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향년 70세를 일기로 숙환으로 별세했다. 대한항공은 운구 및 장례일정은 추후 알리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병인 폐질환으로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조 회장은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눈을 감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45년간 항공, 운수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업종의 특성상 ‘풍운아’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 조양호 회장이 향년 7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출처=대한항공

그는 1949년 3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인하대학교를 졸업하고 1974년 미주지역본부 과장으로 한진그룹에 입사했다.

당시는 1차 오일쇼크로 항공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조 회장은 선친과 함께 원가는 줄이고 가동률을 올리는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했으며, 이는 조 회장의 추후 경영 행보에도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2002년 선친이 타계한 후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으나 그룹의 주도권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결국 ‘한진가 왕자의 난’이 벌어져 한진그룹은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금융으로 갈라졌다. 이후 2006년 제부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기도 했으며 한진해운 사세가 기울어지자 2013년 경영권을 가져오기도 했다. 2009년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조 회장의 말년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당장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와 지난해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부인인 이명희 여사도 불법 가사 도우미 고용 및 직원들에 대한 욕설 논란에 휘말힌 바 있다. 조 회장도 기내식 공급과 관련해 배임 및 횡렴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었으며 최근에는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행보를 두고 재계에서는 그를 둘러싼 논란은 문제가 있으나, 45년간 항공산업에 기여한 조 회장의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70년대 오일쇼크 파동을 온 몸으로 겪으며 국내 항공사업을 개척했으며 글로벌 항공업계 최대 행사인 IATA 총회를 국내에 유치하는 등 선 굵은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