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리비아 내전 등 정정 불안을 겪어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유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감산 기조 연장을 둘러싸고 러시아 등의 반대기류가 나온 것 또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각)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5월 인도분은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0.42달러(0.7%) 하락한 63.98달러를 기록했다.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전거래일의 급등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 인도분도 0.45달러(0.6%) 내린 70.6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의 유가 하락은 급등 피로감과 함께 러시아가 이끌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ECD) 등 산유국들은 올해 6월 말까지 하루 평균 120만배럴의 감산을 합의하면서 수급이 유지되는 듯 했지만 러시아의 반발 기류가 흘러나온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유가는 현 수준이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러시아는 유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에 대해 무작정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역시 “올해 하반기 유가가 적정선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추가 감산은 불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함께 감산을 이행하고 있는 OECD를 제외하면 최대 규모의 산유국으로 꼽힌다.

노베르트 루커 율리어스베어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는 지난 6월부터 증산에 나설 신호를 내놓았다”면서 “신흥국 통화 약세까지 가세해 연료가 더욱 비싸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카일 쿠퍼 이온 에너지그룹 컨설턴트는 블룸버그통신에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할 합리적인 구실이 있다”면서 “시장이 상당한 랠리를 기록한 후 잠시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원유 재고 지표에도 주목했다. 로이터통신 설문조사에 따른 미국 내 원유 재고는 지난주 230만배럴 증가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IA는 올해 미국의 산유량이 하루 143만배럴 증가해 1249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증가 전망치인 135만배럴에서 약 8만배럴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