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내놓은 대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안이 카드사들의 기대에 못 미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레버리지 비율 일부 완화에 대해 신용평가사는 기존 레버리지 비율 산정 방법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대안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의 후속조치로 카드업계와 정부, 학계 등이 참여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데이터 관련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고, 대형가맹점과 대형법인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이익 제공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카드사의 수익 다변화와 고비용 마케팅 등의 영업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당국의 방안은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을 보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신사업과 중금리 대출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 카드사들의 핵심 요구 사안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에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비율 규제 완화와 대형가맹점 수수료 하한제, 부가서비스 축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레버리지비율 규제는 일부 수정됐으며, 대형가맹점 수수료 하한제와 부가서비스 축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국은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을 6배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 대출 자산은 레버리지 비율 사정 시 총자산에서 제외한다. 카드사들이 레버리지 비율 증가로 신사업 발굴 등 영업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당국이 제시한 신사업과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의 사업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안이다.

부가서비스 축소는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함으로써 과도한 부가서비스 탑재 자제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실무논의 등 단계를 거쳐 차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대형가맹점 수수료 하한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카드업계가 그간 대형가맹점과 법인회원 등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 중 ‘부당한 보상금 등의 요구・제공・수수 금지’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을 금지하도록 여전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 금융당국의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 향후 추진 일정. 출처=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카드업계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카드사들이 요구한 핵심 사안들이 이번 발표에서 빠지거나, 미흡한 대안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1회성 마케팅과 같은 부가서비스 축소 등 출혈마케팅에 대한 가이드라인들 정해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현재 이미 출혈이 큰 기존 마케팅비용에 대한 제재도 없으니 앞으로 신상품 출시에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방안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 신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을뿐더러, 제도적으로도 완전하지 않은 단계”라면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국이 신사업과 중금리 대출 자산을 레버리지 비율 산정 시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카드사는 당장 빅데이터 사업과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수 없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기존 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경우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면서 “정부는 경기부양을 주장하면서 카드사들의 사업 확장(경기 활성화)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발표한 대안대로 레버리지 비율 산정에 대해 시뮬레이션 해봤으나 효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카드는 레버리지 비율 완화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삼성카드는 앞서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하는 것을 반대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한다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사전에 카드사들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후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금융당국의 대안은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얽혀있어 카드사의 기대에 충족할만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이번 대안은 기존 규제를 완화하기보단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시해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들이 어떻게 사업을 영위해 나갈지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TF 결과의 실효성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여신금융업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카드 업권을 좀 더 위해줄 필요가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 시 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을 산정할 때 중금리 대출 자산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평사 연구원은 “기존 대출자산보다 중금리 대출 자산의 위험성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채권자 입장에서는 정책의 목적과 달리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제시한 해결책이 카드사들에는 실효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카드사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용등급을 부여 받아야 하며, 등급에 따라 금리가 다르게 산정되는 탓이다. 만약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 자산이 확대될 경우 레버리지 비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카드사 노조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후속 대책에 반발, 양대 산별위원장과 협의를 거쳐 오는 11일 총파업 여부 등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