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C방송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였던 채닝 던지는 할리우드 네트워크 회사의 최초의 흑인 임원이었으며 2018년 포춘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출처= The Grapevi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한 최고경영자를 다룬 CNN의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 특집 시리즈를 소개한다.

TV 방송국 중역들은 웬만해서는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그램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채닝 던지는 그렇게 했다.

ABC 방송은 지난해 5월,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로잔느 아줌마>(Roseanne) 컴백 시즌 쇼의 9회이자 최종편이 전파를 탄 지 불과 며칠 후에 이 드라마를 더 이상 제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통상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당시 ABC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었으며 회사 안팎에서 존경받았던 채닝 던지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텔레비전 방송국의 그렇고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우선 창조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인기 PD 숀다 라임즈가 ABC에 있던 시절 <스캔들>(Scandal), <범죄의 재구성>(How to Get Away with Murder) 같은 히트 드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운 여성이다. 그녀는 프로듀서들이 대본 낭독회에 참석하기를 기대하는 몇 안 되는 고위 임원 중 하나였다.

그녀의 여동생 메린 던지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는 진실성보다 말을 더 중요시하는 산업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보기 드문 인물 중 하나다. ABC의 새 프로그램 <더 픽스>(The Fix)에 출연하는 여배우이기도 한 메린 던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 개인으로서, 또 한 사람의 간부로써 그녀에 관해 나쁜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잔느 아줌마>의 주인공 여배우 로잔느 바르가 인종차별주의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로잔느 아줌마>의 종영을 발표하자 외부인들은 ABC의 과감한 조치에 충격을 받았다. 이 쇼는 수년 동안 이 방송국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프로그램이었고, 전 방송국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로잔느 아줌마>는 1980~90년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동명의 시트콤을 2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지난 3월 27일 다시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미 전역에서 회당 평균 1800만명이 시청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바르는 20년 전 작품과 리메이크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 로잔느를 연기했다.

마지막회 방송에서 던지는 단 한 줄의 성명을 발표했다.

“로잔느 바르의 트위터 글은 혐오스럽고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아 그녀의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던지의 이 간결하고 직접적인 결정은 숀다 라임즈, <스캔들>의 스타 케리 워싱턴, <로잔드 아줌마>에 출연했던 여배우 엠마 케니 등 ABC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영화감독 에바 두버네이는 트위터를 통해 ABC 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공식적으로 말하건대, 이것이 채닝 던지의 진면모”라고 썼다.

그녀에 대해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르의 일부 보수적 지지자들이 바르를 변호했다.

▲ 채닝 던지가 ABC를 떠나 넷플릭스에 합류하면서 숀다 라임즈(왼쪽)와 다시 재회하게 됐다.  출처= IndieWire

그러나 던지의 이 같은 결정은, 할리우드에 있는 미국 주요 네트워크를 이끄는 ‘최초의’ 흑인 임원이었던 던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창의적인 마음을 가진 전향적인 선견 지명가라는 평판과 더불어,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여동생 메린 던지는 “나는 ABC 임원들이, 그리고 언니가 그 일에 대처한 방식을 정말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닝 던지는, 지난 2004년 터치스톤 TV(Touchstone Television)에서 시작된 디즈니와의 인연(ABC는 1996년 디즈니가 인수했음)을 마무리짓고 2018년 11월 ABC를 떠났다. 한 달 후, 그녀는 할리우드를 변화시키고 있는 회사 넷플릭스에 안착했다.

넷플릭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인 테드 사란도스는 던지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그녀의 취향과 재능이 동료는 물론 업계 전체로부터 존경을 받게 했으며 그것이 그녀가 갖고 있는 창의력”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Risk Taker)이고 늘 새로운 일을 개척하는 사람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던지가 ABC를 떠나겠다고 발표한 이후 여러 곳으로부터 스카우트 요청이 쇄도했다.

그녀가 넷플릭스에서 신디 홀랜드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부문 부사장을 맡게 되면서, 던지는 숀다 라임즈와 또 한 명의 ‘흑인’ 크리에이터 케냐 배리스와 재회하게 되었다.

“채닝 던지는 신념의 사람입니다. 그녀는 네트워크의 대표로서, 한 여성으로서, 또 유색 인종으로서, 그리고 모든 것들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삶을 산 사람으로서,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맡은 모든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