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신용등급 BBB-로 투자등급 턱걸이에 있어 공모채 발행 대신 담보 이용한 차입 등으로 유동성을 대응해온 이수화학의 담보여력이 이수건설 지원 영향으로 일부 축소됐다. 만성적인 차입구조 단기화를 앓고 있던 중에 이수건설 순손실 전환으로 현금창출력이 일부 축소돼 유동성 압박도 커졌다.

10일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지난 7년 평균 총차입금/단기성차입금 비중은 연결기준 약 70.1%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차입금 중 1년 내 만기가 오는 차입금 비중이 매년 평균 70%에 이른다는 의미다.

지난해 단기성차입금 비중도 높았다. 이수화학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단기성차입금은 2674억원으로 총차입금의 77.9%에 이른다. 이 중 이수건설 비롯한 종속기업 등의 차입금은 560억원이다.

▲ 이수화학 단기성차입금/총차입금 변화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그동안 이수화학은 공모채 발행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대신 유형자산, 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이용한 차입금과 사모채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 영향으로 차입구조가 만성적으로 단기화 된 상황이 유지돼 매년 유동성 압박에 시달렸다.

업계는 이수화학 신용등급이 공모채 발행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수화학 기업신용등급(ICR)은 BBB-/안정적으로 투기등급보다 1단계 위에 있다.

종속기업인 이수건설에 대한 지원 위험이 상존하는 것도 공모채 조달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수화학 신용등급은 지난 2015년 이수건설에 대한 지원 부담, 업황 악화 등으로 1단계 하락한 바 있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BBB- 등급이 공모채 방식으로 수요예측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는 대체로 드물었다”라고 말했다.

이수화학은 담보 이용한 차환 반복과 매년 발생하는 현금 등을 통해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며 유동성 압박에 대응해왔다.

문제는 올해 이수화학 현금창출력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99억으로 직전년도의 45%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총차입금/EBITDA는 17.2배를 기록했다. 전체 차입금 규모가 약 17년동안 창출되는 현금 규모와 맞먹는 셈이다. 직전년도는 10.7배였다.

▲ 이수화학 연결 EBITDA.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수건설 실적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이수건설 실적은 지난해보다 201억원 감소하며 순손실 전환해 마이너스(-) 55억원을 기록했다.

이수건설 전체 매출액이 감소한 탓이다. 직전년도보다 1415억원 감소한 3075억원을 기록했다. 공사수입이 지난해보다 743억원 줄었고, 분양수입은 직전년도 대비 전액(668억원) 감소한 ‘제로(0)’를 기록했다.

이수건설 지원 영향으로 담보여력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이수화학은 이수건설 유상증자에 600억원 투입했는데, 해당 자금은 본사 사옥 매각에서 창출됐다.

사옥 매각에 따라 지난해 말 담보제공 장부금액이 전분기 대비 207억원 줄은 3058억원이 됐다. 이 영향으로 담보설정금액 역시 202억원 줄은 2719억원을 기록했다.

사옥 담보 장부금액은 311억원이다. 이수앱지스 주식 142억원이 새로이 담보로 잡히면서 사옥 매각분을 일부 상쇄했다.

담보는 이수화학의 만성적으로 단기화 된 차입구조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박지원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유상증자 전인 지난해 12월 별도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유동성 대응능력 열위한 수준으로 만기구조가 단기화되어 있다”라며 “다만 유형자산, 재고자산 등이 담보 제공 된 점이 차환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별도 기준으로는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더 상승한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동 시기 같은 방법으로 평가하면서 "단기 조달 비중이 높은 수준"이라며 "다만 현금성자산과 담보제공자산 가치, 양호한 사업기반 및 이익창출력 등을 고려할 때 단기성차입금의 대체 조달은 무난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한 바 있다.

차입구조 단기화, 담보 축소, 투자 증가... 본업으로 대응 가능할까

만성적으로 단기화 된 차입구조 속에서 담보여력 축소 및 종속회사의 현금창출력 감소 등은 결국 이수화학 전체 유동성에도 일부 지장을 줄 수 있다.

자본적지출(CAPEX) 역시 압박 요인 중 하나다. 올해 370억원, 내년 150억원 규모로 예정돼있다. 이수화학의 지난해 CAPEX는 개별 기준 약 390억원이었다.

다만, 이수화학의 안정적인 사업기반이 이를 일부 방어하는 형국이다. 이수건설 등 종속기업 제외한 이수화학 실적은 수급개선이 이뤄진 지난 2016년 이후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여왔다. 별도 기준 지난 3년 평균 EBITDA는 365억원을 기록했다.

▲ 이수화학 별도 EBITDA.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내수시장 수요가 이익 안정성을 확보하는 모양새다. 이수화학의 지난해 매출 68.2%가 합성세제 주 원료인 연성알킬벤젠(LAB), 공업용 세척제 및 PVC 가소제인 경성알킬벤젠(BAB), LAB 주요 원료 중 하나인 노말파라핀(NP)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 및 판매에서 비롯됐다.

LAB와 NP는 이수화학이 국내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LAB 국내시장 점유율 80%, NP 98%를 차지하고 있다. NP는 전량 자체생산하고 있으며, NP 원료가 되는 등유와 벤젠 등은 에스오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로부터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있다.

다만 LAB 등 주요 품목 수출 비중이 50% 가까이 되는 만큼 환율 변동 등에 민감할 수 있다. 이수화학에 따르면 달러가 10% 하락할 경우(원/달러 1116원 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에서 약 115억원 손실을 본다.

이수화학 측은 “내부적으로 원화 환율 변동에 대한 환위험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라고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주요 품목 생산 원재료가 등유 및 벤젠으로 구성돼있어 유가 변동에도 다소 민감한 편이다.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보인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이수화학의 평균 판매단가는 큰 폭으로 떨어져 같은 기간 연평균 매출성장률도 마이너스(-) 20.2%를 기록한 바 있다. 2016년 초 두바이유 선물가격은 배럴 당 25.56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현재(9일 기준)는 70.09달러다.

▲ 이수화학 별도기준 매출액 변동 및 두바이유 변동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통계청

한편, 일각에서는 이수화학의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의미있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라며 “주력 제품인 알킬벤젠의 견조한 업황 지속이 지속될 것이며 건설의 경우 지난 2016년~2017년 수주한 주택 부문 사업장 본격 착공으로 올해 턴어라운드가 확실하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