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저축은행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바로저축은행의 원화 및 외화 기준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신규 평가했다. 부동산 경기 하강과 함께 오는 6월부터 보험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통한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 속에서 신평사는 바로저축은행이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저축은행의 부동산금융 여신이 사업 포트폴리오의 93%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 훈풍으로 인해 캐피탈사와 저축은행, 증권사 등은 부동산 PF대출을 늘려오면서 신용위험이 높아졌다. PF대출은 물리적인 실체를 확보하지 못한 부동산 프로젝트의 미래수익인 분양과 임대, 매각수입 등을 담보로 실행되는 여신이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완료돼 건축물이 완공되기 전까지 손실률과 신용위험 수준은 일반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이 갖게 되는 리스크는 현재 PF대출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즉 잔액에 대해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익스포저가 발생하게 된다.

바로저축은행 대출금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담보별 대출금은 부동산 71.49%, 동산 0.10%, 유가증권 0.28%, 예수금 0.94%, 기타 16.28%로 담보대출 89.08% 중에서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 바로저축은행 부동산업종별 대출금. 출처=바로저축은행

대출금을 부동산업종별로 나눌 경우에는 부동산PF대출 신용공여액 1683억원 건설업 1017억원,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 1378억원을 차지한다. 부동산 전체 업종 신용공여액 3637억원으로 이중에서 부동산PF대출 비중은 46%에 달한다. 전체 부동산업 대출금 가운데 부동산PF대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 저축은행의 사업·재무위험에서 PF대출이 취약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용도별 대출금의 경우 기업 자금대출은 5873억원(67.62%), 가계자금대출 2812억원(32.38%)로 아직까지 기업자금대출 규모가 크지만 꾸준히 가계자금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기준 가계자금대출은 2528억원(30.51%)로 1년 사이 1.83%포인트가 늘어났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가계 대출의 대부분이 아파트 및 오피스텔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로 이뤄져있다”라면서 “건당 여신금액이 기업여신 대비 낮은 편이지만 차주의 신용도가 열위해 부동산 담보가치 변동이 여신 건전성과 직결돼 업종과 차주 신용집중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출에 여신이 몰려있지만 자산건전성 지표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연체율은 3.6%로 업계 평균인 4.3% 보다 1.7%포인트 낮다.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선제적으로 건전성 비율을 관리한 덕이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커버리지도 114.7%로 이미 부실이 발생한 여신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 선임애널리스트는 “충담을 많이 적립했지만 거액 여신 비중이 크고 여신 간 부동산 경기 상관성이 높은 점 등 포트폴리오 내 신용집중위험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바로저축은행의 ROA(자산수익률), 즉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에 대한 지표는 2.3%로 양호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4% 내외의 충당금적립전이익률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낮은 대손비용 부담에 힘입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바로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은 2014년 6월 741억원에서 점차적으로 낮아지면서 2018년 12월 394억원으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순이익도 타격을 받게 되는 만큼 대손충당금의 감소는 순이익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실제 바로저축은행은 2015년 당기순이익이 61억원에서 지난해 12월 233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16.8%)도 업계평균을 상회한다. 이익이 누적되며 자본규모가 커지는 반면 자산 성장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로 주요 저축은행들이 비상이 걸린 것과 다르게 바로저축은행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오는 2021년까지 저축은행 예대율을 100% 이하로 낮추기 위해 오는 2020년 110% 이하로 단계적으로 규제할 계획을 밝힌 만큼 이미 100%를 넘어선 곳들은 규제 대상에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OK저축은행 111.81%, 애큐온 저축은행 110.03%, 한국투자저축은행 107.57% 등 주요 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예대율이 100%를 넘어섰다.

반면 바로저축은행 예대율은 2014년 98.66%, 2015년 99.26%, 2016년 104.92%, 2017년 104.64%로 한때 100%를 넘어섰지만 2018년 12월말 기준 98.02%로 100% 미만을 기록했다.

대형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세를 뚜렷하게 보인 반면 바로저축은행은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취하며 대출금 증가율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바로저축은행은 고금리대출을 많이 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운영을 했기 때문에 대출금 규모도 과중하지 않은 상황으로 포트폴리오가 부동산에 치우쳐져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평가했다”라면서 “다만  저축은행 사주들의 신용등급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결국 부동산 가치를 보고 대출을 진행한 만큼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가치 하락은 여신 건전성에 무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