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정다희 기자]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공, 최근의 구독경제는 모든 비즈니스의 신(神)이 될 수 있을까? 만사형통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구독경제에도 엄연한 빛과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

▲ 무비패스는 구독경제에 다양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출처=무비패스

무비패스의 교훈

무비패스는 극장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며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월정액을 내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며, 일종의 생활 밀착형 플랫폼과 오프라인 구독경제의 만남을 끌어내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넷플릭스와 콘텐츠 유통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단골손님인 기존 오프라인 극장이 넷플릭스 모델을 준비한 ICT 플랫폼과 만났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성공적인 구독경제의 생태계를 구축해도 내부를 관통하는 확실한 키워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해당 플랫폼은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무비패스가 지난해 1억2260만달러의 손실을 내며 크게 휘청인 이유다. 월 구독으로 매일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구독경제를 가동했으나 들쑥날쑥한 요금제에 극장 특유의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며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는 평가다.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작동해야 하는 본연의 시스템이 명확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부 가이드라인이 무너진다면, 구독경제의 큰 축인 고객의 이탈은 당연한 수순이다.

체계적인 가두리 양식장 설계와 업계 특유의 정체성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다른 플랫폼 서비스에 적극 녹여내는 전략도 필요하다. 나아가 구독을 원하는 고객의 열망을 파악해 간단명료한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도 유리하다. 최근 무비패스가 오로지 무제한 요금제에만 집중하며 고객 사용자 경험 단순화에 돌입한 맥락이다. 무제한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고객의 데이터를 일원화하며, 이 과정에서 생태계의 매력도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구독경제의 핵심은 다양한 키워드를 전제로 하지만, 그 이상의 냉정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소위 박리다매 전략까지 응축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만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도록 끌어내는 유연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당연히 매력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구독경제 뒤편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

ICT 플랫폼을 전제로 하는 온오프라인 구독경제가 강력한 락인 효과를 창출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보여주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소외 문제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구독경제를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가지지 못했거나 충분히 매력적인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하는 사업자들은 구독경제의 기반 자체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매업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프라인 경제가 빠르게 동력을 상실하는 가운데, 구독경제가 마지막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아마존이 구독경제에 기반한 멤버십을 통해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묶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골목의 비명이 커지는 것과 연결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세가 등장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사회적 논의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독경제의 완성도와 별도로, 우리 전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