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시장에서 낙찰건수는 늘되 낙찰가율은 줄어들면서 실수요자 진입이 점쳐지고 있다. 출처=지지옥션.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경매시장에 나오는 매물 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지난해 4월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매물건은 1회차에서 유찰되는 게 경향처럼 굳어지고 있어, 전문가는 실소유자 입장에서 낙찰가가 낮아지는 지금이 내집마련의 적기라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9일 경매정보 분석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전국에서 진행된 법원경매건수는 총 9783건을 기록했다. 이는 2월 8309건보다 약 17.7% 증가한 수치이다. 3월 경매건수의 33.9%인 3317건이 낙찰되면서 13.3% 늘어났지만, 전체 법원경매건수 대비 낙찰율은 33.90%로 지난해 4월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낙찰가율도 66.8%로 2월보다 2.8%포인트 낮아지면 지난해 4월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4월이후 낙찰율과 낙찰가율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는 것은 경기불황과 함께 9.13 부동산 규제 대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안해지면서 더 두고 보자는 관망심리와 입찰가 하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진행된 경매매물 건수는 총 11만9593건으로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각 월별로 진행되는 물량은 약 1000~2000건 단위로 등락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지역 주거시설의 낙찰가율은 2월 이후 연속 2개월 동안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3월 서울의 낙찰가율은 83.8%로 이는 2016년 3월 88% 이후 최저치다. 또한 2개월 연속 80%대를 기록한 것 역시 2015년 7월 89.6%, 8월 87.5% 이후 4년만이라고 지지옥션 측은 집계했다.

지지옥션은 서울 주거시설의 하락이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서초구 반포동 서래아르드빌 등 총 11개 물건 가운데 9개의 물건이 40~50%대에서 낙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초구 방배동 근린상가가 45억1765만원에 낙찰되면서 3월 서울 내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고, 고가 아파트에 속하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가 감정가를 웃도는 23억900만원에 낙찰돼 그 뒤를 이었다.

▲ 서울 지역 경매시장은 주거시설의 경우 고가 물건들이 40~50% 선에서 낙찰되면서 낙찰가율이 낮아지고 있다. 출처=지지옥션.

반면 경기 지역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3월 들어 80%선이 무너진 79%를 기록했다. 지지옥션 측은 평균응찰자 수가 2월보다 늘어났지만 낙찰가율이 하락함으로서 입찰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무상업시설, 토지의 낙찰가율은 상승해 70% 중반을 기록했다. 광명시 하안철산주공아파트에는 최다 응찰자인 41명의 응찰자가 모이면서 2억4519만원에 낙찰됐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값 이상폭등 현상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9.13 대책 이후 경매시장은 줄곧 1만건 이상의 진행건수를 기록했다. 해당 건수는 9.13 대책이 발표된 9월 8342건에서 10월 1만1219건으로 급증한 뒤 1월 1만1076건까지 1만건 이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월 들어 전달의 1만1000건에서 8300건대로 급감했고, 3월은 다시 9700건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장근석 지지옥션 데이터센터 팀장은 이에 대해 “통상 월요일과 화요일에 법원경매가 많이 진행되는데, 2월은 설 연휴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여서 한 주가 줄어든 셈”이라면서 “휴일이 없는 3월은 통상적인 수준으로 다시 올라선 것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달 진행건수가 아파트 시장에 비해 작다보니 1000~2000건의 변동은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한 9.13 대책 이후 과도한 대출 또는 ‘갭투기’를 위해 아파트 매매시장에 진입한 수요자의 문제는 불거지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근석 팀장은 “채무 불이행 등으로 물건이 경매시장에 넘어간다고 해도 감정평가, 매각물건조사 등을 거쳐 실제 경매진행건으로 나오기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지 살펴보려면 해당 징후가 나타난 시점에서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역별로 수도권의 진행건수가 전월보다 27% 증가해 3006건을 기록한 반면 낙찰가율은 5.5%포인트 떨어진 66.8%을 기록했다. 이는 인천의 낙찰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게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 광역시의 진행건수는 증가해 1125건을 나타냈고, 이 가운데 대구의 낙찰가율은 90%를 넘어서면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경매시장 수요자 진입 "유리한 측면 있지만 두고 봐야"

이 같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묻자 장 팀장은 “현재 시점은 전문 투자자나 임대사업자가 아닌 실수요자들에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낙찰가율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보니 가격 부담이 줄고 있고, 조금씩이긴 하지만 물건수도 늘어나고 응찰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라 사는 사람에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매매시장의 가격이 고점이었을 때 생성된 물건들이 시세보다 높은 감정가로 나오고 있어 최근 유찰회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9.13 정책이 시행된 이후로부터 현재 막 6개월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4월을 시작으로 아예 올해 하반기까지 저렴한 경매물건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함영진 랩장은 ‘서울 집값이 그렇게 많이 하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파트 등 일반 매매시장과 경매시장의 상관성에 대해 함 랩장은 “일반적으로 경매시장과 기존 재고주택 시장의 궤는 함께 하는데, 일반 매매시장은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조정되기 시작하면서 수요 자체가 줄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경매시장은 매매시장 상승기에 디폴트된 물량의 권리관계·비용문제를 감안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이루어지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값이 오름세일 때는 경매시장에서도 싸게 사서 시세차익을 보려는 수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집값이 조정되거나 거래량이 감소하는 수요 감소시기에는 집값이 고점을 찍었을 때 감정평가를 받은 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가격 만족도도 낮아지고, 유찰회수도 늘어난다는 게 함영진 랩장의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월별 아파트거래현황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2만4697건으로 근래 최고점을 기록한 뒤, 1월 9만1868건에서 2월 7만8825건으로 급감했다. 거래량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 아파트 거래건수가 점차 줄어드는 게 확연해지면서, 경매물건의 가격 추이도 주목된다. 출처=한국감정원.

실제로 현재 입찰자들의 경매입찰은 ‘유찰’되는 경향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근석 데이터센터 팀장은 “서울 아파트 시장 중에서도 가장 관심 있고 선호도 높은 강남 지역을 봤을 때, 특별한 문제가 없는 주택이라도 첫 입찰기일에서는 낙찰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대신 입찰 2회차에 들어 감정가와 가깝게 낙찰되는 것으로 보아, 1회차보다 가격을 더욱 낮춰서 들어가겠다는 심리상태가 경매시장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회차에서 유찰되면 최저 입찰가격에서 20% 하락한 상태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게 장근석 팀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