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상용화에 대한 통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애플이 삼성전자에 5G 모뎀칩 공급을 요청했으나 물량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한 사실이 4일 알려졌다. 5G 모뎀부터 기지국 장비, 최종 단말기인 스마트폰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올인원’ 제조사 삼성전자의 강점이 잘 드러는 사례로 평가된다.

폰아레나 등 주요 외신은 4일 애플이 삼성전자에 5G 모뎀칩 공급을 요청했으나 물량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5일 국내 5G 상용화에 맞춰 갤럭시S10 5G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다급함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5G 모뎀칩을 요구한 이유는 퀄컴과의 분쟁이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퀄컴과 세기의 특허 분쟁을 치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5G 장비 시장을 종횡무진하는 퀄컴의 장비를 수급받지 않고 있다. 대신 인텔의 손을 잡았으나 5G 시대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고 있어 문제다. 인텔의 5G 모뎀칩 XMW 8160은 빨라야 2020년 물량이 풀리기 때문이다.

▲ 갤럭시S10 5G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퀄컴과 분쟁을 겪는 애플 입장에서 선택지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 등 자체 물량에 5G 모뎀을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애플에 추가 물량을 공급할 수 없는 상태다. 애플은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 등과 협력할 수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지속되는 상태에서 선뜻 손을 내밀 수 없다. 미디어텍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미디어텍의 5G 모뎀 기능은 프리미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기술적 수준이다. 5G 시대가 열리며 스마트폰 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아이폰 매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애플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는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현재 5G 스마트폰을 준비하는 대표적인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와 샤오미다. 화웨이는 아직 5G 스마트폰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컬컴과의 수급 문제로 5월은 되어야 LG V50 씽큐를 출시할 수 있다. 모토로라와 샤오미는 점유율 측면에서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무주공산인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최초 5G 상용화 단말기라는 타이틀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가 5G 라인업으로 풀리면 두 단말기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게 있어 5G는 약속의 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올인원 인프라를 갖춘 상태에서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글로벌 1위 사업자인 화웨이 등에 크게 밀리고 있으나 2020년 점유율 20%를 목표로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에서 미국의 반 화웨이 정서가 절정을 이룰 경우 삼성전자의 5G 장비 인프라가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MWC 2019에서 “조만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