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게 하면 안달이 난다. 그러나 때로는 만나면 큰일 나는 만남도 있다. 인간관계에서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양극과 음극이 만나게 되면 화재, 폭발과 같은 큰일이 난다. 이런 이유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는 분리막이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4대 요소(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중 하나인 분리막(LiBS)에 대해 알아보자.

▲ 분리막 확대 모습. 출처=삼성SDI

양극·음극 "만나면 터진다"...분리막 필요해

분리막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 소재의 얇은 막으로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기구멍을 갖고 있는 다공성 필름으로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이 주된 임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 발생할 수 있는 쇼트를 방지하고, 미세 기공을 통해서는 리튬이온만을 위한 이동통로를 제공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게 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가능케 해 준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셀의 온도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고온이 되면 미세기공이 차단돼 내부 쇼트를 방지해 줘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여 준다. 또 높은 기계적 강도를 지니고 있어 내부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이물질들을 막아 안전성을 확보한다.

이런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는 분리막이기에 조건도 까다롭다. 리튬이온을 포함한 배터리 셀 내부에 있는 여러 종류의 이온들과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전기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하고, 절연 특성이 뛰어나야 한다. 여기에 더해 두께와 강도도 중요하다. 최대한 얇아야 하고,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계적 강도도 우수해야 한다.

분리막 소재는 무엇?

업계에 따르면 분리막 소재는 일반적으로 폴리올레핀, 폴리프로필렌 등 절연 특성이 뛰어난 고분자 소재가 사용된다. 이 소재들을 연신해 미세한 기공을 만드는데, 방식에 따라 건식과 습식으로 구분된다. 연신은 섬유 또는 필름상의 고분자 재료를 물리적으로 늘이는 것을 말하고, 공정을 통해 고분자 재료의 강도나 탄성률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건식은 기계적인 힘으로 필름을 당겨 기공을 만드는 방식이고, 습식은 기본 필름에 첨가제를 추가해 화학적으로 기공을 만드는 방법이다. 각각의 방식은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건식은 제조가 용이하고 저렴한 비용이 들지만 기공 사이즈의 균일성이 떨어지고, 기계적 강도도 습식 방식에 비해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습식 분리막은 건식 분리막에 비해 기공 사이즈의 균일성이 낫고, 강도도 세 주로 고용량, 고출력 등 고사양을 요구하는 셀에서 많이 사용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과거에는 필름 소재 1종류의 분리막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필름 소재에 다양한 소재를 코팅하면서 분리막 성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고분자 재료를 물리적으로 늘린 연신공정이 끝난 제품은 열을 가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이 생기는데 이것을 제대로 제어 못하면 양극과 음극이 만나는 쇼트가 발행하기에 고온 상태서도 분리막이 견뎌 줄 수 있는 열에 강하고 단단한 세라믹 소재를 코팅해 내열성을 강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 LiBS공장에서 직원이 LiBS를 보고 있다. 출처=SK이노베이션

습식 분리막 세계 2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8월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3번째로 LiBS(분리막)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후 2005년 청주공장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총 13호기까지 생산시설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의 습식 분리막 국내 연간 생산량은 현재 3.6억㎡에서 총 5.3억㎡로 증가한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해외 공장 건설도 활발하다. 글로벌 수요증가를 현지에서 대응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첫 해외 LiBS 신규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또 폴란드 실롱스크주에도 LiBS분리막 공장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이 2곳의 해외 LiBS공장까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 습식 분리막 연간 생산량은 약 12.1억㎡로 확대된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분리막 시장은 2016년 11억 4000만㎡에서 2020년 43억 4000만㎡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시장에서는 2016년 4억 6000만㎡에서 2020년 25억 9000만㎡로 5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배터리 분리막 시장 규모는 2018년 25억달러에서 2020년 35억달러, 2025년에는 88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연신 과정에서 좌우, 상하로 2번 연신하는 축차연신 기술로 2025년에는 LiBS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