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 CEO들이 주주가치를 제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만년 저평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금융지주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발언에 의문을 품고 있다. 관치로 대표되는 산업 특성상 근본적으로 주주가치 제고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주식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어 수급적으로 불리하다. 배당금을 늘려 투자매력을 높인다지만 외인들만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반복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주가 상승을 위한 여건도 녹록치 않다. 해외 진출을 통한 외형확대만이 답이라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수장들의 발언이 ‘양치기 소년’이 될지 주목된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일 신한·KB·우리금융지주는 주주총회를 열고 제무제표 결산과 이사 선임 등 안건을 결의했다. 이날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공통된 발언은 주주가치 제고였다.

성장이라는 목표도 있지만 각 금융지주의 주가가 최근 1년(우리금융 제외)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KB금융은 이 기간 동안 주가가 약 35% 하락했다. ‘리딩뱅크 탈환’이 무색할 정도다.

▲ 금융지주사별 주당순자산비율(PBR) [출처:와이즈에프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는 배당 확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성장 등을 제시했다. 최근 손태승 회장과 지성규 신임 하나은행장은 각각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자사주를 사들였다.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주주가치 제고가 현실이 될지는 의문이다.

현재 신한지주,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지주의 평균 주당순자산비율은 0.4~0.5배 수준이다. 자산가치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저평가라 할 수 있지만 최근 5년간 금융지주사들은 1배를 단 한 차례도 넘지 못했다.

‘만년 저평가’ 그 이유는?

금융지주사들은 ‘전통적’으로 저평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수년간 매수를 외쳤지만 주가는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사실 증권업계는 물론 자산운용업계도 금융지주 ‘저평가 미스테리’의 근본적 문제를 알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국내 금융산업이 관치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라며 “장기 투자를 통해 배당을 받는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투자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이 4~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가 변동을 고려하면 배당만 보고 투자할 유인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한 점도 금융지주 투자에 부담이다. 회사채를 매입하면 기업이 파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높은 금리는 물론 ‘원금보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 금융지주사별 외국인 지분율 [출처:한국거래소]

외국인들이 금융지주 주식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 매력을 낮춘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70.35%다. 신한지주(66.99%)와 KB금융(65.93%)의 지분 상당수도 외국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방침에 따라 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총 배당액은 2조5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외인 지분이 높은 만큼 ‘외화유출’이라는 반복 프레임에 대한 부담도 공존한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29.58%에 불과하다. 지주전환 후 M&A를 통한 비은행 강화를 천명한 만큼 질적·양적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수급적 측면에서 여타 금융지주 대비 우호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해외 진출만이 답인데

국내 금융지주의 중심인 은행업은 경제성장률이 견고하고 금리가 뒷받침돼야 성장이 가능하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담이 존재한다. 배당수익률이 높다면 주가 상승에 일조할 수 있겠지만 배당 또한 성장과 연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융지주가 투자매력을 높이려면 관치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금융사뿐만 아니라 정부와 당국이 이러한 환경을 절대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경영자율성을 확보하더라도 포화된 국내 시장에선 한계가 있다”며 “답은 결국 해외진출이지만 성공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금융지주사들의 주주가치 제고 약속이 지켜질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