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 등 거대 ICT 기업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해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던 인터넷전문은행 정국이 속속 몸집을 키우는 키움뱅크와 '강한 의지'를 보이는 토스뱅크의 2파전으로 좁혀지며 막판 불을 뿜고 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가 속한 키움뱅크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레이스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토스뱅크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 인터넷전문은행 현황. 출처=갈무리

키움뱅크 '갈 길 간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당시 고배를 마셨던 SK텔레콤은 하나금융지주와 협력해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키움증권은 국내 최초 온라인 종합증권회사로 금융과 ICT의 결합을 가장 극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키움증권은 14년째 주식시장 점유율 1위(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비대면 계좌개설 수에서도 1위를 달성하고 있다. 국내 1세대 ICT 벤처기업인 다우기술이 모기업이며, 다우기술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등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후 하나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핀크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핀테크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운 후,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꿈을 이룬다는 각오다.

SK텔레콤은 지난 26일 주주총회를 통해 김석동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신규 선임하며 핀테크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김 사외이사는 금융위원장 출신이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몸집은 점점 불어나는 분위기다. 롯데멤버스와 투게더펀딩 등 다양한 주주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롯데멤버스의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인프라와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각오다. 롯데는 한 때  일본의 세븐뱅크 모델을 기반으로 자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하며 피에스넷을 인수하는 등 핀테크에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키움뱅크와 함께 유통 기반의 새로운 혁신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전국의 ATM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엘포인트 노하우도 적극 살린다는 계획이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편의점 생활금융 서비스는 이제 필수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고 편의점의 전국 인프라망이 미래 금융 환경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라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금융과 유통의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미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키움뱅크의 존재감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자금돠 컨소시엄 면면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가장 목표치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 롯데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다. 출처=롯데

토스뱅크 "자신 없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부침이 많은 편이다.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 전선에 참여하며 기존 신한금융지주와 손을 잡은 바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지와 하나금융지주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금융지주가 SK텔레콤과 협력해 키움증권 등의 손을 잡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꾸린 후, 토스는 신한그융지주와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전은 21일 벌어졌다. 신한금융지주가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달 11일 MOU 체결 이후 양사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 및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면서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양사 논의 끝에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 토스뱅크가 완주의지를 보이고 있다. 출처=토스

신한금융지주가 빠지며 토스뱅크의 꿈은 ‘좌초’에 무게가 실린 것이 사실이다. 현대해상 등 기존 컨소시엄 참여군들이 속속 발을 빼며 이러한 위기론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토스는 22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과 포용의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다. 비록 예비 인가 신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기존 컨소시엄 구성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으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완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글로벌 VC를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합류시키는 한편, 한화그룹 계열 종합자산관리회사인 한화투자증권과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 베스핀글로벌이 극적으로 합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1962년 출범한 한화그룹 계열 증권사로 금융 상품에 대한 판매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기업의 클라우드 구축, 컨설팅, 운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한화투자증권은 9.9%, 베스핀글로벌은 4%의 지분을 투자한다. 추가 주주 참여로 토스의 지분율은 60.8%, 리빗캐피탈은 1.3%로 조정되었으며,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은 각각 9%, 한국전자인증 4%, 무신사 2%가 된다.

토스뱅크의 가장 큰 약점은 자금력이다. 이승건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2년 이내에 1조원 이상의 자본금 유치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토스

지분이 60%를 넘는 상황에 대해서는 “토스뱅크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고 우리는 이미 금융주력자였다”라며 “토스가 현재 진행하는 대부분의 매출은 금융 및 보험업에 해당해 금융분야 매출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기에 비금융주력자로 판단될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적절히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