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외부감사의 감사거절 이후 웅진에너지 상황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 등으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웅진에너지로써는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상감자로 결손금 해소 등을 도모하는 중에 업계는 웅진에너지의 주 품목인 단결정 웨이퍼 시황도 좋지 않다고 전망한다.

▲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에 대한 추가적 지원이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출처=웅진

29일 공시에 따르면 웅진그룹 계열사 웅진에너지는 지난 27일 외부감사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당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재무제표 상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과정을 통하여 장부금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며 “계속기업가정이 타당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될 수 있는 자산과 부채의 금액 및 분류표시와 관련 손익항목에 대한 수정사항이 재무제표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재무제표 작성은 계속기업 가정을 원칙으로 한다. 파산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자산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등 각종 지표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기업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청산가치 기준으로 재무제표가 작성되는데, 이 경우 자산 등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유형자산은 급처분 가격으로 명시돼야 하며, 이 경우 감가상각 반영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간단히 말해, 외부감사는 현재 웅진에너지가 사업을 지속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웅진에너지 숨통은 점점 조여지고 있다. 우선 감사거부로 상장폐지 조건을 갖추며 현재 거래정지 상태에 돌입했다. 이를 해소하려면 웅진에너지 측의 입증이 필요하다.

753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기한이익도 상실됐다. 제6회 무보증 전환사채 풋옵션 행사 가능성도 높아졌다. 주가도 매우 낮아 전환할 이유도 없는 상태다. 현재 거래정지 중인 웅진에너지 주가는 914원이다. 지난해 3월 주가는 최고점 6890원까지 이르렀다.

▲ 웅진에너지 주가변동 추이. 출처=딥서치

회사채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CCC로 강등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B-로 내렸다. 기업신용등급 역시 B-로 내려간 상태다.

실적 악화로 자본잠식 중...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웅진에너지의 총차입금은 현재 1506억원에 이른다. 이 중 단기성차입비중이 93.2%에 이른다.

현재 재무상태로는 차입금 부담을 견디기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웅진에너지의 매출액은 1658억원으로 매출원가액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이 영향으로 영업이익도 마이너스(-) 561억원을 기록했다.

▲ 웅진에너지 매출액, 영업이익. 출처=딥서치

실적악화 등의 영향으로 유형자산 회수가능액이 장부가보다 낮아져 420억원의 유형자산손상차손이 발생, 총포괄이익은 마이너스(-) 11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미처리결손금을 더욱 높였다. 웅진에너지의 지난해 미처리결손금은 3642억원에 이른다.

미처리결손금 누적은 자본 차감에 영향을 미쳤다. 웅진에너지 지난해 자본총계는 직전년도의 37.6%인 412억원에 불과했다. 이 영향으로 부채비율도 직전년도보다 266.3%포인트 증가한 474.6%을 기록했다. 현재 웅진에너지는 자본잠식 상태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유상증자 내지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없이는 계속기업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 웅진에너지 부채 및 자본. 출처=딥서치

웅진그룹 “추가 지원 어려워”... 웨이퍼 시장은 공급과잉

웅진에너지는 현재 웅진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웅진그룹이 최근 코웨이를 인수하면서 재무여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은 추가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웅진에너지는 현재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구상 중이다. 웅진그룹과의 약정을 통해 240억원의 담보한도 내에서 원재료비 지불을 지연시킬 계획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축소, 경쟁력 있는 제품에 집중해 손실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3642억원의 미처리결손금을 처리 등을 위해 10대 1 비율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감자차익 1393억원이 주식발행초과금 등으로 계상된다. 부족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출자전환 등 논의를 통해 해결을 도모한다. 무상감자 영향으로 자본잠식에서도 해소될 수 있다.

다만 실적 개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웅진에너지 주력사업인 태양광 단결정 웨이퍼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단결정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웨이퍼 시장은 당분간 공급과잉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실제 웨이퍼 가격은 지난 2017년 장당 0.8달러를 유지했으나 2018년에는 0.4달러까지 하락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의 89%인 1311억원을 웨이퍼에서 창출했다.

웅진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약 10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했지만 더 이상은 중국기업과 경쟁하여 가격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익수 애널리스트는 “올해 이후 업체들의 증설 계획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고착화된 시장의 공급과잉 구조가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웨이퍼의 경우 생산비용의 30%가 전기세”라며 “해외 국가들이 전력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을 보조하고 있어 국내에서 웨이퍼 생산하는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웅진에너지 생산공장은 현재 대전과 구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