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 소개란을 보다가 ‘오후 5시 실버들의 도전’이란 소개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일본에서 화두가 된 불량 노인류나 스웨덴에서 인기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류의

실버 무용담인가 했던 거죠. 그런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어느 목사님의 자서전이었는데, 고령화 사회의 실버 세대로서 선교에 나선 도전적 삶을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오후 5시를 실버로 연결시킨 목사님의 안목이 도전을 주었다고 할까요?

지난 2월 서울 청담동에서 95세 어르신이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서 피해자가 아까운

생명을 잃은 일로 해서 우리 사회에 노인 운전을 제한하자는 논란이 더 뜨거워졌습니다.

서울시에서 70세 이상 노인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교통권을 지급하는데,

3월말로 2,600명이 신청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80대 중반이신 부친이 66세에 운전을 배워 잘 활용하시고, 즐기다가

77세쯤 사고를 내서 운전을 그만둔 사연이 있는 터라 관심이 많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노인 당사자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가 ‘매너 소비자’라 합니다.

갑질 사회에 대한 반향이라고 할까요? 텔레비전 뉴스에서 두 꼭지 사연을 전합니다.

어느 식당에 종업원들이 같은 티셔츠를 입고, 서빙을 하는데 등 뒤에 이런 글이 써 있습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입니다’ 다른 기업의 콜 센터 모습입니다. 고객의 전화가 상담사에게

연결되기 전에 귀여운 아이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해 드릴 것입니다’

그 이후 고객들이 휠씬 친절해 졌다는 평가를 하더군요. 식당이나 콜 센터의 풍경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매너 소비자를 향해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매너 실버로 생각이 확대 됩니다.

다시 어르신들의 운전 제한으로 얘기를 돌리며 나의 지난 주말 해프닝을 떠올려 봅니다.

지난 주말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씨에 지방을 갔다가 시내가 막히는 져녁 시간에 들어오느라 5시간여를 운전했습니다. 시야가 제한된 상태에서 차선을 바꾸고, 차 흐름을 맞추며 밤길을 오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많은 차들이 재빨리 앞으로 뛰어들고, 뒤에 차는 바짝 붙어있고.. 나도 따라서 그러려니, 평소에 사는 자세와는 영 다른 것 같아 마음이 슬슬 불편해졌습니다. 끼어 들기 하는 차를 모른 척 할 때는 ‘신호 한 번 더 받는 손해를 안 보려고 이러는가’

생각에 살짝 슬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 평소 운전관, 거창하게 인생관은 무어지로

연결 되었습니다. 이때 보이지 않는 손이 나의 정신 건강과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관을

지키려면 운전을 그만 두는 게 좋겠다며, 면허증을 달라면 선뜻 내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나이든 분들의 입장에 대한 존엄 내지 위엄을 충분히 인정해 드린 후에,

매너 실버 내지는 그레이스 실버로의 초대를 함이 어떨까 퍼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평생 지켜온 운전관이나 인생관을 지키며 운전하기에 지금은 너무 맞지 않는

정글 같은 운전 환경을 얘기 드린 후에, 완전한 자율 주행차가 나올 때까지 잠시 운전을

보류함이 어떻겠냐고 말이지요. 나이 들어 순발력 떨어지고, 노인 운전자의 사고율이 높다는 등의 이성적인 얘기는 아주 뒤로 물리고 말이죠.

시골 살이나 기동력 없는 삶의 불편함을 알기나 하냐며 한가한 소리한다고

어르신들로부터 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