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K-푸드 열풍이 거세지면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와 오리온의 ‘초코파이’, 농심의 ‘신라면’이 해외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신라면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각각 3420억원, 3320억원, 3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각각 42.5%, 9%, 17% 증가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3개의 대표 식품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면서, 식품기업의 해외 진출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국내 식품 브랜드 중 연간 해외 매출이 3000억원을 넘긴 상품은 초코파이가 유일했다. 그러나 지난해 비비고 만두와 신라면이 가세하면서 같은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 비비고 만두 글로벌 제품.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의 해외 매출은 2015년 1240억원, 2016년 1660억원, 2017년 24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42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5650억원 매출이 예산된다. 이렇듯 비비고 만두의 해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국내외 만두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매출 약 64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한 결과로, 특히 글로벌 매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매출 중 50%를 돌파했다. 지난해 미국 매출은 2400억원으로, 2016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지 2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규모를 키웠다. 중국 매출도 2015년 70억원에서 2018년 500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베트남 매출은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 비비고 미니완탕 미국제품. 출처=CJ제일제당

신규 생산거점의 경우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니즈, 식문화 트렌드 등을 분석하고 현지 소비자를 겨냥해 비비고 만두 사업을 본격화했다. 기존 현지식 만두 제품도 자사 연구개발, 제조 역량을 동원해 맛과 품질을 더욱 향상시켰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외식형, 스낵형, 편의형 등 미래형 제품도 개발해 현지화와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면서 “내년에는 비비고 만두의 전체 매출 1조원, 해외 매출 7000억원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리온 초코파이 글로벌 제품. 출처=오리온

오리온 초코파이는 이미 2012년 업계 최초로 해외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사태로 매출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성장세를 회복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누적매출이 5조원을 넘어섰다. 1972년 첫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글로벌 합산 누적매출 5조 24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만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낱개 기준 약 23억 개가 판매됐다. 이는 초코파이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4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양이다.

오리온은 해외 현지화 전략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1997년 중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며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래 2006년 베트남과 러시아에 추가로 공장을 지었으며, 국가별로 특화된 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였다.

특히 중국에서는 ‘좋은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파이’로 현지 제품명을 정하고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인 인(仁)자를 패키지에 삽입해 감성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 베트남 제사상에 오른 초코파이. 출처=오리온

베트남에서는 ‘情’과 유사한 ‘Tinh Cam’(정감)을 패키지에 적용하고 ‘초코파이= Tinh’이라는 콘셉트의 마케팅을 펼쳐 초코파이가 제사상에도 오를 정도로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017년에는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베트남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빵 속에 카카오를 듬뿍 담은 ‘초코파이 다크’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으며 성장을 가속화했다.

러시아에서도 초코파이는 지난 2016년부터 매해 5억 개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 새롭게 출시한 ‘초코파이 다크’와 ‘초코칩 초코파이’를 통해 현지 시장 내 초코파이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또한 뜨베리주 신공장 투자 등을 통해 현지 공략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 45년간 초코파이에 보내주신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이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제품력을 강화하고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글로벌 초코파이 신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신라면 농심 미국 제품. 출처=농심

농심 신라면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특히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한 이후, 코스트코, 크로거 등 중요 유통사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면서 미국의 소비시장을 공략했다.

미국 라면 시장에서 농심의 점유율도 10년 전 2%대에서 지난해 15%까지 상승해 46%의 일본 토요스이산, 30%의 닛산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농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2%에 불과했지만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빠른 속도로 원조인 일본 라면을 따라잡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지제품과 타협하지 않고 고유의 맛으로 승부해 시장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와 대도시 중심의 판매를 늘리면서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 국가에서도 현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매출이 급증했다. 신라면 블랙사발은 지난해 5월 대만 내 3000여개 패밀리마트 전 점포에 입점됐으며 필리핀에서는 세븐일레븐 2300여개 전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홍콩, 베트남, 태국 등 주요 라면시장으로의 수출도 추진 중이다.

▲ 농심 라면을 즐기는 미국인들. 출처=농심

특히 농심은 올해 미국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LA공장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봉지면 2개 라인, 용기면 4개 라인으로 용기면 중심의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한국의 매운맛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라면한류 열풍을 계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면서 “머지않아 신라면의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농심이 2014년 이후 4년 만에 올해 영업이익 1000억 원대에 다시 진입할 전망이다”면서 “농심은 최근 3년 동안 국내라면 1위 기업으로 입지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가제품인 신라면건면, 저가제품인 해피라면, 여름철 계절면 3종 등 다양한 새 제품 출시를 통한 시장대응 전략을 펼치면서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을 회복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외국 시장 경쟁력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한국 식품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 됐다”면서 “정체된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