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2일 국내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 우버택시 서비스 확장을 선언했다. 모빌리티의 초입으로 평가받는 카풀 서비스를 두고 각 진영의 분열, 혹은 연합전선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원조 모빌리티 우버의 국내 시장 외연 확대로 전선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는 평가다.

▲ 우버택시가 확대된다. 출처=우버

우버의 도전...문 열까?

우버는 지난 2013년 카풀 서비스인 우버엑스를 국내에서 서비스하려 했으나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백악관 수석 고문으로 일한 데이비드 플루프 우버 정책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까지 한국을 찾아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보려고 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결국 우버는 우버엑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택시업계 입장에서 당시의 경험은 ‘글로벌 기업 우버를 물리쳤다’는 자랑스러운 전리품으로 남았다. 이러한 흐름은 자기들의 ‘밥그릇’을 조금이라도 침해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모든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총공세로 이어졌고, 그 연장선에서 심야 전세버스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줬던 콜버스도 서비스 모델을 변경해야만 했다.

▲ 우버엑스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택시업계의 기세가 등등한 가운데 우버는 국내에서 카풀인 우버엑스를 도입하지 못했으나 고급 택시 우버블랙(Black)을 기반으로 교통약자를 지원하는 어시스트(ASSIST), 시간제 대절 서비스(TRIP)으로 꾸준히 가능성을 타진했다. 배달 시장에는 우버이츠를 통해 나름의 외연을 확장하는 모양새도 연출했다. 다만 온디맨드 차량공유 플랫폼의 핵심인 우버엑스를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반쪽 서비스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약간의 반전은 지난해 벌어졌다. 강경훈 전 총괄 후 공석이던 우버 코리아 대표에 손희석 총괄이 부임했기 때문이다. 손 총괄은 15년 이상 전략, M&A,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다수의 팀을 이끌어 온 전문가로 익스피디아코리아 대표이사직도 역임한 바 있다. 트래비스 칼라닉 전 우버 창업주의 뒤를 이어 익스피디아 CEO를 지내던 다라 코스로샤히가 우버의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익스피디아의 한국 지사 대표가 우버 코리아의 수장이 된 셈이다. 강 전 총괄은 현재 레진코믹스 최고운영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당시 아밋 제인(Amit Jain) 우버 아태지역 총괄은 "손 총괄의 신규 선임을 발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손 총괄이 한국에서 전개되는 우버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을 확신하며, 뛰어난 리더십으로 파트너들과의 협력과 사업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손 총괄에 힘을 실어줬다.

우버엑스 가동을 멈춘 우버가 파생 서비스로 국내 시장의 끈을 놓지 않은 가운데, 손 총괄이 부임한 우버 코리아는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씩 공세적으로 나아가는 우버의 전략과 궤를 함께 한다. 우버는 중국에서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에서 그랩, 러시아에서 얀덱스에 밀려 몇몇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소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줬으나 소프트뱅크의 손을 잡은 후 최근 공세적인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버가 중동의 강자인 카림을 최근 인수한 배경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버가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공세적인 경영 로드맵에 시동을 걸며 우버 코리아도 이에 맞춰 조금씩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인 우버택시는 서울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며, 우버 앱 상에서 ‘택시’를 선택해 호출할 수 있다. 이용자와 가장 효율적인 경로에 있는 일반 중형택시가 자동으로 배차가 이루어지며 배차 후, 이용자는 우버택시 드라이버의 이름, 사진과 함께 차량에 대한 상세 정보가 제공된다. 드라이버에게 직접 결제하는 방식을 채택해 운행 종료 후 기존 택시와 동일한 다양한 결제 수단으로 결제를 할 수 있으며 택시 미터기 기반 요금 산정이 가능하다.

기존 우버 플랫폼의 주요 기능들을 일반 택시에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우선 자동 배차 시스템을 통해 승차거부 없이 택시가 배정된다. 일반 앱 내에서 우버택시의 호출 및 탑승 후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탑승 종료 후에는 탑승자와 드라이버가 각각 최대 별 5개 만점의 평점 시스템을 통해 운행을 평가할 수 있다. 앱 내 채팅과 긴급버튼 기능도 제공된다.

손희석 우버 한국 모빌리티 총괄은 "우버는 혁신 기술을 활용해 편리하고 안전하며, 합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버택시 운영 확대로 한층 다양한 이동수단들을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우버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 더욱 다양하고 발전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국내 파트너들과 협력 역시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 손희석 우버 코리아 총괄

우버도 택시와 손을 잡았다

국내의 우버택시 확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확인되는 우버의 팽창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대목에서 우버가 개인택시와 협력해 우버택시 서비스에 나선다는 점도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버가 최초 우버엑스를 통해 국내시장 진입을 타진하던 시기 택시업계는 법인이나 개인, 회사와 기사 모두 반대했다. 우버엑스의 모델이 카풀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당장 ‘밥 그릇’이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우버택시는 개인택시와 협력하는 일종의 콜택시 비즈니스로 시작된다. 최소한 우버택시에는 개인택시 업계가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우버라는 '이를 갈았을' 택시업계 중 하나인 개인택시가 우버택시라는 콜택시 비즈니스에 전격 합류한 것을 설명하려면 최근 벌어진 카풀 논란을 알아야 한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2017년 풀러스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당시 카풀 플랫폼 풀러스는 2017년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명시된 운행의 조건인 ‘출퇴근 시간’을 두고 유연근무제 패러다임을 도입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되어 있다. 다만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로 정해져 있어 카풀 유상운송이 가능했으며, 해당 출퇴근 시간을 자의적으로 유연근무제 트렌드에 맞춰 24시간 운행으로 바꾸는 초강수를 뒀다.

풀러스의 자의적 해석은 택시업계의 반발을 일으켰다. 이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국회 차원의 토론회가 모조리 파행되며 택시업계의 ICT 업계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야당은 지방선거 정국 당시 택시업계의 손을 잡고 반 ICT 전선에 합류하기도 했으며, 이후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플랫폼 럭시를 인수하며 충돌은 임계점을 넘었다. 택시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집회를 여는 한편 택시기사 세 명이 반발의 의미로 분신, 두 명이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택시업계와 ICT 업계의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재웅 대표가 설립한 쏘카의 VCNC 타다가 시동을 걸었고, 차차 크리에이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나왔다. SK텔레콤도 T맵택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모든 협상 창구를 닫고 장외투쟁으로만 일관했으며,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잠정 중단을 조건으로 정부 여당 주도의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택시업계를 참여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사회적 기구는 몇 차례 공전을 거듭한 후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시너지인 플랫폼 택시, 사납급 철폐 및 택시기사 월급제 등에 합의했다. 이후 플랫폼 택시의 1차 성과물인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가 출시됐고, 위츠모빌리티 등 2세대 카풀도 속속 등장했다.

문제는 사회적 기구의 합의안이 발표된 후 각 진영의 분열 현상이 심해진 대목이다. 기존 카풀 스타트업들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자사에 유리한 합의를 했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제한적 카풀 운행 시간을 무시하고 24시간 운영에 돌입했다. 택시업계도 분열되고 있다. 카풀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개인택시 업계는 합의안 무효를 주장하고 있으며 법인은 기사 월급제를 두고 말을 바꾸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목에서 개인택시, 즉 카풀 자체를 반대하며 사회적 기구의 합의안을 거부하는 개인택시 업계가 우버택시와 손을 잡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법인택시 중심으로 플랫폼 택시 시너지가 등장하는 한편 잡음은 있으나 기사 월급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개인택시 업계는 지난해 카풀 투쟁의 전리품이 적은데다, 당장의 ICT 플랫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카풀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우버택시와 일부 협력의 창구를 열어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부의 판단이 섰다는 말이 나온다.

▲ 카카오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우버는 성공할까?

카풀을 둘러싼 진통의 근원은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에 있다. 여기에는 불합리한 사납금 제도와 살인적인 기사 노동 강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를 바꿔 말하면 택시업계가 질 좋은 서비스로 시민들에게 사랑받았다면 카풀 서비스도 빠르게 성장할 수 없었다는 뜻이 된다.

시민들이 카풀에 열광했던 것은 택시업계의 서비스가 나쁘기 때문이지, 다른 사람과 함께 이동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연장선에서 만약 택시업계가 플랫폼 택시 등을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적절히 보여준다면, 쏘카의 VCNC는 물론 특화 서비스 경험을 가진 카풀 2세대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우버택시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 우버는 무리하게 우버엑스를 가동하지 않는 선에서 콜택시 플랫폼을 내세워 카풀과 사회적 기구 합의안에 불만이 큰 개인택시를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승차거부가 없다는 점은 기존 콜택시인 T맵택시와 카카오T 택시와 차별점을 가진다. 물론 T맵택시와 카카오T 택시도 호출에 기반한 승차 시스템이기 때문에 노골적인 승차거부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버택시는 자동배차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큰 차이점이다.

택시업계의 질 낮은 서비스에 대한 문제의식, 혹은 분노로 시작된 카풀은 사회적 기구 직후 플랫폼 택시의 등장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동일한 글로벌 사용자 경험을 가진 우버까지 콜택시라는 플랫폼을 내세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국내 모빌리티 판도는 더욱 급격히 달라질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우버가 2013년 국내 카풀 시장에서 철수한 후 카카오택시가 콜택시 플랫폼으로 영악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한 상태에서, 우버의 재반격이 시작됐다. 관건은 추후 얼마나 많은 개인택시를 수급할 수 있느냐며, 이 대목이 채워지면 우버택시의 동일한 글로벌 사용자 경험과 함께 강력한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우버택시는 기존 택시와 콜택시 플랫폼보다 더 높은 만족감을 보장하며, 카풀의 번거러움이 없으며 타고솔루션즈보다 저렴하다. 여기에 카풀의 제한적 허용을 포함한 빅 모빌리티, 전기 자전거를 포함한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추구하는 카카오와 비교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카풀 허용을 두고 허둥지둥 시간만 낭비하는 사이, 우버의 폐부를 찌르는 전격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