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맥주'의 시그니쳐 맥주, 코젤다크. 사진제공=부자비즈

젊은 남성이나 퇴직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중 하나가 술집이다. 창업아이템은 평소 익숙한 것에 끌리는 경향이 크다.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술을 즐길 기회가 많은 청장년 남성들이 술집 창업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술집은 어느 업종보다 트렌드 변화가 심하다. 따라서 트렌드에 맞는 창업 전략이 필요하다.

주점 트렌드 키워드는 ‘혼술’과 ‘커뮤니티’ ‘놀이’이다. ‘취향다양화’와 ‘코쿠닝’도 주점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집안에 틀어박혀 유튜브를 즐기는 코쿠닝족은 주점을 찾는 횟수가 적다. 홈술이 인기를 끌면서 마트의 주류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주점 매출은 줄고 있다.

보통 술은 저녁에 마시는데 음식점 주점할 것없이 저녁 매출이 줄고 있다. 미투 및 페미니즘 영향으로 회식이나 술자리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주점을 가지 않고 홈바,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커뮤니티 모임에는 여전히 술이 빠지지 않고 있다. 놀이와 만남의 중심에는 술과 음식이 항상 함께 한다. 반면 싱글족이 늘면서 퇴근 후 식사를 겸해 가볍게 한잔 하거나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는 혼술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주점은 여전히 아날로그 라이프를 즐기는 문화의 중심 장소이다. 한식 부문에서는 고깃집이 주연이다. 고기를 먹을 때는 늘 술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에스닉 주점의 경우 지난해 이후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는 공간이다. 맥주는 기존의 강자인 치킨호프, 스몰비어 외에 최근에는 살얼음맥주와 수제맥주, 전 세계 로컬맥주까지 가세해 춘추전국시대이다. 와인 잔술 전문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놀이를 접목한 부킹 술집, 싱글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바텐주점도 증가세다. 커피전문점들도 살금살금 술 시장을 넘보고 있다.

▲ '청담동 말자싸롱'의 커피맥주와 과일맥주 메뉴. 사진제공=부자비즈

◆지금 맥주는 취향 다양화 시대

가장 변화가 심한 곳은 맥주집이다. 맥주는 국내 주류 시장에서 단일 주종으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 2015년 기준 4조6천억 원대 시장규모였다. 2011년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이후 다양한 해외 맥주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수입맥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및 마트에서 수입맥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수제맥주는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2010년 주세법 개정이후 조금씩 성장하다가 2~3년 사이에는 스피드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3~4년 전 열풍을 일으킨 스몰비어의 뒤를 이어 지난해부터는 살얼음 맥주가 인기다.

과학적으로 가장 맛있는 맥주 온도는 영상 4도이지만 우리나라 고객들은 차가운 맥주를 선호한다. 살얼음맥주는 컵을 영하 26도까지 얼려서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살얼음이 부드럽게 녹는 차가운 맥주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0년대 초 막걸리업계에서 살얼음 바람이 분 적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고객들이 막걸리는 물론이고 특히 맥주는 차갑게 즐기는 성향을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살얼음맥주 열풍

살얼음 맥주 열풍을 일으킨 브랜드는 ‘역전할머니맥주’다. 저온숙성한 생맥주와 냉동고에 보관해 얼린 맥주잔, 살얼음공법으로 만든 얼음 맥주 500cc가 3천원이다. 전북 익산에서 출발한 ‘역전할머니맥주’는 가맹사업 2년만에 전국에 150개 넘는 가맹점을 개설했다.

살얼음맥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개성있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달빛맥주’의 경우 숙성고에서 4℃로 이틀간 숙성한 살얼음 맥주를 제공한다.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는 수입흑맥주인 코젤맥주다. 부드러운 맛에 시나몬가루를 컵 주변에 뿌리는 플레이팅으로 여성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점업으로 성공하려면 여성 고객을 공략하라는 말이 있는데 달빛맥주의 경우 피자가 들어간 메뉴 구성이나 시그니쳐 맥주 덕분에 여성 고객 비중이 80% 이상이다. 일반 국산 생맥주는 3천~3천5백원이고 코젤생맥주는 350cc에 6천~7천원대인데 좌석 높은 회전율을 자랑한다.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낮지만 2~3년 전부터 급성장세

수제맥주의 경우 전체 맥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지만 최근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제맥주전문점은 ‘생활맥주’이다. ‘생활맥주’ 외에 ‘브롱스’, ‘크래프트한스’ 등이 있다.

스몰비어는 3~4년 전에 비해서는 정체되어 있지만 ‘봉구비어’, ‘청담동 말자싸롱’, ‘용구비어’ 등이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가맹점들이 영업 중이다. 스몰비어의 경우 창의적인 주종과 안주 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움을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담동 말자싸롱’은 말자네 떡볶이 등 전용 상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0도씨로 얼려먹는 저온숙성 맥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북경, 광저우 등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미식가의 구이'의 이베리코 목살. 사진제공=부자비즈

◆한식 부문은 고깃집이 주점 대표 선수

한식 주점에서는 고깃집이 여전히 인기이다. 최근에는 삼겹살 중심에서 탈피, 다양한 부위를 즐기는 고깃집들이 한식형 주점시장을 이끌고 있다.

돼지고기는 1970년대에 비해 10배 이상 시장이 성장했고 국민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육류이다. 덕분에 최근 3~4년은 돼지고기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삼겹살 등 돼지고깃집이 성업이었다. 특히 최근 2~3년은 더 스페셜한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겨냥한 이베리코 돼지 고깃집도 인기를 모았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고깃집은 ‘미식가의 구이’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있지만 개인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맛집도 많다. 2018년 우리나라 돼지고기 수입은 사상 최대치인 46만4천톤을 기록했는데 이베리코 붐은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에 한몫했다.

▲ '불막열삼'의 인기메뉴인 생막창. 사진제공=부자비즈

◆곱창 막창전문점, 저녁 반짝 장사로 높은 매출

지난해 6월 마마무의 화사가 먹방을 선보인 후 곱창과 막창전문점도 한식형 주점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곱창고’‘마포곱창’ ‘곱창이야기’ 등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지만, 화사 먹방의 수혜자는 프랜차이즈 보다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곱창 맛집들이 많았다.

반면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막창 프랜차이즈는 새롭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에서 상륙한 ‘불막열삼’ 대구에서 출발한 ‘막창도둑’등이 대표적이다.

‘막창도둑’은 대구막창의 자존심으로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대표 먹거리인 막창을 프랜차이즈화한 브랜드이다.

‘불막열삼’은 부산 지역에서 음식점에 식재료를 공급하던 유망식품 제조기업이 거래처들의 매출 증대를 위해 삶지않고 과일 등 다양한 재료로 숙성시켜 개발한 생막창이 대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압한 브랜드이다. 생삼겹살과 삶지않은 돼지생막창, 곱창 전골 등 균형있는 메뉴 구성을 통해 B급 상권에서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해 마약고깃집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막창전문점은 과거 술과 함께 즐기던 음식이었으나 최근에는 고객 연령층이 낮아져 가족 외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불막열삼’의 경우 주택가 B급 상권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매장들이 많다. ‘막창도둑’도 주점을 넘어서 유행을 타지 않는 가족외식 공간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 '한성집'의 대표메뉴인 모서리살. 사진제공=부자비즈

◆ 돼지고기 특수부위전문점부터 저가 소고기 열풍까지

최근에는 돼지고기 특수부위전문점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성집’ ‘모서리’ 등이 대표적이다.

한성집은 국내에서 최단 기간에 가장 많은 수의 가맹점을 개설해 ‘명랑 핫도그’를 성공시켰던 청년들이 개발에 참여한 브랜드로 명랑핫도그에서 보여줬던 톡톡 튀는 디자인 감성으로 기존 시설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인테리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돼지껍데기와 모서리살, 가오리살, 가로막살, 갈매기살 등 다양한 특수부위 고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쇠고기 차돌박이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 사업을 시작한 이차돌은 지난해에만 전국에 150개가 넘는 가맹점을 개설해 음식점가에 차돌박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음식점들도 다양한 차돌박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감자탕으로 유명한 ㈜이바돔이 운영하는 조선화로집은 가성비있는 소고기전문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중대형 매장으로 운영되는 ‘조선화로집’은 소갈비살 9900원에 ㈜이바돔의 오랜 한식 사업 노하우가 결합돼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픈하는 매장마다 문전성시다.

◆밥집 결합한 해산물 주점 인기 폭발

한편 일본 원전 사태 이후 주춤했던 해산물 주점도 최근들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꼬막비빔밥과 해산물 요리를 판매하는 연안식당은 2018년 100개 이상 점포를 개설해 지난해 가장 핫한 업종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샤브샤브 브랜드로 잘 알려진 채선당도 다양한 해산물요리를 즐길 수 있는 ‘생생4계절’을 선보였다. 사업초창기부터 ‘대게도락’ 운영을 통해 해산물요리 노하우를 쌓아온 채선당은 ‘생생4계절’을 통해 해산물을 이용한 식사 메뉴와 안주류를 선보이고 있다.

▲ '오늘, 와인한잔'의 여심을 저격하는 비주얼의 꽃그리아. 사진제공=부자비즈

◆실용적인 와인펍과 바텐주점,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기

최근 1~2년 사이에는 실용적인 와인펍이 인기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오늘, 와인한잔’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을 만한 감바스, 퐁듀, 큐브스테이크, 구운 새우, 파스타 등을 실용적인 가격대의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밤에는 커피를 팔고 밤에는 와인을 잔술로 파는 개인 업소들도 늘어나고 있다.

와인펍의 경우 프랜차이즈 브랜드 외에 와인 매니아들이 운영하는 개인 매장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와인펍의 경우 창업자 자신이 와인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수제맥주와 함께 대표적인 매니아형 창업 아이템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들을 겨냥한 바텐식 주점도 많아졌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등 젊은층들이 많이 몰리는 골목길 상권에서는 작은 매장들이 빠른 속도로 바텐식 주점으로 바뀌고 있다.

바텐주점은 혼자 또는 친구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며 가볍게 주류를 즐기는 싱글들의 음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2000년도 초에 인기를 끌던 바텐식 주점의 경우 꼬치구이를 파는 선술집형이 많았다면 최근에 인기를 얻는 바텐식 주점은 서구적이라 판매하는 주류도 다르다.

◆맛있는 요리 곁들인 에스닉주점

이밖에 2~3년전에 비해서 다소 주춤하지만 중식, 베트남식, 인도식, 태국식, 멕시칸식, 일본식 등 에스닉 푸드를 결합한 에스닉 주점도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에스닉 주점들은 대부분 해당 국가의 야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저렴한 메뉴를 갖추고 현지에서 인기를 얻는 주류를 곁들여 판다. 여행의 추억을 음미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과거에는 치킨 등을 판매하는 호프집, 막걸리등을 즐기는 한식주점, 고깃집 정도로 주점 업태가 다양하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한 정보력으로 해외 배낭 여행이 일상화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경우 취향이 다양하고 취향 다양성이 술집 문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술집 창업 성공 키워드, 6가지

주점은 청년 창업자들이나 기업 퇴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다. 성공할 경우 매출액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중심 상업지구에 출점하는 주점의 경우 유행이 빠르고 사업 베테랑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술을 먹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업종과 상권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주점의 업태가 다양해지고 술의 종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므로 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한편 창업자의 자금과 커리어, 개인 성향을 고려해 경영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주점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술집이 가진 상품성과 아날로그 사업의 특성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맛있는 음식과 술을 결합한다. 맛있는 고기든, 타파스같은 이색적인 요리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둘째 커뮤니티 강화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음식과 술이 빠지지 않는다. 데이트 동아리 등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 지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놀이를 준다. 슬프려고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라도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독특한 인테리어, 젊은층에게 재미를 주는 부킹 서비스, 사진 찍을 거리, 기막힌 놀라운 안주 등 무엇이든 놀이가 되는 즐거움을 주면 술집은 사람들로 붐빈다.

넷째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고 친구가 된다.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심야식당처럼 술집 사장과 고객이 친구가 되는 공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어두운 조명, 작고 아담한 매장의 바텐에서 술집 주인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골목 주점이 되자.

다섯째 술의 콘텐츠를 강화한다. 커피 트렌드는 고급화이다. 술도 마찬가지이다. 익숙한 술 말고 새로운 술, 수제로 만든 술, 보다 창의적인 술, 글로벌 로컬에서 찾아낸 새로운 술이 전세계적으로 인기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