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5일(현지시간) 저녁, 붉은 오렌지색 불꽃이 벽을 타고 빠르게 솟구치고 노트르담 성당의 넓은 예배당이 오븐 같이 뜨겁게 달궈지자 파리 소방대장은 고통스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소방관들에게 후퇴하라고 명령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중세 유물을 잃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건물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가 인간의 생명을 잃는 것은 더 심각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클로드 갈렛 소방대장은 비밀 대안(backup plan)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목숨이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모험을 무릅 쓰는 능력을 가진, 탱크 같이 생긴 무게 1100 파운드(500 kg)의 로봇 콜로서스(Colossus)가 있었기 때문이다.

콜로서스는 분당 660 갤런(2500 리터) 이상의 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동식 물대포로 고대 성당의 돌담을 향해 정확하게 조준하고 살포하기 시작했다. 갈렛 소방대장은 런던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콜로서스가 사방이 유리로 막힌 예배당 내의 온도를 낮춰준 덕분에 인간 소방대원들이 목숨을 잃지 않고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과 바람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주도적으로 화재에 대응해야 했지요. 그 상황에서 우리가 설정한 우선 순위는 종탑 두 개를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종탑의 목재가 약해져 종이 무너졌다고 상상해 보십시요. 그것이 우리가 두려워한 최악의 상황이었죠. 화재가 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성당 구조물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트르담 성당을 구하는데 있어 이 기계의 영웅적 역할은, 로봇 소방(robotic firefighting)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노트르담 성당 밖에서 한소방관이 콜로서스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긴급한 위험 상황에서 소방관들이 철수해야 했을 때에도 콜로서스는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전문가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나라와 소방 기관들이 화재와 싸우고 화재 현장의 정보를 수집하는 기계들을 개발하기 시작하며 소방서의 화재 진압 무기고에 정교한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기계들은 소방관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어수선한 건물 사이를 뚫고 무겁고 다루기 힘든 소방 호스를 화재 현장까지 날라야 하는 오래된 관행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기도 한다.

콜로서스가 현재 화재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로봇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소방 로봇들이 인간 소방관들과 함께 훈련에 참여하는 영상이 등장했다. 군용 차량과 로봇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인 하우앤드하우테크놀로지(Howe & Howe Technologies)는 거품이나 물을 사용해 산업 현장에서 바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방 로봇 여러 대를 개발했다.

이런 차량들을 설계하는 로봇 공학자 마이런 밀스는 "게임기 스타일의 컨트롤러를 이용해 조종할 수 있는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로봇 소방차 파이어 옥스(Fire Ox)도 산불이나 건물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설계된 로봇들”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도 화재 진압에 사용될 수 있는 5피트 10인치(178 cm)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터미네이터와 같이 생긴 이 기계는 소화제(消火劑, PEAT) 수류탄을 던지고 소방호스를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콜로서스를 제작한 프랑스 회사 샤크 로보틱스(Shark Robotics)에 따르면, 콜로서스 로봇은 "파리 소방대뿐 아니라 프랑스 여러 지방과 해외 소방청 및 인력구조대에 배치되어 있다. 이 회사는 이 로봇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폭 2.5 피트(76cm), 길이 5.25 피트(160 cm)의 콜로서스는 1200 파운드(540 kg)의 무게를 운반할 수 있고 1000피트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다. 조이스틱을 사용해 조종되는 이 기계는 방수, 방화가 완벽하며 복사열에도 견딜 수 있다. 게다가 계단도 문제없이 올라갈 수 있다. 로봇에 장착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최대 8시간까지 지속되며, 필요에 따라 카메라와 센서, 연기 방출 팬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안전 엔지니어링 및 컨설팅 회사 젠슨 휴즈(Jensen Hughes)의 브라이언 래티머 연구개발(R&D) 담당 부사장은 사람에게 위험한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소방 로봇의 매력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머지 않아 소방 로봇에는 심한 연기와 증기 속에서도 앞을 볼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장애물을 찾아내고 물 발사의 표적이 될 '과열점’(hot spot)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에는 로봇이 아직까지 주로 널찍한 창고나 성당 예배당 같은 오픈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만, 잎으로 이 기계들이 점점 더 정교한 인공지능을 갖추게 되면 움직임이 민첩해져 복잡하고 좁은 환경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목표는 이 로봇들이 위험을 지원하고 평가함으로써 소방관들이 효과적인 대응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땅과 하늘에서 인간과 밀접하게 협력해 생명을 잃을 위험을 줄여주는 로봇 팀을 구축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