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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캡틴 마블과 전투식량
   

전투식량 2종, 동결건조비빔밥, 군에서 가끔 먹었던 기억이 있다. 1종은 밥과 찬을 그냥 밀폐시켜 데워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었고, 2종은 볶은 밥을 동결 건조시켜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것이었다. 전투 중에 먹을 수 있도록 휴대가 간편했지만, 맛은 떡처럼 덩어리진 1종 보다 2종이 훨씬 인기가 좋았다.

사실, 군대에서도 전투나 훈련 중에 전투식량을 먹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군수행정병이었던 나의 기억으로는 정해진 수량만큼 늘 전투식량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어야 했는데, 아무리 밀폐된 봉지에 담겨 있다고는 하나 정해진 유통기간은 있었기 때문에 유통 기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전투식량은 특식으로 사병들이 먹게 하고 새로운 전투식량을 보급 받아서 창고에 채워 놓았다.

때문에 유격훈련과 같은 야외 훈련을 나가서도 창고에 보관된 전투식량을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차에 밥, 국, 찬을 싣고 나가서 먹게 했다. 일명 밥차였다. 그러니 전투식량을 실제 먹었던 것은 전투나 훈련이 아니라 훈련이 없을 때 부대 내 식당에서 공급됐다. 요즘은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병영 체험을 하는 TV프로그램을 보면 야외 훈련 중간에 신형 전투식량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이 보인다. 25년여 전과는 딴판이다.

 

전투식량은 영양분을 공급하되 맛은 없어야 해

언론이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 이런 전투식량을 먹고 맛을 평가하는 코너가 있다. 특히 구하기 힘든 해외 각 국가별 전투식량을 비교하고 맛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전투식량은 맛이 좋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발전하니 전투 식량도 맛있으면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투식량은 맛이 있으면 전투식량으로서의 기능을 잃는다.

전투식량이 간식거리가 되면 큰일이다. 때문에 전투식량을 만드는 곳에서는 전투를 수행하는 병사에게 기본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필수 영양분을 가지면서도 심심할 때 간식거리로 삼을 수 없도록 다소 먹기가 까다롭고 맛이 없도록 만든다. 그래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영양 결핍이 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투 중에 입이 궁금해서 간식거리로 먹다가 전투에 패배를 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인데, 마블에서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 캡틴 마블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여성 히어로다.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말 저 말이 많았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그리 이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생각이다. 의도적으로 영화사에서 미모가 출중하지 않은 배우를 고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뛰어난 미모를 가진 배우라면 오히려 험한 전투씬이 이어지는 히어로물을 캐릭터화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게 된다.

멜로물이라면 한 눈에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미모가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강렬한 전쟁씬과 터프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에서 여 주인공의 미모는 오히려 영화가 노리는 목적을 반감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눈부신 미모와 아름답고 가녀린 몸매의 소유자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블이 이쁘기는 하지만 말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무엇이 되었건 간에 사람들은 멋지고 화려한 것을 당연히 선호한다. 상품 진열대에서 쉽게 눈에 띄도록 튀는 색과 디자인이 활용된다.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 시선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면 강하고 화려한 것이 좋겠지만, 반대로 오랫동안 두고 보거나, 접해야 하는 것이라면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모 프로스포츠팀이 창단 이래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시합에 나온 선수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이 리그 중에 입던 것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포스트시즌 시합용이라 유니폼 색깔이 화려해졌다. 아마도 회사의 수뇌부들이 전격적으로 선택해서 진행된 새 유니폼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어 번 시합을 하기 위해 맞춘 유니폼이라고 해도 제작비는 2천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회사 경영진들이 보기엔 화려하고 튀어서 좋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경기를 보는 내내 눈에 거슬렸다. 그냥 옷만 보면 오히려 푸른 톤이 더 강조된 색감으로 나아 보였겠지만, 시합을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보니 톡 튀는 디자인에 자꾸만 눈이 가고 신경이 쓰였다. 유니폼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색한 유니폼에 걸맞게 2-3위가 펼치는 3전 2승제에서 보기 좋게 내리 2연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어느 종목이건 상위에 랭크된 팀들의 유니폼은 단순하면서도 처음 볼 때는 조금 촌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색감에 탁도가 있어서 맑은 단색 계열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어느 팀이든지 전통적으로 선호되는 색이 있지만, 그런 색과 디자인을 응용하여 겨우 이 정도 밖에 못 만드나 싶을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것들조차도 대부분 의도된 경우가 많다.

 

결정권자의 취향보다는 일의 상황과 취지에 걸맞아야

맑고 밝은 색감은 처음 볼 때는 화사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장장 6개월 여의 장기 리그전을 치러야 하기에 매주 두 세 번 이상을 꾸준히 대해야 한다. 그렇게 계속 관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유니폼은 안중에 없고 선수들의 플레이에 집중이 된다. 선수가 부각되며 유니폼은 자연스럽게 녹아 든다. 그리고 처음에는 촌스럽다고 생각되던 옷들이 편안하게 느껴지게 되지만, 디자인 시점에서 화려하고 튀는 색을 선택한 구단은 끝나는 순간까지 마치 남의 옷을 입은 마냥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관련 행사들이 많기도 한데, 이 중에는 주기적으로 연속하여 진행되는 일도 있고, 단발적으로 한번 진행되고 마는 일도 있다.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조차도 알아서 결정하지 못하고 매번 위에 보고를 하고 진행해야 하는 실무진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일의 진행보다 매번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결정사항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예전에 근무하던 모 그룹의 전체 CI 칼라는 청색이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증권사가 계열사로 편입되었다. 오랜 동안의 M&A 전략의 노력 결과였다. 당장에 배지며, 간판, 집기, 사무실 그리고 하다못해 차량과 현수막에 대한 새 디자인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고민이 있었으니 그룹은 청색을 지향하지만, 증권가에서의 청색은 금물인 칼라였다.

위에다 보고를 하면서 의견은 뒤집히고 또 뒤집혔다. ‘TOP은 빨간색을 아주 싫어하신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팀장, 임원, 사장단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아주 조심스레 의견을 올린 결과,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증권가에서 누가 파란색을 하냐? 당연히 붉게 해야지!” 그래서 그 그룹의 일반 제조기업들의 직원은 파란 배지를 그리고 증권 및 금융관련 직원들은 빨간 배지를 착용하고 있다.

실무진들이야 처음부터 그 일을 주도해 왔기에 일의 성격이나 취지를 잘 알고 있기에 거기에 적절한 사항들로 채워나가려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여러 가지 보고 건들 사이에 끼워져 있는 각각의 결정사항에 대해 결정 장애가 오기 쉽다. 처음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해야 하는데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노련한 실무진들일수록 행사나 일의 취지를 살피기 보다 결정권자의 취향에 맞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실, 일 잘하는 인재들이 일은 잘 처리하고도 낙인 찍히는 것은 이런 일로 빚어진 것들이 많다. 그 인재들이 원하는 바는 전체 조직의 일이 잘 진행되는 것이며, 어느 개인의 힘 보다는 조직 전체가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 대부분의 사항에 있어서 조직 전체가 처한 상황이나, 일을 진행하는 목적에 맞는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다. 때문에 당연히 이러한 뜻을 반영하여 결정권자에게 결정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몸매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와 티셔츠가 승무원의 유니폼인 항공사가 있었다. 때로는 장시간 동안 비행을 하면서 승객들을 돌봐야 하는 승무원들로서는 피가 제대로 통할까 싶은 안쓰러운 생각뿐이었다. 그게 어느 한 사람의 취향 때문이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종목이든 잘 나가는 팀들의 유니폼들은 멋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런 팀들 대부분이 인기 스타도 많고 상위에 랭크 되기 때문이지만, 사실 그 유니폼들도 처음 나왔을 때는 촌스럽다는 평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랜 리그를 거치며 눈에 익으면서도 거슬리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게 다 전략이다.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조직 내 결정권자의 취향이 아니라 관중과 소비자와 시청자와 독자들의 취향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4.02  10: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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