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도록 돕기 위해 만든 라이터인 슬라이터(Slighter)의 화면에는 흡연자가 다시 담배를 피울 수 있을 때까지 몇 분이나 남았는지 알 수 있는 카운트다운이 표시된다.   출처= Slight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레바논의 스타트업 슬라이터(Slighter)의 목표는 결국 폐업하는 것이지만, 수백만 명의 흡연자들이 담배 피우는 습관을 버리도록 돕기를 원한다.

이 회사의 유일한 제품은, 129달러짜리 검은색 가스 담배 라이터다.

센서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이 라이터는, 사용자의 일반적인 흡연 습관을 익히는 데 첫 주를 보낸다.

그리고 슬라이터 앱이 블루투스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흡연자가 담배 사용을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도와주는 맞춤형 계획을 만든다. 라이터의 화면에는 흡연자가 다시 담배를 피울 수 있을 때까지 몇 분이나 남았는지 알 수 있는 카운트다운이 표시된다.

이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그 시간 사이에 발생한다. 다음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되는 시간이 될 때까지는 불꽃이 점화되지 않아 사용자는 라이터 불을 켤 수 없다. 그러나 이 라이터에는 사용자가 이를 어기고 몰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비상 버튼이 있다.

슬라이터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사메르 엘 그하리브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비상 버튼(그는 이 비상 버튼의 이름을 속임수 버튼<cheat button>이라고 불렀다)이 없으면 일반 라이터로 되돌아 가는 사용자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용된 시간 이내에 담배에 불을 붙이려면 이 비상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하지만 그 단추를 누른다면, 당신은 우리들에게 그리고 당신 자신에게, 당신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수치(shame)이지요."

그것은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앱은 실제로 사용자가 담배를 다시 피울 때가 되면 사용자에게 이를 알려준다.

▲ 다음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되는 시간이 올 때까지는 불꽃이 점화되지 않아 사용자는 라이터 불을 켤 수 없다.  출처= Slighter

그하리브 CEO는 "이는 세심하게 설계된 단계적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는 행동주의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그런 훈련에 길들여지면 알고리즘은 우리가 훈련되었음(허용 시간이 올 때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는)을 프로그램에서 알림을 제거합니다."

USB로 작동하는 이 라이터는 사용자에게 세 가지 방식으로 알림을 보낸다.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화기처럼, 화면의 조명,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진동, 그리고 경보음이다.

그러나 슬라이터가 도울 수 없는 한 가지 습관은 라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전자 담배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금연자들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개발도상국의 흡연이 크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담배 시장은 수 천억 달러에 달한다. 2023년에글로벌 담배 시장 규모는 는 44억 달러(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슬라이터를 개발한 그하리브 CEO는, 활기찬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레바논 출신이다.

그하리브 CEO는 "기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재능 있는 기술자들이 있습니다. 레바논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면, 우리의 아이디어와 사업이 세상에 비로소 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올해 말에는 배송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