상당히 빠르다. 디지타임즈, 테크스팟 등 외신에 따르면 TSMC가 올해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 30대 중 무려 18대를 확보했다는 말도 나왔다. 결국 7나노부터 EUV를 둘러싼 진검승부가 예정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TSMC의 마지막 힘 겨루기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